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언론사 기자들과 문화예술인들이 ‘비정규직’ 이라는 주제로 뭉쳐 잡지를 펴낸다. 잡지 ‘꿀잠‘은 모두 재능기부로 제작됐으며 판매 수익금은 비정규 노동자를 위함 쉼터 ’꿀잠‘의 건립 기금으로 쓰인다. 

쉼터 꿀잠 이야기가 나온 건 지난해 여름이다. 노동자들이 해고나 임금체불을 당하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데 잠시라도 쉬어갈 공간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특히 서울이 아닌 지역의 노동자들에게 쉼터는 더 절박하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0년째 “현대차 정규직임을 확인해달라”며 근로자 지위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재판 때마다 울산, 전주, 아산에서 서울로 올 수밖에 없다. 포스코 사내하청 지회 노동자들도 몇 년째 전라남도 광양에서 서울을 오가고 있다. 

현재 쉼터 꿀잠의 목표 건립기금 10억 원 중 5억5000만원이 모인 상황이다. 본사가 있는 서울로 와서 싸우는 노동자들을 위해 서울역, 용산역, 영등포역 근처에 단독주택을 구입할 예정이며 건축설계사와 건설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집을 고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4억 5000만원이 부족하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10개 언론사 20명의 기자들과 사진작가들이 뭉쳤다. 김별아 소설가와 박재동 화백 등도 힘을 보태 재능기부자만 50명에 달한다고 꿀잠 발행위원회는 밝혔다. 

발행위원회는 “두 번의 편집회의와 온라인 회의를 통해 쓰고 싶었는데 쓰지 못했던 기사, 꼭 한번 취재해보고 싶었던 현장의 이야기를 쏟아냈다”며 “일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필요한 노동과 일자리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편집책임자를 맡은 전종휘 한겨레 기자는 “이 잡지는 마흔 명이 마음의 숟가락을 모아 따뜻한 한 밥 한 그릇을 채워나간 결과물”이라며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비정규직 문제에 파열음을 내려는 변방의 시도”라고 말했다. 

조선소에서 일하며 르포를 쓰기도 한 허환주 프레시안 기자는 “언제부턴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가 사라졌다”며 “언론이 비정규직 이슈를 대중에게 알려내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반문하게 된다. 진부하다는 이유로 책임을 방기한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김지환 경향신문 기자는 “일터와 거처는 지방에 있지만 자신들의 삶에 대한 의사결정권은 서울 본사에 있어 거리에서 한뎃잠을 자며 싸움을 벌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는 평범한 일상도 사치였다”며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편하게 샤워할 수 있는 공간이 사치가 아닐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잡지에 담긴 퀴즈대잔치 선물도 기부로 채워졌다. 비정규직 없는 공장인 금속노조 대우위니아 지회에서 잡지 취지에 동감해 조합원들이 만드는 제습기를 보내왔고 동양매직서비스노조와 동원F&B노조에서 소형청소기와 선물세트를 보내왔다. 농민들은 친환경쌀을 보내왔다. 

잡지 꿀잠은 오는 9월3일 세상에 나오며 10부 이상 사전 구매는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http://nodong20.com) 10부 미만 구매는 온라인 서점 알라딘(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0057244) 에서 할 수 있다. 한 부 가격은 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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