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세금 문제가 트럼프를 끝장낼 것 같습니다. 지난 1일 저녁 9시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1995년 세금신고를 입수했다고 터뜨렸습니다. 트럼프가 1995년 적자 9억1천만 달러 때문에 당해 소득세를 안냈으며 누적적자로 이후 18년간 소득세를 안냈을 거라는 폭로입니다.

이런 폭로는 이른바 ‘결정적 한 방’이 됩니다. 왜냐하면 지난달 26일, 대통령후보 토론회에서 트럼프는 클린턴 후보가 3만 건 이메일을 공개하면 자기도 세금신고내역을 공개하겠다고 응수했던 장면이 모두에게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그 장면이 ‘트럼프의 반격’이라며 방송과 인터넷에 흐르고 있는데, 이번에 뉴욕타임스는 완벽하게 그 흐름을 타면서 한 방 날린 격입니다.

특종은 보통 익명 제보에서 출발합니다. 1990년대 엄청난 특종을 거듭했던 MBC PD수첩 관계자나 최근 탐사보도 전문기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이번 뉴욕타임스 특종도 마찬가지입니다. NYT 메트로 기자인 수전 크레익이 지난달 23일 사내 우편함에서 마닐라 봉투에 싸인 우편물을 뜯어보면서 한 편의 드라마가 시작됐습니다.

▲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트럼프의 세금 신고 자료.
얼핏 생각하면 제보를 받아 쓰기만 하면 되니까 이런 사건은 언론사가 편하게 한 껀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왜 제보자가 다른 언론이 아닌 ‘바로 이 언론사’에게 특종감을 전달할지 생각해 보세요. 언론사에 대한 신뢰, 특히 (1) 제보를 반드시 기사화할 것이라는 믿음과 (2) 정보원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으면 고발이 쉽지 않습니다. 이게 특종을 하는 언론사가 반복해서 제보를 받고, 다시 특종하게 되는 선순환을 낳습니다.

어쨌든 아래 뉴욕타임스 기사를 보면 최고의 탐사보도팀을 갖고 있는 뉴욕타임스가 어떻게 제보를 처리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네요.

(1) 9월 23일 봉투를 확인한 크레익 기자가 데스크에 보고합니다. 탐사보도 데스크 바스토우는 4명으로 검증팀을 구성해서 바로 진본 여부부터 확인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세금전문가를 고용해서 세금신고서 숫자를 맞춰보고, 1995년 이후에도 세금을 안 냈다면 이유가 뭔지 검토합니다.

(2) 9월 28일 진본 확인에 성공합니다. 80살 먹은 전 트럼프 세무변호사를 만나자고 설득한 겁니다. 바스토우 데스크가 직접 플로리다로 날라가 문서와 맥락을 검토합니다. 기사를 보면 아시겠지만, 1990년대 재벌의 절세수법에 대한 트럼프 전 세무변호사의 이야기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기사로 바스토우는 4번째 퓰리처 수상이 유력해졌습니다.)

(3) 법적 검토도 동시에 진행합니다.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당사자 확인없이 세금신고서를 공개하는 것은 위법입니다. 따라서 NYT는 위법을 무릅쓰고 보도해야 하는 입장인 겁니다. 물론 뉴욕타임스는 공익성과 사실성을 이유로 면책을 주장할 겁니다. 그러나 만약 검사가 기소하면, 법원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정보원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언론사가 정보원 자료를 내놓지 않을 때 사태가 심각해지죠. 흥미롭게도 지난달 10일 뉴욕타임즈 편집장인 바케에는 마치 이 사태가 벌어질 것을 예견했다는 듯이 ‘사내변호사가 트럼프 세금신고를 공개하는 걸 반대한다고 해도, 공익을 위해 보도할 것’라라고 공언했습니다. 그리고 ‘감옥에라도 가겠다’고 말했답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열린 퓰리처 100주년 기념 세미나 자리였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도 그 자리에서 동의했다네요.

(4) 10월 1일 아침에 당사자 확인단계를 거칩니다. 트럼프 측에 사실관계를 재확인하고 논평과 반박할 기회를 준겁니다. 트럼프는 문서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고, 신고액 적자 9억1천만 달러에 대해서도 ‘확인도 부정도 하지 않’습니다. 기사가 나간 후에 트럼프는 ‘20년전 문서를 불법취득’했다며 ‘당사자 확인 없는 세금신고 공개는 불법’이라고 공식 논평했습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위키미디어.
소송을 즐기는 트럼프의 성격을 고려하면 이제 곧 고발이 이루어질 것 같지만, 글쎄요 좀 더 지켜봐야겠네요. 이 사안이 시끄러울수록 트럼프 캠프는 괴롭기 때문입니다.

(5) 10월 1일 저녁 9시 10분. 뉴욕타임스는 웹사이트에 바스토우와 크레익, 그리고 2명 팀원의 이름을 걸고 첫 기사를 내보냅니다. 제보를 받은  지 8일째입니다.

정말 욕나오게 멋있죠. 환상적입니다. 우리 조선일보와 한겨레도 미르재단과 K스포츠 관련 보도관련해서 이미 열심히 하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조금 더 힘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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