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HIV감염인 인권침해 예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전 시립병원에서 진료시 발생할 수 있는 차별을 예방할 계획을 세우고, 오는 12일부터 치과를 운영 중인 시립병원 8곳에 대해 치과감염관리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보라매병원)이 HIV감염인 스케일링 치료를 하는데도 진료용 의자와 칸막이 등에 비닐을 씌운 후 시술해 논란이 된 것에 대한 서울시의 후속대책이다.

HIV감염인 A씨는 보라매병원에서 스케일링을 받으려고 했지만 거부당해 서울시와 보라매병원에 민원을 넣었다. 같은해 6월 보라매병원장은 “즉시시정 조치하겠다”며 사과했지만 비닐을 씌운 채 스케일링을 진행했다.

▲ 지난해 서울시립보라매병원에서 HIV감염인에게 스케일링 치료를 위해 별도의 공간에 마련한 의자를 비닐로 덮은 모습. 사진 =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제공

보라매병원 답변서에 따르면 HIV는 환경 중에서 매우 약한 바이러스로 공기 중에 단독으로 노출되면 3초 정도면 사멸하는 바이러스이고, 체액과 같이 유출되더라도 체액이 마르면 100% 사멸되며, 공기 중 비말(침방울)로 감염되지 않는 질병이다.

이에 지난해 10월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등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김장김치냐, 비닐을 치워라”, “페인트 칠하냐 비닐을 치워라”, “나도 인간답게 치료받고 싶다” 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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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해당 단체들은 이번 서울시 대책에 대해 “HIV감염을 이유로 의료이용과정에서 차별과 분리, 거부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서울시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우선 8개 시립병원(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 서북병원, 은평병원, 동부병원, 서남병원, 장애인치과병원,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치과에서는 HIV감염인이 마음 편히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이어 “나아가 적어도 13개 모든 서울시립병원에서는 HIV감염을 이유로 차별과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고대하며, 다른 병원들에도 확산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단체들은 몇 가지를 우려했다.

단체들은 “보라매병원이 전용 체어가 없어 HIV감염인 진료를 거부했듯이 다른 치과들에서 ‘체어 유니트용 일회용 커버’ 유무가 HIV감염인 진료 가능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여겨질까 염려된다“며 ”보라매병원이 과거에 행했던 것처럼 진료후 분무소독제를 이용하여 체어를 표면소독하는 것으로도 HIV감염을 막는데 충분하다“고 당부했다.

또한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1987년 모든 혈역과 특정 체액은 전염성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보편주의지침(universal precaution), 1996년 혈액 외 체액을 잠재적 오염원에 포함해 이에 대한 노출을 피하도록 하는 표준주의지침(standard precaution)을 만들었다”며 “감염병 환자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감염관리 수준을 끌어올려 인권침해소지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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