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가상현실)은 저널리즘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현재 한국에서 VR을 시도하는 언론사들이 내놓는 콘텐츠는 대부분 360도 화면을 담은 것들이다. ‘VR 체험’ 정도로 흥미를 끌 수는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VR 콘텐츠를 내놓으려면 ‘왜 VR로 뉴스를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이 필요하다.

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연 ‘VR과 콘텐츠의 미래’세미나에서 애나 세라노(Ana Serrano) 캐나다 필름센터 CDO(Chief Digital Officer)는 “VR로 만든 저널리즘 콘텐츠는 독자에게 더 큰 공감을 부를 수 있다”며 “VR로 저널리즘 콘텐츠를 만들려면 스킬뿐아니라 스토리텔링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주최로 'VR과 콘텐츠의 미래' 세미나가 열렸다. 애나 세라노 캐나다 필름 센터 CDO가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민경 기자
애나 세라노는 캐나다의 뉴미디어 기관인 캐나다 필름센터(Canada film centre, CFC)에서 1997년 설립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제작 센터인 ‘CFC 미디어랩’의 창립멤버로 14년 동안 미디어랩 디렉터로 일했다. 현재는 CFC의 CDO로 일하며 디지털 미디어 작품을 제작하고 스타트업에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애나 세라노는 VR과 저널리즘이 만난 사례로 영국 가디언의 ‘Guardian VR’을 꼽았다. 가디언의 ‘6x9’는 독방 생활을 체험하는 게임이다. 독방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공간이지 직접 느껴보라는 것.

애나 세라노는 “VR로 독방을 체험하면서 나와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며 “VR로 만든 뉴스는 평소에 이해하기 힘든 영역에 대해, 글로는 부족한 부분을 독자들에게 체험하게 하면서 더 큰 공감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애나 세라노는 재난 현장이나 긴박한 현장 등을 VR로 보여주면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VR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부분으로 애나 세라노는 게임과 스포츠 분야를 꼽았다. 게임 분야에서는 이미 수많은 가상현실 체험 게임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스포츠 분야에서는 VR로 생방송을 보여주는 것으로 수익을 끌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나 세라노는 “만약 인기가 많은 경기의 좌석이 매진됐을 때, VR로 경기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한다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만약 VR로 스포츠 중계를 한다면 관객석뿐 아니라 어떤 선수의 머리 위에 VR 기계를 둬 그 선수의 시점으로 경기를 볼 수 있는 등 새로운 방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애나 세라노는 VR을 다른 미디어들과 비교하기위해 ‘immersive’(컴퓨터나 영상 등이 사용자를 에워싸는 듯 한 느낌, 실재감)와 ‘interactive’(쌍방향의, 인터랙티브) 두 축을 이용해 설명했다.

▲ 애나 세라노가 VR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표.
가장 실재감이 느껴지고 인터랙티브한 환경으로는 영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홀로덱’으로 장치 안에 들어가면 현실과 같은 공간이 펼쳐지는 가상공간이다. 최근에는 여러 IT기업에서 홀로덱을 통한 증강현실 체험을 할 수 있는 VR 헤드셋 등을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와 반대로 가장 실재감이 느껴지지 않고 인터랙티브하지 않은 것으로는 전통 미디어, 책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홀로덱에 근접하는 ‘Roomscale VR’은 ‘사물인터넷’과 VR이 혼합된 경우다. 실제 사물들에 센서가 부착되어서 VR공간에서 사물이 어떤 다른 특정한 사물로 보이게 한다. 예를 들어 VR기계를 쓴 두 사람이 막대기를 주고받으면서도 횃불을 주고받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하는 식이다.

하지만 저널리즘에서 VR을 사용하는 경우 뉴스의 중요한 요소인 신속성을 놓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명일 경향신문 기자는 “뉴스에서 중요한 것은 신속성인데 VR은 태생적으로 제작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그렇다면 결국 VR은 주요뉴스가 아닌 보조적인 역할로 머무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애나 세라노는 “VR 기술이 발전한다면 결국 뉴스에서도 VR로 현장이 생중계될 것”이라며 “만약 스포츠 보도를 할 때, 어떤 선수가 골을 넣었다는 소식을 접함과 동시에 선수의 입장에서 골을 넣는 느낌을 VR로 체험할 수 있는 식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며 이를 위해 언론인들은 촬영 스킬 등 기술적인 면을 준비하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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