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검증하고 문제가 있다면 보도를 통해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은 공영방송의 역할이다. 

국운을 좌우할 수 있는 사드 배치 논란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한국의 공영방송들은 ‘검증’ 대신 정부의 입장만 대변한다.

지난 13일 KBS‧MBC 메인뉴스를 보면, 이날 두 공영방송은 각각 5건, 6건씩 사드 소식을 다뤘다. 사드 검증 보도는 없었다. 

▲ 지난 13일 사드 배치 최종부지로 결정된 성주 군민들이 서울로 상경, 국방부 컨벤션센터에서 성주 사드배치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민주언론시민연합이 14일 공개한 보도비평 보고서에 따르면, KBS와 MBC는 정부 입장 전달에 각각 4건씩 할애했을 뿐이다.

MBC의 경우 사드 최종 부지로 결정된 성주 주민들의 반발을 1건 보도했지만 KBS에서는 이마저도 없었다. 

국방부 입장을 전하는 데는 탁월함을 보여줬지만, 사드 배치로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될 주민들의 입장은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KBS 미디어인사이드는 지난 2월 KBS 포함한 호전적인 언론 보도에 대해 “불필요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극적인 보도는 지양돼야 한다”며 “제한적이라도 최대한 검증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안보 이슈에 있어 강공 일변도인 KBS 보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KBS가 북한이나 안보 이슈, 특히 사드와 관련해 정부‧여당만 대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달 30일 공개된 것처럼 단순히 청와대에서 걸려오는 ‘보도통제’ 전화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안보 이슈를 다루는 KBS 간부들 성향 자체가 지나치게 호전적인 것도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최재현 KBS 정치외교부장은 지난달 28일 ‘KBS뉴스 옴부즈맨’에 출연해 ‘사드 찬양론’을 펼친 바 있다. 지난달 폐지된 ‘KBS뉴스 옴부즈맨’은 언론 전문가들과 KBS 보도 책임자들이 자사 보도를 평가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한 패널이 “사드의 부지 선택, 한미 비용 분담, 사드 효용성과 중국‧러시아와의 외교적 갈등 등 다양한 쟁점을 다룬 보도가 있어야 했다”고 지적하자 최 부장은 “사드는 최첨단 시설이다. 사드 제작사와 주한미군에서 나오는 얘기로는 요격 성공률이 약 70~90%에 달한다”며 ‘사드 찬양론’을 펼쳤다.

최 부장은 이어 “북한의 핵 미사일을 사드체계를 통해 고고도에서 먼저 방어하고 거기서 놓친 것은 밑에서 기다리는 패트리어트 시스템으로 막으면 상당 부분 방어가 돼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다”며 “지금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고 핵 미사일이 저희를 향해 오는 것이 임박해있는 상황”이라며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지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다른 논쟁이 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덜 다뤘다”고 했는데, 이는 사드에 대한 여러 쟁점보다 사드 배치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식의 발언이었다. 

그는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에 우리가 다급하다는 걸 알릴 필요가 있다”며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KBS 해설위원들도 사드와 관련해서는 한 목소리로 획일화하고 있다. 15일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사드 배치 신중론과 중국‧러시아의 반발 소식을 전했던 KBS 해설위원들은 수원 연수원 등으로 인사 조치 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대영 KBS 사장이 이들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의 주장과 다름없다”, “안보에 있어선 다른 목소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 “KBS 뉴스의 방향과 맞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한 이후 발생한 일이라고 한다.

▲ 15일 KBS 뉴스해설에 ‘객원해설위원’으로 출연한 임인수 호국보훈협회 회장은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북한 핵보다 더 무서운 일”이라며 사드 배치 지지를 요청했다. (사진=KBS)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공영방송에서 찾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당장 15일 KBS 뉴스해설만 봐도 ‘객원해설위원’으로 출연한 임인수 호국보훈협회 회장이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북한 핵보다 더 무서운 일”이라며 사드 배치 지지를 요청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월 윤평중 KBS 객원해설위원(한신대 교수)은 “(사드 배치는) 우리에겐 스스로의 생명과 자유를 지키는 최소한의 자위수단”이라며 사드 배치를 정당화했다. 

문제는 공영방송 내부에서 획일화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는 데 있다. 보도 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인사이드’와 ‘KBS뉴스 옴부즈맨’은 폐지됐다. 직능단체나 언론노조 KBS본부의 보도 감시 활동도 간부들에 의해 공격받고 있다. 

한편, KBS 측은 언론노조 KBS본부 성명이 나온 후인 15일 오후 “고대영 KBS 사장의 11일 오전 발언은 지난 8일부터 나온 KBS ‘9시뉴스’ 보도 등에 대한 원론적인 얘기였다”며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해 원론적인 차원에서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팩트에 신중을 기하자’는 취지의 발언이었을 뿐 특정 해설위원에 대한 논평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KBS 측은 “본부노조가 보도지침을 운운하는 것은 사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며 “해설위원들에 대한 인사도 인사위에 따른 조치인 것이지 사장의 문제제기가 원인이 됐다는 주장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기사 추가 : 2016-07-1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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