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가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사경을 헤메고 있는 사건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신명 현 경찰청장과 같은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백남기 농민 사태는 19일 열린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의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 백남기씨가 지난해 11월 15일 민중총궐기 집회 때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279일째 사경을 헤메고 있지만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진척이 없고, 청문회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자라 할 수 있는 강신명 경찰청장은 8월22일자로 퇴임을 앞두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 자리에서 “안행위 위원들은 3개월 간 임기를 마치는 강신명 청장에게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가 달라고 했으나 아직까지 진행된 것이 하나도 없다”며 “피고발인인 강신명 청장은 검찰의 수사가 결정되는 대로 법과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면서 3개월 간 동일한 답변을 반복했다. 후보자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철성 후보자는 “경찰의 집회시위 관리과정에서 농민 한 분이 위해를 당하고 쓰러진 데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 드린다”면서도 “현 청장이 이 사건과 관련해서 고소고발된 부분이 있고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사법부 판단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또한 “다만 검찰 수사 결과 경찰의 잘못된 부분이 밝혀진다면 제가 사과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경찰청 관계자와 대화 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도 같은 입장을 취했다. 안행위 소속 박주민 더민주 의원이 17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서면답변서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대규모 불법시위와 경찰의 대응과정에서 농민 한 분이 중상을 입은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수사가 마무리 된 후 필요한 조치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는 지난달 6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관련 선고판결문에서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의 시위진압 행위는 의도적인 것이든 조작실수에 의한 것이든 위법하다”고 밝혔다.

강신명 청장에 이어 이철성 후보자 역시 사법부가 위법적이라고 판단한 과잉진압에 대해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11월18일 고발장이 접수된 사건에 대해 올해 6월에서야 진압경찰들을 불러 조사를 시작할 정도로 수사에 소극적이다.

김영진 더민주 의원은 “다른 일반사건처럼 조속하게 사건을 조사하고 처리하면 안행위 차원에서 이 문제를 가지고 더 갑론을박을 할 일이 없을 것이다.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