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했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예비경선 순위를 따로 집계하거나 공표하지 않았음에도 김상곤 후보가 예비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 채널A를 통해 보도됐기 때문이다.

채널A는 지난 7일 “약체로 평가되던 김상곤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며 “김상곤 전 위원장이 '친노' 성향의 대의원 표를 흡수하며 예비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채널A는 “2위는 비주류 인사인 이종걸 의원, ‘양강’으로 평가됐던 추미애, 송영길 의원은 박빙의 차이로 각각 3위와 4위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채널A는 또한 “김상곤 전 위원장의 선전을 두고 김상곤 돌풍이라는 평가와 함께 친노의 자충수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친노 성향의 지자체장들을 중심으로 어차피 송 의원은 예비경선을 통과할 것이니, 김 위원장 측에 표를 보태면 범친노인 추미애·김상곤·송영길의 3자 구도로 본선을 치를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는 송영길 의원의 한 측근의 말을 전했다.

▲ 8월7일자 채널A 갈무리
이 보도는 즉각 파문을 일으켰다. 더민주는 지난 5일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당헌당규에 따라 예비경선 탈락자만 발표하고 확정 후보자 3명의 득표수나 등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결과는 투표 참관인 차원에서 참석한 정부 선관위 관계자와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노웅래 의원만 확인했을 뿐, 당 내부에서 이에 대한 보고나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더민주 설명이다. 

채널A 보도에 의해 하위권으로 지목된 추미애 후보 측은 “허위보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추미애 후보 측 김광진 대변인은 7일 기자회견에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에 관한 시행세칙’에 당대표 예비경선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 어제 채널A의 기사는 허위보도”라며 “당대표 선거의 공정한 관리에 흠집을 내는 보도를 멈추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한 “추미애 후보는 당헌당규에 따른 엄정한 원칙준수를 할 것이며, 왜곡보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 어제 허위보도와 관련한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 요구와 함께, 지금과 같은 혼란과 혼선을 바로 잡기 위해서 예비경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채널A 보도가 ‘허위보도’라고 지적받은 이유는 예비경선 결과를 아는 사람이 극히 소수이기 때문이다. 출처가 정부 선관위 관계자 아니면 노웅래 당 선거관리위원장으로 확 좁혀진다. 추미애 후보 측 한 관계자는 “오보라기보다 허위보도로 보는 게 맞다. 두 명 밖에 모르는데, (채널A 입장에선) 알 수가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김광진 대변인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득표수는) 노웅래 당 선관위원장과 중앙선관위 관계자밖에 모르는 내용인데 선관위 관계자는 공무원 신분으로 이러한 내용을 누설한 만한 상황도 아니고 노 위원장도 본인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며 “이런 허위보도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잘못됐다. 이렇게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당 선거에 관여하는 것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후보로 확정된 김상곤(왼쪽부터), 이종걸, 추미애 당대표 후보가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실제 채널A 보도에 출처는 등장하지 않는다.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1위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말 뿐이다. 김 대변인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통상 ‘당 관계자에 따르면’ ‘선관위에 따르면’ 이런 식의 러프한 출처라도 밝히는게 기본인데 그조차 없이 누가 1위, 누가 2위라고 하는건 기사가 아니라 소설”이라고 지적했다.

당 중앙선관위 역시 채널A 보도가 ‘추측보도’라는 입장이다. 노웅래 선거관리위원장은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추미애 의원이 보도가 나간다 해서 채널A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고 명백히 추측보도고 우리가 예비경선결과에 대해 이야기한 적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도를 중단하지 않으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노 위원장은 “다른 언론에도 채널A건은 추측보도고 우리는 예비경선 결과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이야기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선관위 입장을 정리해서 이야기한 것이고 추미애 후보에게 전달했다”며 “추측보도 아니면 어떻게 (그런 보도를) 했겠나. 가능했겠나”라고 말했다.

경선결과를 아는 사람이 직접 채널A에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 정확히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전해들은 이야기를 전했을 가능성도 있다. 당헌당규상 경선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공개가 되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언론에 경선결과가 흘러 들어갔다는 것은 누군가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상곤 후보는 7일 공식SNS에 채널A 기사를 인용하며 “제가 예비경선 1위로 통과했다는 기사가 났네요. 평당원의 혁명으로 정권교체 꼭 이루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추 후보가 생각보다 세지 않고 우리는 생각보다 세단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인용해 홍보한다는 비판이 거세진 후 글을 삭제했다.

김상곤 후보는 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추미애 후보측이 8월7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입장을 이해한다. 우리는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예비경선 결과를 공개한다 하더라도 이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통해 1위라는 점을 홍보한다는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채널A 보도가 추측보도라면서 예비경선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논란을 일단락 짓는다는 입장이지만 경선결과에 대한 비슷한 보도가 이어지거나 누군가 언론에 흘렸다는 정황이 드러난다면 전당대회의 공정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김용익 전 더민주 의원은 7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당 대표 예비경선 결과가 보도된 사건에서 무엇을 우리는 문제 삼아야 하는가? 엄중히 지키기로 한 기밀을, 지켜야 할 그 누군가가 발설했다는 당규위반 그 자체다. 이에 대해 모든 후보가 엄중하게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며 “이건 우리가 새로운 당으로 갈 수 있느냐의 시험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위법을 딛고 당선된 대표가 좋은 당을 만들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채널A 관계자는 "당 출입기자가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팩트를 확인해 기사화한 것"이라며 "보도에 앞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중앙선관위에 문의했고 내용이 맞다면 보도에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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