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사회’다. 뉴스 유통을 틀어쥔 포털과 소셜미디어는 알고리즘을 통해 뉴스를 제공한다. 언론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 많은데, 저널리즘 발전보다는 언론사 이익추구에 치우쳐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널리즘학연구소가 11일 오후 주최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 세미나’에서 알고리즘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진민정 저널리즘학연구소 박사는 “많은 뉴스매체들이 알고리즘을 이용하고 있지만 검색엔진과 소셜미디어와 같은 디지털 정보중개자의 알고리즘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진민정 박사에 따르면 페이스북에서 알고리즘 필터가 없을 때 진보성향의 이용자가 보수적 정보를 이용하는 비율이 45%에 달했으나 알고리즘을 적용하니 24%까지 떨어졌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편향적 뉴스소비 습관을 만들고,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제약을 가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어떤 행위들을 어떤 방식으로 수집해 분석하고 추천하는지 등 알고리즘 권력에 대한 비판적 인식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 사진=테크니들.


민노 슬로우뉴스 편집장은 “알고리즘에는 거대기업의 장기적인 이익과 안정적인 수익모델의 확보가 우선 고려될 것”이라며 “소비자 뿐만 아니라 생산자들도 생존을 위해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패턴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이 동영상에 대한 노출 가중치를 적용하면, 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견제하려는 게 아니라 언론이 동영상을 더 많이 제작하는 식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언론사 패널들은 ‘포털의 뉴스편집 알고리즘’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며  좋은기사가 노출되지 않거나 자사 언론사 기사를 베낀 다른 언론사 기사가 노출되는 등 편집행위가 공정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봉현 한겨레 미디어전략부국장은 “포털이 사회적 영향력이 막강한데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알고리즘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대략적인 기준은 말해주지만 명확하지 않아 들쭉날쭉하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문소영 서울신문 사회2부장은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 게 올바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 않나”라며 “(알고리즘 작동방식의) 일정수준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승 카카오 정책지원팀 이사는 언론계의 비판에 관해 “이용자가 찾고자하는 정보를 순서를 매겨 주는 게 알고리즘인데 어떻게 중립적일 수 있겠나”라며 “공정성이라는 가치 역시 언론마다 다르고, 언론사 신문 1면 편집 권한처럼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알고리즘의 공정성은 편집내역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구조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언론계의 비판에 대해 △이미 카카오 루빅스는 기본적인 편집원칙을 공개하고 있고 △포털은 신문법 적용, 기금 마련, 뉴스제공 대가 제공 등 사회적 책무를 하고 있고 △루빅스 도입 이후 뉴스소비양이 늘어나는 등 저널리즘에 기여하는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성규 메디아티 랩장은 “언론이 자신들의 저널리즘 문제를 포털에 대한 책임으로 떠넘기는 건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면서 “생태계 복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고리즘 윤리코드’를 언론과 포털이 함께 만드는 등 생산적인 논의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언론과 기자들은 알고리즘이 우리 일상과 뉴스소비를 지배하는 점에 대해 연구하지 않고 감시하지 않는다. 방기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알고리즘이 뉴스를 생산하는 로봇 저널리즘 ‘만능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언론에서 로봇저널리즘을 통해 기사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로봇 기자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현실이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현재 나온 로봇저널리즘은 탬플릿에 기반해 기사를 끼워넣는 초보적인 알고리즘인데 엄청난 것처럼 여겨진다”면서 “사람이 하기에는 자잘하거나 복잡한 데이터 분석 작업을 하는 역할에 국한된다. 맥락을 부여하는 건 결국 인간 기자로 로봇이 기자를 대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메디아티 랩장은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과연 알고리즘이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있을까”라며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가능성을 모델링하는 건 가능하지만 왜 트럼프가 당선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알고리즘과 기자와의 협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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