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유튜브와 같은 유사방송을 방송처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방송통신심의위(방통심의위)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늘고 콘텐츠 소비방식의 변화로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도 방송처럼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MCN(멀티채널네트워크)등 관련 업계는 “이제 시작하는 사업을 죽이려 하느냐”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규제에 부정적 입장을 냈다.

지난 2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통심의위 주최로 열린 ‘스마트미디어 확산에 따른 유사방송 콘텐츠 규제 체계 정비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이향선 방통심의위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현행법상 콘텐츠를 방송과 정보통신 콘텐츠로 분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현재 시대에 맞지 않다”며 “유럽연합(EU)의 경우에는 방송과 유사방송의 경계를 구분 짓고 규제까지 하고 있으며, 규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미국도 콘텐츠를 구분 짓는 체계는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 2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주최로 '스마트 미디어 확산에 따른 유사방송 콘텐츠 규제 체계 정비 방안 모색'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OTT(Over The Top)서비스가 확산되면서 VOD,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슬링박스(Slingbox) 서비스 등이 모두 OTT에 포함되는 추세이며 영향력도 기존 방송에 비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를 제도권 틀에서 다뤄야한다는 게 방통심의위 입장이다. 이와 관련 19대 국회에선 ‘방송법’과 ‘IPTV법’을 통합한 방송법 개정안이 정부입법으로 제출됐으나 폐기됐다. 이 법에선 OTT와 인터넷기반 동영상서비스는 배제된 상태다.

이향선 선임연구위원은 “OTT 사업자들이 방송 프로그램이나 방송과 유사한 콘텐츠로 영리 활동을 하고 일반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데 서비스 방식이 기존 사업자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은 혼란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에선 청소년들이 OTT서비스로 성인 광고 등을 볼 수 있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이경화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는 “최근 웹드라마나 유료보기 서비스 등에 관련규제가 없어 청소년들이 성인광고 등 노골적인 광고에 노출돼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기관이 직접적으로 규제를 하지 않더라도 모니터링 기관 등에 예산을 지원하는 식의 방법도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토론회 분위기는 대체로 유사방송을 규제해선 안 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OTT 서비스사업 ‘pooq’을 제공하는 (주)콘텐츠연합플랫폼 이희주 전략기획실장은 “방통심의위는 관련 사업자들을 옥죄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현재 OTT는 한국에서 4년밖에 되지 않았고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방통심의위의 연구는 울고 싶은데 뺨때리는 격”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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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주 실장은 콘텐츠가 제대로 된 값을 받지 못하는 한국의 실정이 유해성 있는 콘텐츠를 더 많이 유통하게 되는 이유라며 규제가 아닌 유료방송 가격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미국의 경우 케이블TV가 한 달에 10만 원 정도인데 한국은 1만 원 선이거나 그 이하이며 콘텐츠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유료방송 등 콘텐츠 사업자에게 적정한 가격을 지불한다면 유해성 있는 콘텐츠는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진희 MCN협회 사무국장도 “일부 문제 있는 콘텐츠 제공자들 때문에 사업 자체를 규제하겠다는 것은 시장을 죽이겠다는 말”이라며 “정부 차원의 규제가 아닌 자율규제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입법조사처에서도 해당 규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김유향 국회 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장은 “현재 방송 관련 콘텐츠 사업은 기존에 정부가 정한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해졌다”며 “심의의 대상이 넓어진다면 규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대상이 많아져 기존의 심의에도 형평성논란 등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사업자들과의 형평성 논란도 지적됐다. 곽동균 KISDI 방송미디어연구실 연구위원은 “현재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이 자율협의체에 참여하게 만드는 것도 굉장히 힘들었는데 이 외의 외국 사업자들을 방통심의위가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느냐”라고 반문한 뒤 “결국 국내 사업자들만 규제를 받는 등 규제 형평성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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