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문화제가 보수단체의 동성애 혐오 맞대응 집회 속에서도 큰 충돌없이 끝났다. 

11일 오후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신모씨(29, 서울)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호응해주고 혐오를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다같이 대응하니까 작년보다 혐오세력의 힘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매년 퀴어문화축제가 열릴 때마다 주변을 둘러싼 성소수자 혐오 세력들의 집회는 여전했다.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서울광장 맞은편과 덕수궁 대한문광장에서 동성애 반대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오전 10시부터 예배를 드리고 설교, 기도회를 여는 등 동성애 반대 발언을 끊임없이 이어갔다. 

하지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과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다. 돌발상황은 있었지만 경찰은 퀴어문화축제 참가자와 동성애 반대 집회 참가자들을 충돌하지 못하게 막았다. 횡단보도 하나를 두고 동성애 반대 집회 측이 찬송을 부르고 설교를 할 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은 풍물놀이를 하는 등 발랄한 대응을 하기도 했다. 

이날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이들은 집회측 추산 5만여명이었다. 성소수자(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를 뜻하는 퀴어들의 축제인 퀴어문화축제는 이번이 17번째다. 이날 주제는 '퀴어 아이엠(QUEER I AM), 우리 존재 파이팅'이었다. 

▲ 사진=정민경 기자

 11일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퀴어문화축제는 총 104개의 시민단체, 대사관, 대학 등 단체와 개인부스 등이 참여했다. 오후 2시부터는 선율, 상근의 사회로 개막식 무대가 시작됐다. 이 공연에는 아멘더레인보우, 판타스틱한여자들, 수진, 지보이스&아는 언니들, 큐캔디, PRO의 공연이 이어졌다. 

▲ 퀴어문화축제 사회를 본 선율, 상근. 사진=정민경 기자
▲ 마지막 무대를 꾸민 PRO팀의 공연. 사진=정민경 기자


▲ 동성애 반대 집회. 사진=정민경 기자

공연이 끝난 4시 30분 부터 퀴어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이 퍼레이드에는 차량 7대가 동원되어 시민들과 함께 시청 앞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회현사거리를 지나 광장으로 돌아오는 총 2.9KM에 달하는 코스를 돌았다. 퍼레이드에는 퀴어퍼레이드 자원활동단, 조직위원회, 문화예술단체,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등 관련 단체와 구글, 러쉬코리아 등 기업, 트랜스젠더, 바이섹슈얼, 젠더퀴어, 에이섹슈얼 등 개인참가자 등도 참여했다.   

퍼레이드가 시작될 때 차량이 출발하려하자 동성애를 반대한다며 여성 2명이 나타나 도로에 누워 소동이 일기도 했다. 두 여성은 "이 나라를 구해주시옵서"라는 말과 함께 알 수 없는 언어로 기도를 시작했다. 경찰은 서둘러 여경을 투입해 두 여성을 끌어냈고, 행진은 충돌없이 시작됐다. 

▲ 퀴어퍼레이드 참가 차량. 사진=정민경 기자
▲ 퀴어퍼레이드를 반대하는 이들이 행진 맞은편 인도에서 기도를 하며 반대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사진=정민경 기자
▲ 퀴어퍼레이드를 반대하며 도로에 드러누운 여성. 사진=정민경 기자

퀴어퍼레이드 내내 퍼레이드를 반대하는 이들은 피켓을 들고 반대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퍼레이드 참가자들과의 큰 충돌은 없었다. 퍼레이드에 참가한 서울에서 온 정모씨(33)는 "굳이 저렇게 자신의 정력을 소비하면서까지 반대를 하러 나오는 것이 이해가 안간다"며 "저들과 상관없이 서울 한가운데에서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외치며 즐길 수 있어서 신이난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이모씨(27)는 "혐오세력에 대처하는 시민의식이 예전보다 성숙해진 것 같다"며 "혐오세력들이 방해할 때 다같이 환호하면서 즐긴 것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남양주에 사는 이모씨(24)는 "대중의 참여가 늘어서 뿌듯하기는 하지만 퀴어하위문화의 표출이 조심스러워진 느낌이 들기도한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 퀴어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반대편의 동성애 혐오 발언은 계속됐다. 사진=정민경 기자

▲ 사진=정민경 기자
▲ 퍼레이드 도중 동성애 혐오 발언이 계속되자 퍼레이드 참가자 중 한명이 '동성애는 불법이 아니다'라는 피켓을 보이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퀴어페레이드는 큰 충돌없이 6시 10분 경 끝이나 광장에 다시 모인 이들은 축하공연무대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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