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성주를 방문했다 반발하는 군민들에 의해 6시간 이상 가로막히고 물병과 계란 세례를 받은 사건을 두고 일부 언론이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꺼내들었다.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투쟁위) 측은 “언론이 의도적으로 성주를 고립시킨다”고 비판했다.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측 성주 군민들은 18일 오전 국회를 찾아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투쟁위 집행위원을 맡고 있는 이재동 성주 농민회회장은 “언론에 나오는 걸 보니 사드배치 반대를 ‘성주는 안 된다’는 식의 지역이기주의로 모는 보도가 나오고 집회 관련해서도 일부 언론이 전문 시위꾼, 외부세력, 불순세력 이야기를 한다”며 “그런 사람 아무도 없었다”고 밝혔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성주 군민의 집회를 ‘외부세력’ 탓으로 모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18일 “광우병 사태·강정마을 시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좌파 진영 단체들은 이번에도 반(反)정부 시위 등을 개최하며 개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 중앙, 동아 모두 이재복 투쟁위 공동위원장의 말을 빌려 “폭력사태엔 외부인이 개입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이재복 위원장은 이 발언이 문제가 돼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 18일자 조선일보 3면

▲ MBC, TV조선, YTN 보도화면 갈무리.


앞서 조선일보는 17일 사설에서 “괴담이 거짓임이 눈앞의 증거로 드러났는데도 성주 반대 주민들은 들어보려 하지도 않는다. 일부에선 주민 설득이 부족했다고 하지만 지역이 선정되는 순간 귀를 닫고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상황은 언제든 그대로 벌어졌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재동 농민회회장은 “의도적으로 언론이 작당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폭력성을 부각시키며 총리를 감금했다고 이야기하는데 강신명 총장도 ‘감금 아니고 길이 막혀 갇혀 있었던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며 “대화하고 일찍 갈 수 있었음에도 (총리가) 안 나와서 6시간 걸린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동 회장은 또한 “이렇게 보도하는 언론은 의도를 가지고 성주를 고립시키고 군민들을 오도하는 것이다. 군민들이 이런 보도를 하는 언론에 대한 분노가 대단하다”며 “진짜로 마음에 안 드는 언론 오면 어떻게 해버리자 이런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만큼 군민들이 화가 나 있다”고 전했다.

투쟁위 홍보단장을 맡고 있는 노광희 성주군의회 의원은 “성주의 5만 군민은 난리가 났다. 단 한 번도 상의도 없이 국방부에서 일방적으로 성주를 대상지로 확정했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사드가 배치될) 성주 공군부대에서 읍 시가지까지 1.5km 내외인데 성주군민 2만 명 이상 살고 있다. 그런데 환경영형평가도 하지 않고 사전 행정절차도 완전히 무시했다는 점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행정절차를 무시한 사드배치는 절대 반대한다. 5만 군민이 똘똘 뭉쳐 끝까지 투쟁할 것을 약속 드린다”며 “(언론이) 왜곡된 보도를 하지 말고 군민의 마음 전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교안 총리의 억류 사태에 대해 수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면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같은 경우 16번이나 설명회 하고 주민대화와 설득을 시도했다는데 (우리는) 바로 수사부터 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걱정을 비대위 회의에서 나눴다”며 “누가 외부인사인지도 모르는 외부인사가 어디 있나”라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또한 “충돌 자체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수사문제를 거론하며 공안정국 때처럼 이야기하는 게 바람직한가”라며 “총리 차가 다른 차를 들이박았다는 데 그럼 그것도 수사해야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투쟁위는 또한 더민주가 사드 배치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재동 농민회회장은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 관련해 당론을 통해 반대 입장을 밝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그게 없다. 이 점을 빨리 확정 지어달라”며 “더민주도 당론으로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국회에서 반대결의안을 낼 수 있도록 힘을 써줬으면 좋겟다. 이런 부탁을 간곡히 드리겠다”고 밝혔다.

▲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사드반대 전국대책회의 등 관련단체 면담에 참석한 노광희(오른쪽 첫번째) 성주군의회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하지만 더민주의 입장은 여전히 신중론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면담에 앞서 ‘당 입장을 전달하는 자리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의견을) 듣는 자리”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입장을 정하라는 국민의당의 요구에 대해 “지도부가 여러 번 토론해서 신중론이라는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 당론 정하는 사안도 있고 당론 정하지 않는 사안도 있고 정치적 판단인데 (여기에) 압박 가하는 건 적절치 않아보인다”고 반박했다.

우 원내대표는 “내일모레 사드 관련 현안 질문하는 것도 우리당이 제안해서 시작한 거 아닌가. 국회 내에서 사드문제 논의하는 여러 가지 공간이 열려 있으니 거기서 국민의당의 입장을 이야기하면 되지, 우리당을 새누리당 대하듯 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우리는 정권을 잡아야할 정당이다. 여러 가지로 신중하면서도 질서 있게 전략을 가지고 한 발 한 발 나가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또한 “우리당이 당론을 정하지 않고 공존해가는 게 어색해보일지 모르지만 정당이 결론을 꼭 빨리 내리는 건 아니다. 정당이 용광로 같은 역할 하려면 특히 민감한 사안은 시간을 갖고 대화하고 견해를 좁혀가는 노력을 해야한다”며 “우리가 결정한다고 해서 국론이 하나가 되는 건 아니잖나. ‘더민주가 변화했구나’라는 징표로 평가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견해가 다르면 곧 계파갈등하고 싸우고 그렇게 해야 정치본연의 기능이 살아나겠나”라며 “당론 정하나 안 정하나, 김종인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간의 견해가 다른가 같은가 이런 것만 취재하지 말고 공존하면서 갈 수 있는 게 신기하다, 이렇게 가야되는 거 아니냐는 점도 유심히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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