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변호인인 차기환 KBS 여당 이사가 KBS 보도 책임자들에게 JTBC 태블릿 PC 관련 보도를 내보내라는 압박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정 바깥인 KBS에서도 박근혜-최순실 구명 활동을 집요하게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따르면, 차 이사는 지난 13일 KBS 이사회에서 KBS 보도 책임자들을 상대로 JTBC 태블릿PC 입수 경위에 문제가 있다며 왜 보도하지 않는지 따졌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차 이사는 이날 2~3차례에 걸쳐 JTBC가 태블릿PC 입수 경위를 놓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왜 메이저 언론사인 KBS가 이런 문제를 취재하지 않느냐, 등 여러 차례 같은 말을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 KBS ‘뉴스9’은 지난 19일 심층 리포트 “태블릿PC 감정 요청… 실소유자 ‘공방’”을 통해 최순실 태블릿 PC와 관련한 내용을 보도했다. (사진=KBS)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11월9일 이사회에서도 차 이사는 ‘검찰이 태블릿PC 출처에 대해 밝히지 못하고 있다’, ‘최순실이 자기 카카오톡 아이디를 선생님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하는 사람은 없다’는 등 입만 열면 태블릿PC를 쟁점화하려는 데 열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실제 KBS ‘뉴스9’은 지난 19일 심층 리포트 “태블릿PC 감정 요청… 실소유자 ‘공방’”을 통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이 재판부를 상대로 태블릿PC의 감정을 요구한 반면, 검찰은 최씨 것이 분명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태블릿PC 공방은 앞으로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라는 내용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 보도를 “박근혜-최순실 구명을 위해 애써온 차기환의 의도대로 KBS뉴스가 끌려간 것”이라고 평가한 뒤 “차 이사는 KBS 뉴스를 박근혜 최순실 일당 구하기에 끌어들이려는 더러운 손을 치우고 당장 KBS 이사직에서 떠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 조합의 경고를 무시한다면 방송법을 위반해 KBS뉴스 편성에 간섭한 혐의로 형사 고발해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 이사는 3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사회에서의 KBS 보도 관련 발언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확히 기억이 안 나니 그건 (KBS 이사회) 녹취록을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만 말했다.

앞서 정호성 전 비서관이 지난 29일 공판준비기일 직전에 새 변호사로 차 이사를 선임해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 문건이 담겨 있던 ‘최순실 태블릿 PC’의 증거력을 문제 삼으며 반격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최씨와 마찬가지로 JTBC의 태블릿 PC 입수 경위에 위법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 차기환 KBS 이사. (사진=TV조선)
차 변호사는 29일 “정호성이 2012년 대선 캠프기간 동안 최씨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문건을 전달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 문서가 태블릿 PC에서 나왔고 그 태블릿 PC가 최순실의 것이 맞다면 문건 전달 행위 자체는 인정한다”고 말했다. 태블릿 PC 주인이 최씨가 아니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차 이사는 JTBC의 태블릿 PC 입수 경위를 문제 삼아온 인사다. 그는 지난 2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JTBC는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과 같은 헛소리를 방송하기 전에 자사가 엉터리로 해명한 태블릿 입수 경위와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부터 해명해야 한다”며 “정파세력의 앞잡이가 아니라 언론이라면 허위보도를 했으니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에는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한 의혹이 가라앉기는커녕 점차 증폭되고 있고 허위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한 뒤 “이건 방송사가 아니라 정치투쟁의 선동·선전기관이라고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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