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의 주인공, 최순실씨가 30일 오전 비밀리에 귀국했다. 최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동북아 이경재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으로 인해서 좌절감 허탈감 가져온데 깊이 사죄드리는 심정을 토한다”고 밝혔다.

주목할 부분은 이 변호사가 “ 현지에서도 언론의 추격이 너무나 심해서 런던을 통했다”고 말한 대목이다. 이 변호사는 “최씨는 너무나 큰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된 상태”라며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말한 ‘불상사’는  무엇일까. 

일단 최씨는 언론의 추격이 코앞까지 다가오면서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독일 하센주에 머물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일부 누리꾼들은 사진 속의 콘텐트 위치 등을 지적하며 독일이 아니라 벨기에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씨는 독일이 아니라 영국에서 비행기를 탄 것으로 확인됐다.

최순실 게이트가 정권을 뒤흔드는 초대형 게이트로 비화한 데다 국제적인 이슈가 된 상황이라 해외에 은둔하는 것 보다 오히려 보는 눈이 많은 국내가 안전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국정 농단의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박 대통령이 사실상 이를 시인하고 언론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언론이 최씨의 행적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신변의 위협을 느꼈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진실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는 누군가에 의해 예측하지 못한 일을 당할 수 있다고 보고 오히려 검찰에 신변을 의탁하는 게 안전할 거라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또는 실제 이상으로 자신의 범죄 혐의가 부풀려져 있다고 보고 일단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면서 자신의 혐의를 소명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최씨가 조기 귀국하고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최순실 게이트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청와대가 최씨와 거리를 두고 소극적으로 해명하는 입장이었다면 앞으로는 청와대가 직접적인 검찰 수사 대상이 된다. 역시 최순실 게이트의 당사자인 우병우 민정수석 등이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도 팽배할 것이고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박 대통령이 직접 검찰 조사를 받게 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와 최씨가 사전에 입장을 조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정 전반을 최씨와 논의해 왔던 박 대통령의 그동안 행적으로 볼 때 최씨의 귀국은 이미 청와대와 협의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최씨가 비서관 등을 통해 보고서를 받아보긴 했지만 실제로 국정에 관여하지는 않았고 충실한 보좌진 역할에 머물렀다는 정도로 꼬리를 자르고 빠져나가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등의 비리 의혹을 최씨의 측근 비리 정도로 축소시키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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