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한 술집에서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장남 장선익 이사가 난동을 부린 사건과 관련해 오보가 쏟아지고 있다. 

장선익 이사가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 것은 맞지만 술집에서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동국제강 측 관계자의 발언을 언론이 보도하면서다. 언론 보도로 인해 오히려 기업 대표 자녀의 갑질보다는 술집의 갑질이 부각돼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술집의 무리한 요구가 있었다는 관계자의 발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이 미확인된 내용을 보도한 것이다. 

지난 26일 저녁 8시경 장선익 이사는 지인 4명과 함께 한남동에 위치한 L 술집을 찾았다. 그는 술을 마시던 도중 종업원에게 케이크를 사달라고 요구했고 케이크 값 문제로 다투다 양주 5병을 파손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언론은 앞다퉈 사건 내용을 보도했다. 문제는 동국제강 관계자의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인용하면서 시작됐다.

언론은 동국제강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장 이사의 생일파티가 술집에서 열렸고 장 이사가 케이크를 주문했는데 케이크 값으로 술집에서 30만원을 요구해 실랑이가 벌어져 기물 파손에 이르게 됐다고 전했다. 

언론 보도로 해당 술집은 술에 취한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못된 가게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자연스레 동국제강 장 이사의 술집 난동 행위도 정당하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하지만 술집 관계자는 미디어오늘 통화에서 전혀 다른 사실을 전했다. 김아무개 매니저는 "술이 깬 그분은 우리에게 여러번 사과했다. 우리도 내부적으로 처벌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장 이사가 사과문을 통해 밝힌 내용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케이크 값으로 30만원을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는 오보라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우리는 케이크를 팔지도 않는다. 10만원을 장 이사에게 받아서 케이크를 사고 잔돈도 드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매니저는 “언론의 말도 안 되는 보도에 너무 화가 난다. 근거없는 얼토당토 않는 소리다.  마치 우리가 폭리를 취하는 업체처럼 됐다”며 “직접 동국제강측에 확인도 해봤지만 그쪽에서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다른 언론들이 어떻게 저런 워딩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언론의 오보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경찰은 사건 경위에 대해선 쉬쉬하는 분위기다. 

박정근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은 "이미 장 이사와 술집 측과 원만하게 합의했다. 술집에서 처벌을 원치 않아서 내부적으로 처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도 사건이 발생하게 된 케이크 값 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재물손괴죄 부분만 수사한 게 전부"라고만 되풀이했다. 

해당 사건은 비행기 안에서 난동을 부렸던 두정물산 임병선 사장의 아들 임범준씨 사건에 이어 기업 대표의 자녀가 갑질을 한 사건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언론의 미확인된 보도 때문에 엉뚱하게 술집이 비난을 받은 상황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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