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평기자들이 사측에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한 별도의 진상조사기구 등을 촉구했다. 기자들은 지난달 31일 조선일보의 공식 사과에 대해서도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2일 발행된 조선일보 노보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과 30일 노조는 대의원과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취재원을 떳떳하게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고 독자와의 신뢰 관계도 뿌리 채 흔들릴 정도로 사안이 심각하다”며 국민에 대한 사과 표명을 최고경영진에 요구했다.

지난달 31일 조선일보 1면 하단에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가 게재됐지만 노보에 따르면 조합원 대다수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회사의 사과가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실제 상당수 독자들도 “반성 없는 태도와 제 식구 감싸기에 실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사진=조선일보 홈페이지 기자 소개 갈무리
이에 노조는 조합원 전원을 대상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해당 자리에서는 “회사 차원의 사과가 미흡하니 기자들이 뜻을 모아 도의적 책임을 지자”는 의견과 “먼저 우리 자신이 이번 파문을 조사해 잘못이 무엇인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또 해당 자리에서는 “기자들이 단체로 삭발하고 삼보일배해야 한다” “매일 밤늦게까지 기사만 써온 말단 기자들이 왜 고위 간부의 잘못을 끌어 안고 책임져야 하느냐”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회사 간부들이 책임을 통감하고 단체 사과하라” 등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보에 따르면 조합원 다수는 이번 파문의 근본 원인으로 경직된 조직문화, 내부 비판과 성찰 시스템 부족 등을 꼽았다. 한 조합원은 “솔직히 우리 회사에서 윗사람 뜻 거스르는 말을 하는 사람 드물지 않느냐”며 일방통행식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고위 간부는 견제받는 경우가 거의 없는 사내 구조이다 보니 간부 본인이 연루된 경우 회사의 비상상황 대응이 차질을 빚게 된다”며 “다른 신문사처럼 부서원도 부서장을 평가하는 다면평가제를 도입해 리더의 독선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 사건 등을 철저하게 조사해 사실과 거짓을 가려내는 진상조사기구나 특별취재단을 꾸려 가동하자는 의견도 많았다. 취재보도와 직업윤리를 담은 ‘조선일보 기자준칙’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개정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해당 준칙은 2000년 이후 개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노조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번 사태와 관련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 책임 규명, 사과를 요구하고 △이를 위한 독립적인 조사 기구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감찰과 조사 기능을 갖춘 윤리위원회 등 구체적 방안 마련과 △간부 사원에 대한 다면 평가를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노조 집행부는 독자의 신뢰 관계를 뒤흔든 이번 사태가 노사의 미래를 좌우할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며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거듭나는 계기로 삼기 위해 뼈를 깎는 각오로 나섰고 권력의 부당한 탄압엔 물러서지 않고 언론 본연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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