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 이후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릴 동력이 될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철수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날이었던 8월27일 광주를 찾아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반드시 정권교체 하라는 명령을 가슴 깊이 새기고 제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며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안 대표의 광주 발언은 이날 대권행보를 예고한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안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제안한 “통합”에 대해 지난 23일 “더는 양극단 중 한쪽이 권력을 잡는다면 불행한 사태를 맞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적 있다.
이에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제3지대론 등 국민의당을 당 안에서부터 힘을 흔드는 발언들을 견제하면서 동시에 빨라진 대선 시계에 자신이 건재한 존재라는 것을 드려내는 모습”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가 단일 주자로 끝까지 대선을 뛸 정치력이 있는 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나온다.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반기문 UN사무총장, 문재인 전 대표와 큰 차이로 3위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가장 최근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반기문 총장(21%), 문재인 전 대표(17.8%), 안철수 전 대표(11%), 박원순 서울시장(8.2%)순이었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회의론의 근거는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의 여파 △사드 배치 반대론으로 보수층지지 동력 상실 △ 정치 현안 대응력 부족이 꼽힌다.
‘새정치’를 걸고 나온 국민의당에 총선 직후 터져 나온 리베이트 사건은 여전히 안철수 전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사건을 책임진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이후로도 검찰 수사가 계속되면서 사건이 종결됐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총선 직후 20%에 가까웠던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은 리베이트 사건 이후 넉달 동안 10%대 초반에서 오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안 전 대표가 사드배치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총선 때와는 달리 보수층의 지지를 다시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4.13총선에서 국민의당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새누리당 이탈층이 꼽혔다.
총선 당시 안 전 대표는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내세우며 안보정책에는 보수적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드 정국 때는 가장 먼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새누리당 이탈층이 다시 빠져나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안철수 전 대표와 국민의당이 사드를 반대하면서 호남 ‘집토끼’를 먼저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며 “호남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았을 수는 있지만 과거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안철수 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돌아선 사람들에게는 마이너스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조윤선 문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안 전 대표는 혹평을 받았다. 조윤선 후보자 청문회에서 다른 야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의 소득 증가분에 비해 신고 내역상 재산 증가분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는 “문화 분야에서 기회균등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 있느냐”, “예술 분야에서 표현의 자유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질문을 하며 예술 분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길게 늘어놔 인터넷 포털 기사 댓글 창에는 “안철수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하러 온 거냐, 강연을 하러온 거냐”는 식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또한 당시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이 “안철수 의원처럼 답변을 길게 듣는 인내심 있는 의원 봤느냐”는 말을 더해 ‘자당 의원 띄우기’를 한다는 비판까지 함께 받았다.
안 전 대표가 교문위 활동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6월17일 교문위 첫 회의 이후 거의 석 달 동안 제대로 된 상임위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지난 8월19일 교문위 예결소위에서 추경안 처리 합의가 무산되면서 전체회의가 취소된 날 홀로 안 전 대표가 회의를 참석한 일이 대표적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제 3지대’를 만들어 후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고 하더라고 결국 자력으로 지지율을 높이는데 성공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안철수 전 대표가 자력으로 다시 도약 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다른 대선주자에 악재가 생기기거나 현재 거론되는 ‘제3지대론’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데 모두 외부에서 판을 만들어줘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DJP연합 당시를 생각해보면 제 3지대에서 성공하려면 아주 노련한 정치력이 필요하다”라며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는 현재 정책을 이끌어가는 능력이나 정치력 두 부분 모두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