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가 “정의당은 여성주의 정당”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이 한달 전 ‘넥슨-성우 사태’ 논평 철회 이후 심 대표가 “여성대표로서 책임 느낀다”는 입장을 밝힌 적 있지만 이와 같이 당 차원의 확실한 여성주의 노선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정의당 내 여성주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든 ‘젠더TF’가 사실상 와해된 상황에서 심 대표의 ‘여성주의 정당’ 선언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29일 정의당 100차 상무위원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정의당은 여성주의 정당”이라며 “사회적 약자들의 정치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이야말로 정의당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심 대표는 “사회적 약자, 여성에 가해지는 일상화된 차별과 폭력을 그들의 관점에 서서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여성주의라고 생각 한다”라며 “정의당이 먼저 성평등주의 모범을 보일 때 여성주의 시대에 올바르게 대응하는 자격과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확신 한다”고 밝혔다.

또한 심상정 대표는 “정의당은 이런 문제를 당내에서부터 차근차근 일궈나갈 것”이라며 “상임대표인 제가 직접 챙겨나가겠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당원들이 여성 친화적 정당으로 긍지와 자부심을 갖는 정의당을 만들어가겠다”며 “일관되고 정성스러운 노력을 통해 우리 정의당이 정의롭고 평등한 대한민국 만들어가는 선두에 서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사진출처=정의당 홈페이지
정의당은 지난 7월25일 ‘넥슨-성우 사태’에 대한 논평을 철회한 이후 당내에서 여성주의와 관련된 논의가 끊이질 않았다. 지금까지는 정의당 지도부는 여성주의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정의당 내부에서는 심 대표의 이와 같은 입장을 두고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한 정의당 관계자는 “이제서라도 이런 변화를 보여준 것이 다행”이라며 “그동안 당이 관료화되고 보수화된 조직에 휘둘려왔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의당은 당 게시판의 극단적 흐름에 휩쓸리고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며 “심 대표의 발언은 일말의 변화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실책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의당 측은 심상정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이전 입장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2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특별히 오늘 이런 입장을 발표한 이유는 상무위에서 밝힌 바대로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성평등 사회를 원하는 진보진영이나 시민들의 기대를 확인하고 이 부분에 대해 공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여성주의 가치를 강조하고자 한 것”이라며 “메갈리아 논쟁 이전에도 정의당은 어떤 당보다 더 여성문제에 대해 일상적으로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당은 논평 철회 사건 이후 여성주의 관련 논의를 위한 ‘젠더TF’를 만들었으나 현재 젠더 TF는 사실상 와해 상태다. 지난 26일 정의당 상무위원회가 젠더TF와 상의 없이 여성주의 현안관련 당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이에 당 내부 젠더TF는 와해 상태로 두고 외적으로만 ‘여성주의 정당’ 선언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 정의당이 지난 26일 상무위 입장을 낸 후 당 내 여성주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젠더TF'위원들이 줄줄이 사퇴했다. 사진출처=정의당 홈페이지
정의당은 지난 26일 “수많은 당원들은 메갈리아와 관련되어 벌어진 논쟁에서 ‘과연 여성혐오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빈곤청년이나 사회적 약자인 아동, 노인에 대한 차별적 언어를 구사하며, 독립운동가, 전 대통령, 노동운동가 등 역사적으로 존경 받는 분들까지도 미러링의 대상으로 삼고 모욕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였다”라며 “정의당은 위와 같은 극단적 방식의 미러링과 무분별한 혐오에 대해서는 지지할 수 없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에 조성주 젠더TF위원 등 TF의 위원들이 줄줄이 사퇴를 표하며 젠더TF는 사실상 와해 위기에 놓였다. 조성주 위원은 TF위원을 사퇴하며 “발표된 상무위원회의 입장은 향후 TF 활동의 기준이 될 것이고 이제 현안을 포함하여 젠더문제를 정의당이 진보정당답게 다루는 것을 목표로 했던 TF의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 한다”며 “상무위의 결정은 그 소통의 과정을 크게 제약할 수밖에 없는 편향된 입장으로 전달됐다”고 밝혔다.

이에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젠더TF 위원들이 사퇴의 모습이 아니라 좀 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TF위원들이 상무위의 입장을 오해한 부분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대변인은 “젠더TF가 당장 이전처럼 운영되기는 어렵겠지만 와해된 것은 아니며 현재 관련 논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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