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박근혜정부 특별감찰 대상 1호가 됐다. 공영방송과 달리 종합편성채널은 이 소식을 적극적으로 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대통령과 구분 짓고 박 전 이사장의 개인적 경제난만 강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박 전 이사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뒤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이를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동생이라는 본인의 지위와 영향력을 이용해 1억 원을 빌렸고 일부를 갚지 않았다는 혐의다. 특별감찰관법 19조는 범죄 혐의가 명백해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고발하도록 규정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달 23일부터 3일간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연합뉴스TV 23개 시사토크프로그램을 모니터했다. 모니터링 보고서에 가장 적극적으로 해당 사건을 방송한 곳은 채널A였다. 채널A는 3일 간 7번 박 전 이사장 사건을 언급했다. TV조선이 6건, MBN이 5건, 연합뉴스TV와 JTBC가 2건, YTN이 1건으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내용이다.

민언련에 따르면 종편 시사토크쇼는 박 전 이사장 혐의를 다루며 △박 전 이사장 개인 일탈로 축소해 박 대통령과 선을 그었고 △권력형 비리가 아닌 경제적 어려움을 강조했으며 △박 대통령의 청렴을 강조하는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종편은 해당 사실을 은폐하지 않는 대신 청와대를 적극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 채널A 뉴스특급 8월24일 방송화면
대통령 친인척비리를 대통령과 분리시키는 방법 “둘 사이 나쁘다”

먼저 박 대통령과 박 전 이사장을 분리하며 대통령 친인척비리를 개인의 일탈로 축소하는 발언들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8월23일 채널A ‘뉴스특급’에서 “이 문제를 박 대통령하고 연결시키면 굉장히 문제가 있다”며 “오래전부터 박근령씨는 개인적으로 활동을 했고 가족 간에도 소송에 의해 앙금이 쌓여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옥임 전 새누리당 의원도 8월23일과 24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 대통령 자매가) 과거 대통령의 아들, 과거 대통령이 존중하는 형 이런 애틋한 관계가 아니”라며 “그 자매지간이 그렇게 좋은 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다 알려져 있는 사실 아닙니까? 오죽하면 언니를 형님이라 부르지 않습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은 이어 “김영삼 대통령 당시 김현철씨, 노무현 대통령 당시 노건평씨, 이명박 대통령 당시 이상득 의원과 다른 점은 박 대통령 개인 입장으로는 박근령씨 문제가 나올 때마다 참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지 않을까 한다”며 역대 대통령들의 친인척 비리와 이번 친인척 비리 행위를 구별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논란과 전혀 무관하다는 의미다. 

▲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 8월24일 방송화면
박근령 사기 혐의, 국민 대다수가 안타까움 느낀다?

박 전 이사장의 경제적 어려움을 강조하며 ‘사기 혐의’를 희석시키는 발언도 문제다.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전 경향신문 논설위원)는 8월24일 MBN ‘뉴스&이슈’에 출연해 “권력형 비리라든가 부패 행위는 아니지 않나. 일종의 생계형 비리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한 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느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고영신 교수는 이어 “현직 대통령이 언니고 동생도 EG회장으로 있을 정도로 탄탄한 재력을 갖고 있는데 당사자인 박근령씨가 저렇게 생활이 곤궁하고 사기까지 연루된 것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좀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전 이사장의 ‘특별한 지위’를 인정하면서도 생계형 비리로 치부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은 특별한 지위가 있는 경우엔 더더욱 비리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민언련은 박근령 보도 관련 최악의 프로그램으로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를 꼽았다. 박 전 이사장은 8월24일 이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 35분간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당시 박종진 진행자는 박 전 이사장의 생계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던졌고 박 전 이사장은 이에 맞게 생계가 어렵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가령 박 진행자가 “월 연금 이십만 원 플러스알파, 이 정도가 지금 월수입입니까”라고 물으면 박 전 이사장이 “공식적인 수입이 그렇게 된다. 파산신청을 하고 돈이 생기면 갚는 거지만 형님을 생각해서나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니 마치 제가 돈을 안 갚으려고 생각할까봐”라고 답하는 식이었다. 박 진행자가 “화면에서는 옷이 굉장히 비싸 보인다. 깨끗해 보이고…사실은 다 옷 주변에서 얻어 입으시고 그러신 거죠?”라고 물으면 박 전 이사장이 “친구가 굉장히 멋쟁이가 있다”며 “사이즈가 비슷해서 돈 안 들이고 좋죠. 고맙게 생각한다”고 답하는 식이었다. 

▲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 8월24일 방송화면
사기 혐의가 박 대통령 ‘청렴’의 상징이라는 황당 발언도 

나아가 박 전 이사장의 사기혐의가 박 대통령의 청렴의 상징이라는 황당한 발언도 나왔다. 이계진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8월24일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 쇼 플러스’에서 “현직 대통령의 형제가 이런 어려움을 겪고 살만큼 경제적으로 어렵다”며 “어떤 시각으로 보면 좋게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부정) 축재와 부정부패를 안 했다는 의미도 되지 않겠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민영삼 전 새천년민주당 부대변인도 8월25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왜 대통령은 안 도와주고 싶겠습니까”라고 되물은 뒤 “대통령이 아파도 지금 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박 전 이사장과 사이가 좋지 않음은 이미 알려진 공공연한 사실이다. 박 전 이사장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친인척 비리가 적은 점 역시 사실이다. 배우자·자식·부모가 없고 형제자매만 있는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 전 이사장의 사기 혐의는 박 대통령과 무관하지 않다. 박 전 이사장의 혐의는 본인의 지위와 영향력을 이용해 1억 원을 빌렸고 일부를 갚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전 이사장의 지위와 영향력은 박 대통령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돈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대통령을 감싸는 것이 아니라 진상규명이다. 본질이 희석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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