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총선 당시 ‘대통령의 뜻’이라며 공천 신청 후보자의 지역구를 조정하는 등 공천에 깊숙히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TV조선은 18일 윤상현 의원이 새누리당 수도권 내 한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 A씨에게 지역구 변경을 요구하는 전화를 거는 등 “친박계 실세를 동원해가며 막후 조정 역할에 앞장 선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 녹취록을 보면 윤상현 의원은 통화 상대방을 “형”으로 지칭하며 “내가 대통령 뜻이 어딘지 알잖아. 형, 거긴 아니라니까”, “경선하라고 해도 우리가 다 만들지. 친박 브랜드로 ‘친박이다. 대통령 사람이다’ 서청원 최경환 현기횐 의원 막 완전 (친박) 핵심들 아냐”라고 말하며 출마 지역구를 변경하면 친박 핵심을 동원해 경선 과정에 유리하게 해주겠다고 제안하는 투의 말을 했다.

▲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사진=TV조선 화면 캡쳐.


윤상현 의원은 또 “형이 일단 전화해 빨리. 형 안하면 사단 난다니까. 형 내가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니까 형에 대해서. 아이 X.”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TV조선은 “윤상현 의원은 당시 자신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사정기관 동원 가능성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이라고 해석했고 “A씨의 출마지역 변경을 관철시키기 위해 친박계 실세를 차례로 동원해가며 막후 조정 역할에 앞장 선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증폭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7일 새누리당 총선 참패 원인을 담은 백서가 발표됐다. 하지만 친박 패권주의나 계파 갈등 등 원인을 뚜렷하게 적시하지 못한 채 양비론으로 흘러나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번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의 공천 개입설이 제기됐다.

총선 참패 전당 대회를 앞두고 백서를 발간하면서 총선 책임론을 잠재우고 계파 해체 선언을 했던 새누리당이었지만 전당 대회를 앞두고 또다시 당 내에서는 친박 핵심의 계파패권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 터져나왔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병국 의원은 이날 당장 성명을 통해 “핵심 친박 인사에 의한 4·13 총선 공천 개입 진실이 드러났다”며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당과 선거관리위원회에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병국 의원은 “공천 과정에 추악하게 관여한 핵심 친박은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사죄드려야 하고 특히 윤상현 의원의 협박·회유 혜택을 입은 인사는 백의종군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역시 당대표에 출마한 김용태 의원도 성명에서 “(당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막장공천 깃털에 불과하고 몸통은 따로 있음이 확인된 것”이라며 “특히 초언 출마예정자를 협박하면서 사정기관을 동원했음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대목은 독재시절에나 있을 법한 충격적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은 “친박 패권주의 세력이 청와대 권력을 등에 업고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는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해야하고 필요하다면 검찰 수사 의뢰도 추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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