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언론인들의 ‘2016 자유언론실천 시민선언’을 앞두고 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 기자가 “현직 언론인들이 42년 전 선배들이 했던 것처럼 다시 일어서 주길 기대한다”며 편지를 보내왔다.

동아일보 언론인들이 지난 1974년 10월24일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통해 언론의 자유를 기치에 내걸고 박정희 유신독재에 맞선 역사를 기리며 전·현직 언론인들이 24일 오후 ‘자유언론실천 시민선언’을 선포하는 것을 기리며 이날 한 통의 편지를 언론인들에게 보내온 것이다.

이 기자는 “24일 오후 6시에 열리는 행사에는 개인 사정으로 자리를 함께 하지 못한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여지없이 파괴됐다. 선배들이 피를 토하며 쟁취한 언론의 자유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 급기야 자유언론실천선언을 42년 만에 다시 하게 되는 참담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개탄했다.

이 기자는 “저 역시 이 시대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작금의 상황을 생각하면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말 그대로 속이 썩어 내린다. 하물며 현직 언론인들의 심정은 어떠하겠나. 이제는 현직 언론인들이 42년 전 선배들이 했던 것처럼 다시 일어서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이용마 MBC 해직기자. 사진=최창호 way PD
이 기자는 이어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는 결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며 “1987년 민주화 이전 선배들의 치열한 투쟁이 있었기에 우리는 20년 넘게 언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이제 후배들을 위해 현직 언론인들이 새로운 장을 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여러분. 현재의 언론 상황을 많이 개탄하고 계실 것으로 안다. 현직 언론인들을 향해 ‘기레기’라고 비난하시기 바란다”면서도 “하지만 그들을 향해 동시에 응원을 해주시기 바란다. 자신들의 위치에서 올곧게 저항해 나갈 수 있도록 그들에게 힘을 달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비난만으로는 사회를 바꿀 수 없다”며 “그들이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글을 맺었다.

이 기자는 2012년 MBC 파업에 노조 집행부로 참여해 170일 동안 공정방송 사수 투쟁에 나섰다. 이 때문에 MBC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1·2심 재판부는 “공정방송은 방송종사자의 근로조건”이라며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해고무효 판결을 내렸지만 대법원 판결은 기약 없이 미뤄져 이 기자는 4년 7개월째 해직 상태다. 그는 최근 복막암 판정을 받아 투병 중에 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는 자유언론실천선언이 42주년을 맞는 24일 오후 6시 프레스센터 19층에서 ‘2016 자유언론실천 시민선언’ 기자회견을 연다. 아래는 이 기자의 편지 전문이다. 

언론계 선배, 후배, 동료 기자 여러분!

MBC 해직기자 이용마입니다.

오늘(24일) 오후 6시 언론 현업인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모여 ‘2016 자유언론실천 시민선언’을 합니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개인 사정으로 자리를 함께 하지 못합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뜻 깊은 선언식이 있다고 해서 한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민주주의는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그 중에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토론을 통해 공론이란 이름으로 모아나가는 과정입니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와 동의어나 다름이 없습니다. 한 사회의 특정 세력만이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것은 독재입니다. 과거 우리는 그런 시절을 산 적이 있습니다. 바로 ‘자유언론실천선언’이 이뤄졌던 1970년대 얘깁니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언론의 자유는 확대되어 왔습니다. 우리 사회에도 민주주의가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그 수혜를 입어 언론인 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여지없이 파괴되었습니다. 선배들이 피를 토하며 쟁취한 언론의 자유가 한 순간에 무너졌습니다. 나름 열심히 싸웠지만 권력의 힘 앞에 무력했습니다. 그 결과 재벌언론 ‧ 족벌언론은 물론 공영언론마저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정권의 이해에 맞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역할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혼용무도, 지록위마와 같은 용어가 일상화된 사실만 들어도 알 수 있습니다. 급기야 자유언론실천선언을 42년 만에 다시 하게 되는 참담한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저 역시 이 시대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작금의 상황을 생각하면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속이 썩어 내립니다. 하물며 현직 언론인들의 심정은 어떠하겠습니까. 이제는 현직 언론인들이 42년 전 선배들이 했던 것처럼 다시 일어서 주기를 기대합니다.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는 결코 저절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전 선배들의 치열한 투쟁이 있었기에 우리는 20년 넘게 언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 후배들을 위해 현직 언론인들이 새로운 장을 열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여러분. 현재의 언론 상황을 많이 개탄하고 계실 것으로 압니다. 현직 언론인들을 향해 ‘기레기’라고 비난하시기 바랍니다. 당연합니다. 응분의 조치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향해 동시에 응원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자신들의 위치에서 올곧게 저항해 나갈 수 있도록 그들에게 힘을 주십시오. 비난만으로는 사회를 바꿀 수 없습니다. 그들이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2016. 10. 24.

이용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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