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 이후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릴 동력이 될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철수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날이었던 8월27일 광주를 찾아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반드시 정권교체 하라는 명령을 가슴 깊이 새기고 제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며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안 대표의 광주 발언은 이날 대권행보를 예고한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안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제안한 “통합”에 대해 지난 23일 “더는 양극단 중 한쪽이 권력을 잡는다면 불행한 사태를 맞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적 있다.

▲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최근 안 전 대표는 정부 비판 수위를 높이는 발언을 하며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려하고 있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문제에 대해 “이게 나라냐”라고 말하기도 하고,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3일에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가 공인 동물원”이라고 독설을 하기도 했다.

이에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제3지대론 등 국민의당을 당 안에서부터 힘을 흔드는 발언들을 견제하면서 동시에 빨라진 대선 시계에 자신이 건재한 존재라는 것을 드려내는 모습”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가 단일 주자로 끝까지 대선을 뛸 정치력이 있는 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나온다.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반기문 UN사무총장, 문재인 전 대표와 큰 차이로 3위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가장 최근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반기문 총장(21%), 문재인 전 대표(17.8%), 안철수 전 대표(11%), 박원순 서울시장(8.2%)순이었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사진 출처=리얼미터 홈페이지
올라가지 않는 지지율 때문에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제 3지대’를 만들어 유력 대선 후보들을 끌어 모은 후 ‘제 2 창당’을 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국민의당에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박원순 서울시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유력 후보들을 끌어와 경선을 해야 후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회의론의 근거는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의 여파 △사드 배치 반대론으로 보수층지지 동력 상실 △ 정치 현안 대응력 부족이 꼽힌다.

‘새정치’를 걸고 나온 국민의당에 총선 직후 터져 나온 리베이트 사건은 여전히 안철수 전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사건을 책임진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이후로도 검찰 수사가 계속되면서 사건이 종결됐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총선 직후 20%에 가까웠던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은 리베이트 사건 이후 넉달 동안 10%대 초반에서 오르지 못하고 있다.

▲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에 휩싸인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이 구속 전 피의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7월 11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또한 안 전 대표가 사드배치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총선 때와는 달리 보수층의 지지를 다시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4.13총선에서 국민의당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새누리당 이탈층이 꼽혔다.

총선 당시 안 전 대표는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내세우며 안보정책에는 보수적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드 정국 때는 가장 먼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새누리당 이탈층이 다시 빠져나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안철수 전 대표와 국민의당이 사드를 반대하면서 호남 ‘집토끼’를 먼저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며 “호남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았을 수는 있지만 과거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안철수 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돌아선 사람들에게는 마이너스가 됐다”고 말했다.

▲ 안철수 대표가 제10전투비행단의 무장전시장에서 F-4E 'Phantom2'에 탑승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안철수 전 대표가 정치현안에 정무적 감각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특히 안 전 대표가 최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보여준 모습과 소속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활동에서 낮은 평가가 나온 것을 두고 말이 많다.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조윤선 문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안 전 대표는 혹평을 받았다. 조윤선 후보자 청문회에서 다른 야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의 소득 증가분에 비해 신고 내역상 재산 증가분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는 “문화 분야에서 기회균등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 있느냐”, “예술 분야에서 표현의 자유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질문을 하며 예술 분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길게 늘어놔 인터넷 포털 기사 댓글 창에는 “안철수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하러 온 거냐, 강연을 하러온 거냐”는 식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또한 당시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이 “안철수 의원처럼 답변을 길게 듣는 인내심 있는 의원 봤느냐”는 말을 더해 ‘자당 의원 띄우기’를 한다는 비판까지 함께 받았다.

안 전 대표가 교문위 활동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6월17일 교문위 첫 회의 이후 거의 석 달 동안 제대로 된 상임위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지난 8월19일 교문위 예결소위에서 추경안 처리 합의가 무산되면서 전체회의가 취소된 날 홀로 안 전 대표가 회의를 참석한 일이 대표적이다.

▲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정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교문위는 누리과정 문제 등 논의로 연기됐다. 사진=포커스뉴스
국민의당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회의 일정 변경은 문자로도 오고, 보좌진들도 있는데 회의가 무산된 것을 몰랐다는 것은 황당하다”며 “청문회 때도 그렇고 회의 때도 보면 안 전 대표는 다른 의원들이 지적하는 것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제 3지대’를 만들어 후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고 하더라고 결국 자력으로 지지율을 높이는데 성공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안철수 전 대표가 자력으로 다시 도약 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다른 대선주자에 악재가 생기기거나 현재 거론되는 ‘제3지대론’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데 모두 외부에서 판을 만들어줘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DJP연합 당시를 생각해보면 제 3지대에서 성공하려면 아주 노련한 정치력이 필요하다”라며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는 현재 정책을 이끌어가는 능력이나 정치력 두 부분 모두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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