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집무실에 있었는지 관사에 있었는지) 그것은 제가 알지 못합니다”(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2014년 7월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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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는 대통령이 집무를 볼 수 있는 곳이 여러 곳이다. 당시 관저에 있었고 대통령의 사사로운 생활은 알지 못한다”(김기춘, 7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참사 당일 대통령 관저 출입자는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이영석 청와대 경호실 차장, 5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조특위 기관보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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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16일 출입기록에 따르면 미용사 2명이 오후 3시20분쯤부터 한 시간가량 청와대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청와대, 6일 ‘세월호 사고 당일 의혹 제기와 관련한 참고자료’에서)
하지만 청와대엔 간호장교 2명이 출장이 아닌 상주 근무했다는 점이 새롭게 드러났다. 그리고 이들은 국군수도병원이 아닌 서울지구병원 소속이었다. 청와대는 간호장교 출장 의혹이 불거진 후에도 이런 사실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늘 언론 보도 내용 중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유리한 사실관계만을 해명하며 진실을 은폐해 왔다.
JTBC 등의 지적대로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달 11일 세월호 참사 당일 외부인이나 병원 차량이 청와대를 출입한 적이 없다고 한 것도 궁색한 변명이다. 간호장교는 청와대 의무실에 상주 근무했기 때문에 별도 병원 차량이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청와대가 이처럼 결국 탄로 날 사실을 숨기려 드는 행위야말로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더욱 부추길 따름이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전속 미용사인 정아무개 원장과 메이크업 담당자 등 2명이 청와대에 들어간 사실도 언론 보도로 새롭게 밝혀졌다. 4월16일 오후 3시 박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준비를 지시한 후 전속 미용사와 메이크업 담당자에게 머리 손질 등을 받았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머리 손질은 20여 분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실제로 이들이 청와대에 머무른 전체 시간은 1시간25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런 사실도 숨기며 “참사 당일 대통령 관저 출입자는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다가 전속 미용사 등 출입이 밝혀지자 “미용사들은 2013년부터 계약을 맺고 출입증을 발급받아 거의 매일 출입하고 있는 내부인”이라고 발뺌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일부러 부스스하게 머리를 연출했다는 정 원장의 진술에 대해선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주로 관저 집무실에서 30여 차례의 보고와 지시를 내렸다는 청와대의 기록도 조금씩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014년 8월 조원진 당시 세월호국정조사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가 공개한 청와대 자료(대통령에 대한 보고 및 대통령의 조치 사항)에는 이 시각 안보실의 두 번째 유선보고만 기록돼 있고 대통령의 지시 사항은 없었다. 전화를 한 주체가 바뀌었을 뿐 아니라 대통령의 지시사항도 추가된 것이다.
2년 전 공개한 자료에서 청와대는 오후 2시11분에도 ‘안보실 유선 ⓹ 보고’라고만 밝혔지만 법원 제출 자료엔 대통령이 안보실장에게 전화해 ‘구조 진행 상황 점검 및 현장 상황 파악’을 했다고 적혀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엔 ‘구조 진행 상황 재확인’이라고만 나와 있다.
대통령이 중대본 방문을 지시한 후 불과 5분 거리인 중대본을 방문하기까지 2시간15분이나 걸렸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데 300여 명의 아이들이 물에 잠겨가는 시간에 대통령은 머리를 부스스하게 연출하고 치장을 했다는 믿기지 않은 정황까지 드러났다. 나머지 5시간가량 대통령이 어디서 뭘 했는지는 여전히 의혹투성이다.
유인태 전 참여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은 “‘세월호 상황이 터졌다’ 하면 바로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벙커에 관련 참모들을 소집해서 시시각각 지시하는데 (여기 안 간 건) 이해가 안 간다”며 “관저에 TV와 전화가 다 있는데 그날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발견을 못 하고 있어요’ 했다는 건 TV도 안 보고 상황을 전혀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