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464명을 포함해 총 2339명의 피해자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인해 소비자집단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소비자집단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제의 쟁점과 도입방향’이라는 토론회를 개최해 “이제는 기업이 저지른 명백한 잘못에 대해 상당한 책임과 배상이 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토론회에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 대표가 참가해 15일 11시에 있었던 중앙지검 앞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발표했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피해를 본 가습기 살균제 제품 회사에 따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가지고 있느냐 여부에 따라 구별되고 배제되고 있다.

강찬호 대표는 “애경 제품 같은 경우에는 옥시 다음으로 사망자가 많이 나왔는데 민사소송 피해보상에서 배제돼있다. 애경, SK케미칼, 이마트 등은 수사 대상에서 빠져서 중앙지검 앞에 피해자들이 찾아간 것”이라며 “또한 현재 피해자들은 피해인과관계가 높은 1·2단계 판정자만 협상대상에 포함돼있고 피해자 절반 이상이 배제된 상태이다. 피해자에 대한 배제 없이 수사가 확대되고 피해보상이 확대 돼야한다”고 말했다.

▲ 15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중앙지검 앞에서 SK케미컬, 애경, 이마트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토론회에는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 대표, 김낭규 법무법인 이정(利貞) 변호사, 이혁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 김현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 모임 대표, 좌혜선 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국장,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 실장, 정진욱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과장이 참가했다.

7명의 패널 가운데 신석훈 실장과 정직욱 과장이 각각 기업과 정부 측의 입장을 대변해 최근 소비자집단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에 제지를 거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토론회에서 제기된 중요 쟁점 가운데 패널 사이에 입장이 갈린 부분을 정리한 것이다.

▲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회의실에서 국민의당이 주최한 '소비자집단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제의 쟁점과 도입방향'이 진행 중이다. 사진=정민경 기자
Q1. 현재 한국에 단체소송이 있지 않나? 집단소송도 필요한가?

1-1.기본설명: 현재 광의로는 대표당사자 소송과 단체소송이 있다. 대표당사자 소송은 구성원 중 1인 등이 피해를 입은 소수주주, 소비자 등에게만 당사자 적격을 인정한 한국의 집단소송법이다. 단체소송은 사회단체, 시민단체도 당사자 적격을 가지며 소비자 기본법에 의해 행해진다. (김낭규 변호사 발표 가운데)

1-2. 단체소송과 집단소송은 중복이다 /정진욱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과장
“현재 외국 어디에서도 단체소송과 집단소송이 같이 도입된 케이스는 없다. 만약 소비자집단소송제를 도입한다면 단체소송을 폐지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1-3 집단소송법이 구제할 수 있는 대상이 다르다 /좌혜선 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국장
“단체소송제도는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또한 피해자의 직접적 위험이 있어야한다. 이러한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실제로 단체소송제도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또한 단체소송과 집단소송제도가 동시에 있다는 외국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한국도 그래야할 이유는 없다.”

▲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회의실에서 국민의당이 주최한 '소비자집단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제의 쟁점과 도입방향' 토론회에서 김낭규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Q2. 소비자집단소송제 Opt-in(옵트인)방식, Opt-out(옵트아웃) 방식?

2-1. 기본설명: Opt-in 방식이란 적극적 참여를 말하며 민사소송법에 의해 등록된 권리자들에 한해서 판결의 효력이 미친다. 즉 자신이 소송을 걸겠다고 의사를 표시해야 나중에 판결에 대한 결과를 적용받을 수 있다. 반대로 Opt-out 방식이란 자신을 적극적으로 제외하겠다고 의사표현을 하지 않은 모든 대상자를 포함한 방식이다. 미국식 집단소송제는 Opt-out 방식이다.

2-2. 집단소송제의 Opt-out 방식은 기업의 피해 야기한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 실장
“미국식 Opt-out 방식은 잠재적 피해자까지 모두 소송에 영향을 미쳐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무시무시하다. 미국식 집단소송법은 실제 피해자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수 없기 때문에 남용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는 화해를 하고 끝내버리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2-3. Opt-out 방식이 오히려 기업의 부담을 덜 수 있다 / 김낭규 변호사
“지금의 선정당사자 제도라면 특정 가능한 피해당사자가 선정자단을 구성하며 그 중 선정당사자를 선정하여 소송을 제기한다. 당시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나온다면 기업은 계속해서 소송에 시달리게 된다. 그것이 더 기업에 개별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Opt-out 방식으로 소송을 하면 재심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판결 하나로 해결할 수 있어서 기업부담이 오히려 적다고 생각 한다”

▲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회의실에서 국민의당이 주최한 '소비자집단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제의 쟁점과 도입방향'토론회가 진행 중이다. 사진=정민경 기자
3. 집단소송법 도입하면 정말 소송이 남발될까?

3-1. 기본설명: 남소(소송남발)의 가능성은 집단소송법 도입을 주장할 때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작용이다. 패소에 대한 위험이 적어 변호사가 많은 보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무의미한 소송이 남발된다는 것이다.

3-2. 집단소송법은 남소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 실장
“집단소송법은 Opt-out 방식인데다가 구성원들의 소송비용부담이 없기 때문에 남소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남소가 발생할 경우 기업 피해는 막대하다. 대표적인 것이 삼양라면 사건이다. 미국에서는 소를 고기만 먹지 부산물은 공업용으로 분류한다. 삼양라면이 이 부산물을 수입해서 썼는데 공업용이라고 해서 소송을 당했다. 당연히 승소했다. 하지만 결국 농심에게 시장을 빼앗겼다. 라면시장 구조가 바뀐 것이다. 집단소송법은 미국에서도 논란이 많다.”

3-3 남소 우려는 기우다 / 김낭규 변호사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을 보면 남소우려가 기우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 남소를 우려해 소송 절차를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서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는데 10건 정도밖에 소송이 없다. 원고가 250명 되는 소송을 해봤다. 수시로 전화가 오고, 재판이 열릴 때 마다 일이 몰린다. 전문로펌이 나서서 인력체계를 갖추지 않는 이상 처리할 수가 없다. 변호사가 돈을 노리고 수천 명까지도 가능한 집단소송을 한다? 변호사들의 실무를 잘 몰라서 나오는 주장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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