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에서 청와대가 미국 최대 한인 여성 커뮤니티 ‘미시USA’를 견제한 정황이 등장했다. 미시USA는 2014년 성금을 모아 뉴욕타임스 등에 세 차례에 걸쳐 세월호 참사 애도 전면광고를 게재한 곳이다. 각종 연예인 관련 소식 뿐 아니라 2012년 윤창중 성추행 논란이 이곳을 통해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2014년 10월10일 보수단체 블루유니온이 미시USA 관련자인 노길남씨 등 30여명에 대해 법무부에 입국거부를 청원했다. 청와대가 이를 사전에 알고 주목했다는 사실이 비망록을 통해 확인됐다.

비망록 2014년 10월9일자에는 “미시USA – 노길남 해외국익 훼손 불순분자, 인적사항 확인. VISA 거부 등 입국 차단 등 응징 필요, 법무부 출입국 – 국정원 연계”라고 적혀있다. 국정원과 연계해서 노씨 등에 대해 입국거부를 지시하라는 내용으로 추정된다. 

다음날인 10일 블루유니온이 등장한다. 블루유니온이 실제 노길남 등에 대해 입국거부청원서를 제출한 같은달 10일자 비망록에는 “블루유니온 – 입국거부 청원서 법무부 제출 – 미시USA”라고 적혀있다.

김영한 비망록 10월9일과 10월10일자.

▲ 2014년 5월 뉴욕타임스에 실린 세월호 관련 전면광고의 일부

블루유니온 대표 권유미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블루투데이는 이날 “입국거부청원대상자인 노길남은 김일성 대학에서 사회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북한에 62차례 드나들며 북한 세습독재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김씨 인가를 찬양 및 선전하고 있다”며 노씨를 ‘반미·반정부 집회 주동자’로 표현했다.

앞서 같은달 6일 블루유니온은 박 대통령 퇴진 및 해외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며 미시USA의 실소유기업 ‘(주)해오름아이’를 포함해 미시USA 회원 일부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고, 다음날인 7일 미시USA가 세월호 광고비 모금한 것을 두고 ‘불법모금 의혹’이라며 미연방수사국(FBI)과 미국세청(IRS)에 조사를 요청했다.

비망록에는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조선일보에 실린 탈북자 이애란 박사의 글을 유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도 담겨있다.

비망록 10월19일자에는 “미시USA – 탈북 이애란 박사 1980년대 중반 북미지구로 북한 공작 대상 확대→조선닷컴”, “長, 미시USA 관련자 불순 친북인사 북-미-캐나다 이석 공작 – 조선닷컴 이애란 폭로 널리 알도록 — 실상전파 노력 계속 요”라고 적혀있다. 長은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을 뜻한다.

2014년 10월17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탈북 1호 박사 이애란의 북한통신] 미시USA의 뒤에 어른거리는 북미주의 종북세력”이란 글을 보면 이 박사는 미시USA에 대해 비판했다.

이 박사는 박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참석할 때 규탄집회를 한 것을 두고 “미시USA 주도의 시위를 계획하고 운영한 핵심들이 김현환, 김동균 목사와 노길남 민족통신대표라고 하니 소름이 끼치고 말 그대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며 “북한의 대남전략이 이렇게까지 깊숙이 그리고 폭넓게 진행됐다는 것이 놀라웠다”고 주장했다.

▲ 블루유니온 홈페이지 올라온 블루투데이 기사화면 갈무리. 권유미 블루투데이 대표가 2014년 10월10일 법무부에 노길남 등 30여명에 대해 입국거부 청원서를 제출하는 내용의 기사.

이 박사는 이외에도 여러 칼럼을 통해 미시USA에 대해 ‘종북세력’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비판했다. 블루유니온 대표 권유미씨 등도 2014년 9월과 10월 ‘미시USA를 주도하는 인사들이 종북성향 단체 구성원’이라는 기사를 7차례 게재했다. 이에 미시USA회원 린다 리씨가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8월 “미시USA를 종북단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비망록에는 미시USA를 압박하기 위해 블루유니온, 조선일보, 이애란 박사, 국정원 등이 함께 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들의 연결고리를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정황도 있다. 지난달 시사저널과 인터뷰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19대 총선(2012년)에서 국정원이 이애란 박사를 추천했다고 들었는데 다음 날 비례대표 명단에서 빠졌다”며 “나중에 국정원에서 파악해 보니 최순실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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