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고령층 독자 비중이 국내 주요 일간지 가운데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일보가 ‘실버 운전’을 주제로 기획 시리즈를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4일 1면 “서울 택시기사 절반이 ‘60대 이상’”이란 기사에서 “교통안전공단의 2013년 10월 논문에 따르면 사업용 차량을 25년 이상 운전한 65세 이상 운전자 가운데 73.1%가 직전 3년간 사고를 낸 경험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반면 운전 경력 5년 이하인 운전자의 3년간 사고율은 7.5%”라면서 “고령 운전자의 사고율이 신참보다 10배 가량 높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온라인판 제목은 “택시·버스 고령 운전자 사고율, 젊은 기사의 10배”였다.

▲ 조선일보 10월4일 1면.
그러나 미디어오늘이 확인 결과 조선일보가 인용한 논문은 단순히 고령 운전자들이 젊은 운전자들보다 10배나 사고를 더 많이 낸다는 내용이 아니었다.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 가운데 65세 이상이고 면허를 딴 지 25년 이상 된 사람의 최근 3년 간 사고율이 73.1%인 것은 맞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신참” 또는 “젊은 기사“라고 표현한 운전 경력 5년 이하의 운전자 사고율 7.5%는 전체 운전자 가운데 면허를 딴 지 5년 이하인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산정한 것이다. 65세 미만만 따로 뽑은 것이 아닐뿐더러, 65세 미만 5년 이하 운전자들만 놓고 보면 오히려 사고율이 1.4%로 더 낮다. 애초에 비교 대상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 조선일보 10월4일 온라인판 기사 갈무리.

이런 단순 비교는 여러 가지 함정이 있다.

일단 ‘25년 이상’이란 건 25년 동안 운전을 했다는 의미가 아니고 면허를 딴 지 오래 됐는데 실제로 운전 경력은 많지 않은 ‘장롱 면허’ 소지자도 포함된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현 직장 경력 기준으로 3년 이하와 25년 이상을 구분하고 있는데 고령 운전자의 경우도 3년 미만은 사고율이 34.5%인데 25년 이상은 9.9%로 오히려 줄어든다. 전체 연령 기준으로 보면 현 직장 재직 경력 3년 미만은 56.1%인 반면, 25년 이상은 0.8%로 줄어든다.

조선일보 논리대로라면 고령층 신참 운전자가 사고율이 훨씬 적다는 엉뚱한 결론도 가능하게 된다. 

▲ 논문, "고령운전자와 비고령운전자의 사고특성 비교 연구: 사업용자동차를 중심으로", 유진화·최경임. 2013.
재직 경력 3년 이하 운전자들 가운데서도 오히려 고령 운전자들 사고율이 낮고 고령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재직 경력이 길면, 다시 말해 장롱 면허가 아니라 실제로 운전 경력이 긴 운전자들은 사고율이 훨씬 낮다는 이야기다.

고령 운전자들이 상대적으로 사고율이 높은 건 여러 통계로 입증되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조선일보처럼 “고령 운전자 사고율이 젊은 기사들보다 10배”라는 건 지나친 비약이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논문에 활용된 통계를 정확히 표현하면
- 고령 운전자 가운데 면허를 딴 지 25년 이상된 운전자들의 사고율이 높다.
- 그러나 고령 운전자 가운데서도 면허를 딴 지 5년 미만된 운전자들의 사고율은 낮다.
- 현 직장 재직 기준으로 3년 이하 경력 운전자들의 경우 고령 운전자들의 사고율이 전체 대상 운전자의 사고율보다 낮다.
- 현 직장 재직 기준으로 25년 이상 경력의 고령 운전자들의 사고율이 3년 이하 경력 운전자들 사고율 보다 낮다.

▲ "사업용자동차 운전자 현 직장경력과 면허경과 년 수에 따른 사고운전자 현황" 논문을 기준으로 미디어오늘이 재가공.
결과적으로 조선일보가 인용한 논문만으로는 고령 운전자가 젊은 운전자보다 사고를 10배나 더 많이 낸다고 볼 근거가 없다. 단순히 면허 취득 기간과 연령을 교차 비교해서 이런 결론을 끌어내는 건 지나친 비약이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통계는 오히려 신참 운전자보다 ‘장롱 면허’가 훨씬 더 위험하고 실제로 운전 경력이 많을수록 사고율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전체 인구구조에서 고령층 비중이 높아지면서 당연히 전체 운전자 중에서 고령 운전자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고령 운전자들 사고 건수가 늘어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고령 운전자들 대상으로 정밀 적성검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충분히 일리가 있지만 통계가 정확해야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해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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