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뉴스타파 앵커(MBC 해직PD)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여당 추천 유의선 이사(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무너진 MBC의 공영성 등을 놓고 한번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 이사와 최 앵커는 페이스북상에서 거친 ’설전’을 벌였다. 유 이사는 최 앵커에 대해 “진영 논리에 함몰돼 거짓 허위 왜곡보도만 한다”고 비난했고, 최 앵커는 “MBC 현 경영진이 MBC를 어떻게 망쳐왔고 그 경영진을 유 교수 당신이 어떻게 뽑고 지켜왔는지 다 아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입씨름의 발단은 최 앵커의 페이스북이었다. 그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대 언론학회(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영방송이 “권력 호위병 노릇만 한다”고 성명을 낸 기사를 공유하면서 “새누리당이 파견한 유의선 이화여대 교수가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등 극우 성향의 인물들과 손잡고, 불공정 보도를 하는 MBC 안광한 사장 등을 불러 따지자는 야당 이사들의 요구를 봉쇄하는 선봉에 섰다”고 비판했다.

▲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 페이스북.
최 앵커는 “유 이사가 선임됐을 때 우리는 그가 학자로서 상식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러나 선임 후 보여준 행태는 아스팔트 우파 출신의 이사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지금 우리는 그를 대표적인 어용학자로 분류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 교수를 잘 아시는 분이 계시면 말려주시라”며 “유 교수 때문에 MBC가 망하게 생겼다. 이화여대 학생들도 관심 좀 가져달라. 여러분들 가르치는 사람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이라고 직격했다.

그러자 유 이사는 댓글을 통해 “최 PD님, 난 이제 이 순간부터 당신을 언론인으로 보지 않겠다”며 발끈했다. 유 이사는 “진영논리에 함몰돼 거짓 허위 왜곡보도만 하니... 난 MBC 경영진 편을 든 것이 아니다. MBC 보도의 양과 편집방향에 대해 방문진이 간섭한다면, 자칫 검열소지 및 방송법 4조의 편성자유 위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는 “내가 어용교수로서 (MBC) 본부장 소환을 반대했다고 사실 왜곡을 하니 참 어이가 없다”며 “방문진의 모든 의사결정은 최 PD처럼 감정적 기분이 아니라 법적 판단에 따라 이뤄진다는 걸 아시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유 이사는 이어 “언제든지 이 일로 최 PD와 토론할 수 있으니 제 연구실로 혼자 오시라”며 “혼자 오시라고 하는 것은 현재와 같은 위중한 시점에서 자기 입맛에 맞는 왜곡된 편집을 원치 않아서 그런다. 상황이 차분해지면 최 PD님과 공개토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MBC 해직PD·왼쪽)와 유의선 방송문화진흥회 여당 추천 이사. (사진=미디어오늘, 방송학회)
유 이사는 “단지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진영논리만을 앞세워 이런 식으로 한 개인을 모욕하지 말아달라”며 “선동을 조장하는 당신의 이런 모습은 당신을 추하게 만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최 앵커는 “MBC 현 경영진이 MBC를 어떻게 망쳐왔고 그 경영진을 유교수 당신이 어떻게 뽑고 지켜왔는지 다 아는 사실”이라며 “나는 언제나 당신과 동료 아스팔트 이사들이 어떻게 MBC를 망쳤는지 토론할 의사가 있다. 유 교수 우리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한번 토론하자”고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유 이사는 “언론 플레이 하지 말고 (제 연구실로) 오라”며 “나중에 사회가 차분해지면 공개토론을 하자”고 말했다. 사회가 매우 흥분된 상태이니 토론 결과에 대한 정상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공개토론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해야 한다는 것. 카메라 등 언론을 대동하지 말고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논쟁을 지켜본 페이스북 유저들은 “열심히 부역이나 하세요. 유선생님”, “유 교수는 지금까지 MBC가 보여준 방송 행태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보는가”, “권력에 붙어 곡학아세하는 당신같은 사람들과 소위 경영진이라는 사람들이 MBC를 망쳐 놓은 것 아니냐” 등의 의견을 내놨다.

MBC PD 출신의 조능희 언론노조 MBC본부장도 “박성제 기자와 최승호 PD를 증거없이 해고했다는 경영진을 비호하면서 학생들에겐 뭐라고 말씀하시냐”며 “일단 짤리면 가만히 있는 거다, 그렇게 가르치진 않으시지 않나? 여전히 안광한 경영진을 옹호하는 여러 증거들이 우리 조합에 있으니, 공개토론하자”고 제안했다.

유 이사는 “혼자 ‘아무것도 들고오지 말고’ 오셔서 저와 이런 저런 얘기를 우선 솔직하게 나누자는게 큰 잘못인가”라며 “그리고 주관적 인식하에 제 동료 운운해가면서까지 학문 세계를 너무 모욕하지 말라”고 말했다.

최 앵커, 조 본부장 등의 댓글이 이어지자 유 이사는 “제가 우려하는 사회적 압력이 들어오기 시작한다”라고 말하며 “카메라 등 취재도구를 모두 생략한다는 약속 지키시고 혼자 오라.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저희 대학원 학생 몇명과 공영방송 실체 해부에 대한 공개토론 자리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앵커는 “우리의 즐거운 토론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후학들을 위해서도 그렇지 않을까. 카메라가 불편하신가. 왜 기록을 마다하나. 학문은 공개검증을 받아야 하는 거다”라고 반박했다.

유 이사는 “때론 방청객이 없는 소주 한 병만 있는 술자리에서도 서로가 진정성만 있다면 진솔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서로를 의심하고 불신하면 진솔한 대화는 없고 진영 전략만 난무하게 된다. 그런 자리는 사절한다”고 말했다. 유 이사는 ‘기록에 남는 공개토론’은 끝내 사양했다.

▲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 페이스북.
유 이사는 지난 9월 ‘MBC 안광한 사장 해임 결의의 건’을 각하시키는 등 MBC 경영진을 비호해온 대표 여당 이사다.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최 앵커와 박성제 MBC 기자를 ‘증거없이 해고했다’는 발언이 담긴 녹취록 진상규명에 대해서도 “검찰에 고발된 사안이니 수사와 재판 결과가 나와 봐야 합리적 판단이 가능하다”며 경영진을 두둔했다.

고 이사장과 여당 추천 이인철 이사가 지난 10월 방문진 이사회에서 2시간여 동안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공산주의자인지 일장 연설을 할 때도,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강력한 분”이라며 “나름대로 사상 검증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며 일관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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