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에 부려먹다 일 떨어지면 폐업, 우리가 로봇인가"
"반값에 부려먹다 일 떨어지면 폐업, 우리가 로봇인가"
[인터뷰]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지난해에만 57개 '먹튀 폐업'… 노조 가입하면 블랙리스트, 전직도 안 돼

최도섭씨(45)와 최성광씨(43) 얼굴이 새까맣게 탔다. 두 사람은 이틀 동안 천막도 없이 섭씨 29도 땡볕 아래에서 노숙농성을 했다. ‘단결투쟁’ 이마띠 부위만 타지 않아 이마는 흑백으로 양분됐다. 두 평 남짓한 농성장엔 돗자리와 피켓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밤이고 낮이고 이 자리를 지킬 거라고 말했다.

요구는 하청업체와 원청 현대중공업 둘 모두를 향한 것이다.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업체 ‘태산테크’ 직원인 두 사람은 업체의 기습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들에게 ‘다른 업체를 찾아가라’는 말은 무용하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은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는 말을 모르는 현장 관계자는 없다. 2014년부터 시작된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바람에 만여 명의 하청노동자가 공장을 떠난 가운데, ‘고용 보장’과 ‘노조 탄압 금지’를 주장하는 두 사람을 지난 22일 오후 현대중공업 파업 현장에서 만났다.


▲ 7월22일 현대중공업 단지 내 대조립1부 공장 옆 농성장에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인 최도섭씨(왼쪽)와 최성광씨가 앉아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원청 발 구조조정… 폐업 당일 ‘나가라’ 통보, 2년 동안 사장만 3번 바뀌어

태산테크 직원들은 지난 12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점심을 먹고 들어온 후에 폐업 사실을 통보받았다. 대표는 직원들에게 폐업을 선언하며 오늘 부로 임금을 책임지지 못한다고 말했다. 당일 폐업을 통보하는 ‘기습 폐업’은 현대중공업에서 놀라운 일이 아니다. 구조조정이 시작된 2014년 하반기에 15개, 2015년엔 57개 하청업체가 폐업했다. 기습 폐업은 이 과정에서 심심찮게 발견됐고 임금정리없는 ‘먹튀폐업’이 많아 광범위한 체불임금 문제가 발생했다.

사내하청노조는 이를 원청 구조조정 계획 아래 기획된 폐업으로 본다.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사업부의 경우 신규업체 증가로 전체 업체수 290여 개는 지금까지 변함없지만 하청노동자는 4721명이 감소했다. 전체 사업부로는 만여 명이 공장을 나갔다. 현대중공업은 기성금(도급금)을 절반 수준으로 ‘후려치면서’ 하청업체 폐업을 유도했다. 임금이 대폭 삭감돼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단 사내하청노동자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업체는 매달 해고예고통보서를 공고하거나 ‘희망퇴직권고를 이의 없이 받아들인다’는 퇴직확약서 서명을 강제했다.

최도섭씨와 최성광씨는 지난 2년 동안 3번의 폐업을 겪었다. ‘신화ENG-화진-태산테크’의 순서였다. 마지막을 제외하곤 고용승계는 이루어졌다. 신화ENG의 폐업은 대표이사 사위에게 업체를 물려주는 ‘위장폐업’ 냄새가 짙었다. ‘화진’이란 이름으로 업체를 승계한 사위는 1년 운영 뒤 공장을 폐업 처리했다. 당시 직원 중 14여 명은 화를 참지 못하고 고용 승계 책임지라며 하루 작업 거부에 들어갔다. 태산은 일주일 후 나타나 업체를 맡았다. 그리곤 7개월 뒤 또다시 기습 폐업을 통보했다. 64명이던 직원은 뿔뿔이 흩어지고 현재 9명만 남았다.

▲ 지난 7월22일 주간 근무조 퇴근시간인 오후 5시에 맞춰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선전전을 하고 있다. 최성광씨(왼쪽)과 최도섭씨도 피켓을 들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하청노동자는 원청·하청 돈 벌어주는 로봇”

최성광씨는 하청노동자를 ‘돈 벌어주는 로봇’라고 말했다. 일감 있을 땐 업체에 돈을 가져다주고 일감 없을 땐 손해를 흡수해주는 기계라는 것이다. 원청의 살인적인 ‘50% 기성금 삭감’ 등의 대응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업체도 있지만 업체 대표 대부분은 “그 동안 번 것을 다 빼돌린 후” 폐업처리를 한다는 것이다.

최도섭씨는 “지나다니는 하청직원 붙잡고 ‘대표가 돈 벌었겠습니까, 못 벌었겠습니까’라고 물어보면 전부 ‘벌었다’고 답할 것”이라며 “벤츠·에쿠스 타고 다니면서 땅 가진 사장들도 많다. (폐업, 구조조정은) 벌고 못 벌고의 문제가 아니라 돈을 악용하는 문제”라고 못 박았다. 하청노동자는 이윤이 얼마나 남든 고정급여를 받는데 조금의 마이너스가 생기면 그대로 임금 삭감과 폐업에 맞닥뜨린다는 것이다. 그는 “100원이 이윤 선이라 치면 80~90원일 땐 임금 삭감하거나 업무량을 더 늘리는데, 70원이면 폐업해 버린다”면서 “건물·땅 소유주를 가족에게 이관시켜 버리고 폐업한 뒤 ‘한 푼도 없다’고 통장을 내미는 사장들도 많다”고 말했다.

