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에 빠진 OBS가 재승인 조건을 지키지 않아 받게 된 시정명령조차 이행하지 않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방통위는 OBS의 ‘특수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과징금을 깎았는데, 논란의 소지가 있다.

방통위는 24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OBS에 과징금 4000만 원을 부과했다. 이번 과징금은 지난해 내린 시정명령이 지켜지지 않아 부과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7월 방통위는 OBS가 재허가 조건인 △ 2014년 상반기까지 50억 원 증자 △2014년 제작비로 311억원 이상 투자 △현금보유액을 2014년 말부터 87억 원 이상 유지하기로 한 것을 지키지 못하자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OBS는 10억5천만 원만 증자했고, 현금보유액도 87억 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 현재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대우자동차판매 부지에 위치한 OBS. 사진제공=OBS
방통위 사무처는 과징금 5000만 원을 부과하려 했으나 방통위 상임위원들 협의결과 4000만 원으로 감면됐다. OBS가 자본잠식 상태라는 점, 자구안을 마련했으나 경영위기가 이어진 점, 재승인 조건을 일부 이행한 점이 고려된 것이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사무처에서 과징금 5000만 원을 책정했는데, 재승인 조건을 완전 불이행한 건 아니다”라며 “물론 과징금 액수를 낮춘다고 해서 크게 보탬이 되지는 않겠고, 금액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재승인 조건을 이행한 점을 감안해 (과징금을) 낮추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석진 상임위원 역시 “OBS가 재정적으로 어렵고, 도덕적 흠결이 있거나 방만경영을 해 고의로 재허가 조건을 지키지 않은 게 아니다”라며 “다른 지역 민영방송들은 SBS의 콘텐츠를 공급받지만 이곳은 100% 자체편성을 하고 있다. 과징금을 내리더라도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OBS의 경영상태가 심각한 건 맞지만 방송사의 경영 사정을 고려해 과징금을 낮추는 건 이례적이다. 특히 ‘재승인 조건을 일부 이행해 정상참작’한다는 건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어느 방송사든 재승인 조건을 '0% 이행'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주 방통위는 TV조선, 채널A, JTBC가 재승인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4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는데, ’일부 이행된 점‘이 고려되지 않기도 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도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한 듯 “회의록에 분명히 남기겠다. OBS는 특수한 경우로 이번 과징금 결정은 방통위 의사결정의 선례로 적용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앞으로 (재승인 조건을) 일부만 이행했을 경우 감면하게 되면 제재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OBS는 경인지역 지상파 민영방송으로 다른 민영방송과 달리 SBS와 같은 채널을 공유하고, 콘텐츠를 공급받는 게 아니라 별도의 채널에서 100% 자체편성을 해왔다. 

근본적으로 OBS가 경영위기에 처한 배경에는 방통위의 책임이 크다. OBS는 공영 미디어렙인 코바코(KOBACO,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체제에서 민영방송 SBS가 대주주로 있는 민영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SBSMC)가 출범하면서 미디어크리에이트에 속해 광고영업을 하게 됐다. 

▲ 지난해 7월 ‘OBS 생존과 시청자 주권 사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OBS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도적 살인’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방송은 다른 지상파 방송 광고와 묶는 결합판매를 통해 광고영업을 하는데 문제는 미디어크리에이트가 코바코보다 결합판매 비율이 낮아 OBS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지난해 기준 코바코의 결합판매비율은 12.3%이고, 민영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SBSMC)는 8.8%다. 
 
따라서 지난해 OBS노사는 생존을 위해 광고결합판매 비율을 최소 1% 이상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방통위는 다른 민영방송과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외에도 OBS는 서울지역 이외에 채널을 송출하는 역외재송신을 조건으로 허가받았으나 방통위가 이를 연기해 개국 후 3년 7개월 동안 역외재송신을 못 했다. OBS는 이로 인한 손실액을 1000억 원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게다가 OBS는 방송을 케이블, IPTV 등 유료방송 플랫폼에 송출하는 대가로 받는 재송신수수료(CPS)도 못 받고 있다. 

반면 이 시기 종합편성채널이 의무재송신, 10번대 황금채널 배정 등의 특혜를 받고 승승장구하자 방통위가 종편은 편애하고 OBS는 고사하도록  내버려둔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OBS는 2014년 상반기까지 약속한 증자, 현금보유액, 콘텐츠 투자계획을 지키지 않아 또 다시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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