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선배들은 ‘해고 사유라도 알려달라’ 면서 송희영 편집국장을 찾아갔다. 당시 편집국 분위기에서는 그나마 이게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송희영 편집국장은 국장실에서 ‘스윙연습’을 하고 있었다.”

조선일보와 주간조선 기자를 지낸 이범진 ‘팩트올’ 발행인이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을 비판하는 글을 내놨다. 송 전 주필은 2005년 3월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맡았고 그 해 12월23일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이는 '크리스마스의 악몽' 이라 불렸다. 이 발행인은 당시 조선일보 18대 노조위원장이었다. 

이 발행인은 지난 8일 팩트올에 “조선일보 기자가 본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흔히 인과응보라고 부르는 이 연기의 법칙이, 살다보면 정말 있구나 싶을 때가 있다”며 “송희영 조선일보 전 주필의 경우가 그렇다”고 썼다. 

이 발행인 글에 따르면 당시 송 전 주필은 “올해 광고 상황이 좋아졌다. 그 덕에 지금은 회사에 돈이 있다”는 황당한 이유로 명예퇴직을 단행했다. 당시 기자협회보 기사에서도 송 전 주필은 “명퇴는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기회가 있을 때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사진=조선일보 기자 소개 페이지 갈무리
명퇴 대상으로 지목된 기자는 한 둘이 아니었다. 기준이 ‘10년차 이상 전원 대상’으로 매우 포괄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발행인 글에 따르면 그럼에도 기자들의 저항은 소극적이었다. “선후배들을 밀치고 나가는 송 전 주필의 위세 앞에서 수많은 기자들이 목소리 한 번 크게 내지 못했다.” 

수십년 청춘을 바친 직장을 떠나면서 ‘마지막 취재카드’로 후배들에게 술을 사주고 간 기자는 “돈 많이 벌어서 그랜저 타고 오겠다”고 했으며 “계약직이라도 좋으니 일자리를 달라”고 사정한 기자도 있었다고 이 발행인은 썼다. 하지만 어떤 기자도 공식적인 문제제기는 하지 못했다. 

이 발행인에 따르면 그나마 할 수 있는 용기있는 행동은 편집국장실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송 전 주필은 “해고 사유라도 알려달라”며 찾아 온 기자들에게 “네가 왜 왔어? 너는 아니야. 나가 봐”라고 말했다. “송희영 편집국장은 국장실에서 ‘스윙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골프채를 계속 휘둘렀다.” 

이 발행인에 따르면 당시 명퇴 사태로 조선일보를 떠난 사람 중 한 명은 퇴사 후 친구와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업은 실패를 거듭했고 그는 생계를 걱정하면서 방에서 스스로 목을 맸다. “기자들은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송 편집국장을 비난했다. 하지만 비난은 술자리에서만 이뤄졌을 뿐이다.”

명퇴의 후폭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에도 기자 12명이 잇따라 회사를 그만두었다. 당시 조선일보 노조가 평기자 의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59%가 “이직, 전직과 관련해 회사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부속품처럼 사용되다 버려질까 두려워서”라고 답했다. 

당시 편집국 한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지난해 연말 회사 쪽이 단행한 구조조정 과정을 지켜보며 ‘소모품처럼 쓰이다 언젠간 나에게도 닥칠 일’ 이라고 마음의 준비를 해왔는데 젊은 기자들이 잇따라 나가도 아무런 논의가 없는 걸 보면서 회사가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발행인은 “송 전 주필의 ‘골프스윙’은 11년 뒤인 2016년 8월,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며 “송 전 주필이 접대를 받았다는 런던의 ‘웬트워스 클럽’은 영국을 대표하는 명문 골프장으로 알려진 장소다. 이곳에서 스윙을 즐기면서 그는 11년 전 있었던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떠올렸을까”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 발행인은 “나는 송 전 주필이 이 글을 읽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보길 바란다. 이 세상에는 인과응보라는 것이 있다는 말을, 나는 믿기로 했다”며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침묵을 지켜야했던 조선일보 선배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며 글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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