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이를 두고 진보성향의 언론들은 동북아 정세와 관련해 우려를 표했고 보수성향 언론들은 갈등 속에서도 '공조'를 부각시켰다. 

한중, 사드두고 ‘평행선’ 

시 주석은 이날 한·중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는 사드 시스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 문제의 처리가 좋지 못하면 지역의 전략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유관 당사국 간 모순을 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겨레 분석에 따르면 주목할 점은, 시 주석이 ‘사드 배치’의 주체로 한국이 아닌 미국을 지목한 사실이다. 한겨레는 이를 두고 "사드 문제를 본질적으론 한-중 관계가 아닌 미-중 관계, 곧 ‘강대국 정치’의 문제로 여긴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박 대통령은 “사드는 오직 북핵과 미사일 대응 수단으로 배치하고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3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며 “더욱이 북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는)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동아일보 1면 기사
보수언론,  '그럼에도 공조' 에 초점

신문들의 해석은 달랐다. 경향신문은 "진전된 합의나 의견교환을 이루지 못한 채 ‘인식’ 차이만 확인하면서 한·중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긴장국면도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에 대한 중국의 공조를 유지하는 데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겨레는 "한국이 사드 배치 방침을 고수하면, 미-중 전략 경쟁·갈등의 ‘희생양’이 될 위험이 있다는 경고나 마찬가지"라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 공조를 기대하기 어렵고, 한-중의 사드 갈등 및 동북아 정세 동요에 따른 한국 경제의 불안 요인 가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반면 보수성향의 언론사는 '그럼에도 공조' 에 초점을 맞췄다. 동아일보는 "다만 두 정상은 “한중 관계 발전이 역사적 대세”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북핵 문제에 대한 공조 필요성을 재확인했다"며 "사드에 대한 이견을 부각하기보다는 우호적 한중 관계 지속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중국 외교부는 이날 한·중 정상회담 내용을 전하면서 한·중 관계 복원을 원하는 시 주석 발언에 방점을 두고, 사드를 둘러싼 한·중 간 이견은 크게 부각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면서도 "그러나 사드 문제는 한·중 관계를 언제든 뒤흔들 수 있는 '지뢰'가 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 경향신문 9월6일 사설
조선일보 “사드, 외부보다 내부 더 문제”

주체인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나 시 주석을 비판하는 사설도 보였다. 국민일보는 "시 주석은 사드가 왜 한반도에 배치될 수밖에 없는지 그 근원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미국의 패권주의로만 접근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지역 안보를 해칠 수 있으니 사드를 배치하지 말라는 중국 측 요구는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다시 '겨냥'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번 사드 갈등의 과정에서 드러난 심각한 문제는 한·중 관계가 아니라 국내에 있었다"며 "모두가 입으로는 안보를 외치지만 막상 제 이익에 조금이라도 손해가 날 것 같으면 삭발까지 하고 막아선다"고 썼다. 

▲ 중앙일보 3면 기사
이정현, 우병우 없는 3가지 사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5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김대중 정권에 비협조한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한 것, 새누리당이 호남 차별 등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야3당은 비판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박근혜 정부 들어와 사실상 대선불복 형태의 국정 반대, 국가원수에 대한 막말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대선불복의 나쁜 관행을 멈추자”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김대중 대통령 집권시절 국정에 더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못한 점, 국민이 뽑은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던 것 역시 사과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호남도 주류정치의 일원이 돼야 한다”면서 “대한민국 재도약을 위해 호남과 새누리당이 얼마든지 연대정치, 연합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호남 출신 첫 선출직 보수여당 대표’로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호남의 지지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나 고위공직자의 도덕성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더불어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은“현안은 외면한 채 대통령 생각 전파하기에 몰두한 아바타 연설에 박수조차 아깝다”고 비판했다. 

▲ 9월6일 한국일보 사설
경향신문 “진정성 없는 사과”
한국일보 “사과를 굳이 폄하할 필요는 없어”

신문들의 반응 역시 엇갈렸다. 김대중 정권에 비협조한 것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를 두고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야당의 국정협조를 촉구하는 연장선이긴 하나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의 비협조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새누리당 대표의 사과를 굳이 폄하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진정성 결여"를 꼬집으며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에 적극 협조하지 못한 점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사과했다. 여기서 멈췄다면 진정성을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이 대표는 '박근혜 정부 들어 사실상 대선 불복 형태의 국정 반대, 국가원수에 대한 막말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으로 옮겨갔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국회의원을 "국해의원"으로 호칭한 것에 대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여당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이런 고백을 한 것은 처음일 것"이라며 변화를 주문했고 한국일보도 "그의 연설을 계기로 야당 또한 특권 해체로 가는 시대 조류, 의원 갑질에 대한 국민 정서를 되새겨 보아 마땅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정치혐오의 연장선상이라는 비판 역시 나온다. 정치혐오는 대중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는 장치 중 하나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의회 자체의 존재 의미를 깎아내리는 것은 만연한 정치혐오에 기대는 자해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 한겨레 6면 기사
야3당,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5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키로 합의했다. 김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갖은 의혹에 대해 “지방대 출신 ‘흙수저’이기 때문에 당했다”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모교 동문 사이트에 밝혀 논란이 됐다. 

더민주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 후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으로 판정한 김 장관이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는 기본 자질이 있는지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꼈고, 청와대가 부적격 판정받은 김 장관을 임명 강행한 것에 야 3당의 공동결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해임건의안 제출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 국민일보 4면 기사
온갖 특혜 받고서 “흙수저라 무시 당했다”

앞서 김 장관은 전날 중국 출장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장관에 임명한 직후 자신의 모교인 경북대 네이버 밴드에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온갖 모함·음해·정치적 공격이 있었다"며 “시골 출신에 지방 학교를 나온 이른바 흙수저라고 (나를) 무시한 것이 분명하다”는 글을 올렸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반응은 싸늘했다. 관가 안팎에서는 고위 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청문회에서 제기된 지적을 모두 ‘흙수저’에 대한 모함과 음해로 치부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여당 관계자도 “취임식 전날 보일 태도는 아니었다”고 평했다.

실제 분명한 사실은 김 장관이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것은 ‘흙수저’여서가 아니라 오히려 ‘금수저 특권’ 의혹들 때문이다. 7년간 한 푼도 오르지 않은 전세금, 아파트 헐값 분양, 연 1%대의 초저금리 대출 등은 모두 그가 업무 연관성이 있는 기관들을 상대로 ‘갑질’을 한 의혹들이었다. 

신문들도 일제히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도덕성 의혹의 당사자가 오히려 피해자 행세를 하는 것은 이제 박근혜 정권 사람들의 전매특허로 자리잡은 모양"이라며 "따지고 보면 그는 ‘홀대’를 받은 것이 아니라 ‘특혜’를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이 때문에 후보자에서 장관으로 신분이 바뀐 뒤 태도가 돌변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고 조선일보는 김 장관이 인사청문회 당시에는 "송구스럽다"는 태도를 유지하다가 "임명되고서는 '잘못이 없다'고 나온 것"이라며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 발언을 인용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