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최순실 게이트 단독보도’가 쏟아지지만 공영방송은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이다. 사안이 명명백백해질 때까지 관련 보도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3당 및 무소속 의원들은 7일 오후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의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비판하고 새누리당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논의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의원은 “KBS와 MBC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사실상 국영방송 내지 정권호위방송처럼 운영되고 있다”면서 “종편이나 다른 지상파 민영 방송사가 일제히 보도하는 국민적 관심사항인 박근혜 정권의 엄청난 비리와 국정문란 처사에 대한 보도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3당 및 무소속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의 최순실 보도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최순실 게이트가 밝혀질 때까지 공영방송의 역할은 미미했다. TV조선이 미르, K스포츠재단의 모금과정을 추적하고, 한겨레가 재단의 실세가 최순실씨임을 밝히고, JTBC가 최순실씨의 PC를 입수해 국정농단을 입증할 때까지 결정적 보도를 한 건도 하지 않았다. 뒤늦게 가세한 SBS는 공영방송과 달리 독일 현지 비덱의 입출금내역서를 입수해 보도했고 삼성과 최순실씨의 관계를 캐내고 있다. 

이들 의원은 “그나마 마지못해 뒷북 보도에 나선 KBS와 MBC지만 그 내용은 다른 언론의 보도를 물타기하는 데 그치고 있다”면서 “국기 문란 범죄에 대한 대통령의 변명과 대통령 보호용 꼬리 자르기 행사를 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첫 소식으로 다루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것은 자신의 잘못이라며 책임질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KBS 뉴스9는 “박 대통령은 모든 사태는 자신의 잘못이라며, 검찰 조사는 물론 특검 수사도 받겠다고 밝혔다”면서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하기 급급했다. 같은 지상파인 SBS의 8뉴스가 “하지만 특정인의 비리일 뿐, 자신과는 직접 관련이 없음을 내비쳤다”고 지적한 것과 대조적이다.

MBC는 JTBC가 입수해 보도한 최순실씨의 PC가 최씨의 것이 아니라는 보도를 하는가 하면, 우병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 감찰 때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정보유출을 기사화해 물타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 ‘태블릿PC 내 것 아니다’라는 최순실 주장에 힘 실어준 10월 27일 MBC 보도

▲ 지난 10월25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 4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이 같은 공영방송의 보도는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7일 MBC 김주만 사회1부 데스크는 사내게시판에 “뉴스 개선은 보도국장의 퇴진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글을 올리고 “정권의 힘이 무서워 보도를 못하는 상황이라면 특종보도는 못해도 최소한 국장은 사실관계에 대한 취재라도 지시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김희웅 MBC 기자협회장은 2일 사내 게시판에 최순실 보도에 대한 반성문을 올렸다.

KBS는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잇따른 최순실 게이트 낙종에 대한 비판이 나왔고 김인영 보도본부장이 지난 31일 사퇴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야3당 및 무소속 의원들은 “공영방송 정상화는 여야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여당은 즉각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야3당 및 무소속 의원 160명은 지난 7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KBS·MBC·EBS 공영방송 이사를 13명(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6명)으로 늘리고 사장추천위원회 설치와 특별다수제(사장 임면 시 이사 2/3 이상 찬성 동의) 도입, 사업자와 종사자 동수(5대5)로 구성된 편성위원회 구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EBS의 경우 교육방송 특성상 여당의 이사 추천 과정에서 교육부장관이 추천하는 1인과 교육관련 단체에서 추천하는 사람 1명이 포함되도록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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