하청직원은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된다. 다른 업체에 ‘알바’로 파견되거나 원청에 파견되기도 한다. 최씨는 “원청이 물량을 추가로 내놓지 않고 공장을 돌리니 일이 없는 업체가 일이 있는 업체에 ‘돈 벌어오라’고 보낸다”면서 “원청에 가면 한 시간에 2만5천원 받는 일을 4만~5만원 받을 수 있다. 직영가서 ‘외화벌이 하고 와라’고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노동조합하면 조선소 취업 못한다” 생존권 볼모삼는 현대중공업?

“모아놓은 게 있습니까. 다들 20년 돈 벌어도 집 하나 사놓는 게 전부지 대책이 있습니까. 여기서 10년 넘게 일했는데 택시운전을 할 겁니까 뭘 할 겁니까.” 최성광씨는 현대중공업에서 일을 한지 17년, 최도섭씨는 11년이 됐다. 백 번 양보해 다른 조선소를 찾는다 해도 이들은 갈 수 없다. 최성광씨는 “조선소뿐만 아니라 철강, 석유 등지에도 노조 조합원 블랙리스트가 다 뿌려져 있을 것”이라 말했다.

현재 폐업한 업체가 승계되지 않는 것도 이들은 ‘자신들’ 때문이라고 한다. 근거는 충분하다. 두 사람 모두 조합 활동을 하면서 일상적인 노조탄압에 시달려왔다. 총무, 사장 등 관리자들의 “너네 둘 때문에 폐업했다”거나 “노조 탈퇴하면 임금 올려준다. 다른 업체 기장만큼 주겠다”는 말은 가장 평범한 압박이다.

조합원이 있는 하청업체가 폐업되는 사례는 노조가 만들어지면서부터 확인된 결과다. 2003년 8월24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설립신고가 접수된 이후 몇 개월 사이에 노조간부와 조합원이 속한 하청업체들이 폐업됐다. 비조합원인 동료 직원들 대부분은 다른 하청업체나 새로운 업체에 고용이 승계됐다. 조합원들이 현재까지 불이익을 감수해왔다는 것은 현장 노동자 사이에선 공공연한 사실이다.

최도섭씨와 최성광씨도 똑같은 상황에 처했다. 최도섭씨는 2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지금 상황이 너무나 좋지 않다. 고용은 더 이상 안된다는 말을 듣고 있다”면서 “태산 측에서 ‘다른 직원은 다 알아서 직장을 찾았다. 노력해봤지만 다른 업체에서 두 사람은 받지 않겠다고 한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원청 관계부서로부터 최씨는 “원청이 책임져라는 말은 맞지 않다. 실질적으로 우리는 (하청노동자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7월22일 퇴근선전전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손가영 기자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 판결있다… 고용 승계 책임져라”

“이번 싸움이 제일 어렵고 힘듭니다.” 농성장에서 밤잠을 청하고 있는 최씨는 매일 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여기서 컸는데 나가서 무슨 일을 하나” “다음 달엔 어디에 있을까” 이런 우려가 머릿속을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청노동자에게 “강성으로 싸우면 저 사람 꼴 난다”는 인식도 심게 돼 답답함이 더 크다는 말도 덧붙였다.

해고 위기에 직면한 두 하청노동자는 2007년 서울고등법원의 판결과 2010년 대법원의 판결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현대중공업이 하청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서 하청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하청노조는 2003년 당시 노조 결성으로 인한 하청업체 대량 폐업사태에 원청이 지배 개입했다며 현대중공업을 고소했다. 서울고등법원 또한 “현대중공업은 원청회사로서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관계에 있어 실질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결했다.

현대중공업 대조립1부 공장 옆 농성장엔 “노조 가입, 헌법에 보장된 권리”, “태산테크 폐업 원청이 책임져라”, “폐업 침묵하면 다 죽습니다” 등이 적힌 피켓이 진열돼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까지 1600여 명 규모의 분사 카드까지 꺼내는 등 인력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 노조 가입조차 힘겨운 이들은 ‘원청 발 구조조정’에 속수무책이다. 지난 1년 반 하청노동자 만여 명이 ‘잘려나간’ 가운데 노조는 더 많은 이들이 쫓겨나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최도섭씨와 최성광씨의 노숙농성은 오늘로 5일 째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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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다테 2016-07-28 11:16:50
이런 글은 항상 한쪽 얘기만 듣고 기사를 올리는듯 ~ 양쪽 얘기를 다 듣고 글을 중립적인 위치에서 적으세요

dsfsdf 2016-07-28 09: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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