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지만 정작 뉴스 텍스트를 제대로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드물다는 건 ‘함정’이다. 

뉴스를 체계적으로 알고 싶은데, 언론과 언론산업이 여전히 낯설다면 조윤호 미디어오늘 기자가 최근 펴낸 ‘나쁜 뉴스의 나라’가 효과적인 교재가 될 수 있다. 조윤호 기자가 미디어오늘에 연재한 ‘뉴스 파파라치’ 기사 25회분을 엮어낸 책으로 미디어오늘이 21년 동안 써온 기사를 조윤호 기자의 관점으로 정리했다. 

책은 뉴스의 텍스트 읽기, 콘텍스트 읽기, 언론산업 읽기를 초급, 중급, 고급의 단계로 나눴다. 말미엔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인 뉴스의 미래도 있다. 조윤호 기자는 “저널리즘의 관행과 방침, 시스템을 알리고 싶었다”면서 “시스템을 이해하면 언론과 기자에 대한 비판이 ‘기레기’라는 욕설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힌다. 

▲ 나쁜 뉴스의 나라 / 조윤호 지음 / 한빛비즈 펴냄.
그의 말처럼 책은 일반적인 논조 비평에 그치지 않고 이면을 파헤친다. 보도된 결과물 뿐 아니라 보도하지 않는 내용에 대한 비평을 담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뉴스에 나가지도 않지만 집회현장에 방송사 카메라들이 즐비한 이유, 오늘 뉴스에 나오지 않은 내용이 불쑥 내일 대서특필되는 ‘시간차 공격’이 나오는 이유를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책의 예제는 모두 실제 언론의 사례다. 월간조선이 아무 연관도 없는 안철수와 이석기를 어떻게 엮어 장사를 하는지, 보수신문들이 ‘세월호’와 ‘종북’을 엮어내 대중과 분리시키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쓰는지, 문창극 친일발언 단독보도 기회를 얻은 SBS는 왜 KBS와 달리 보도를 하지 않았는지 등. 대중이 기억해야 할 언론의 부끄러운 면을 가감 없이 담아 그 자체로 하나의 기록물로서 가치가 있다.

저널리즘 비평과 언론산업에 대한 해설의 결합은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해준다. 전경련과 한국경제, 중앙일보와 삼성, 조선일보와 방씨일가의 관계 등 언론의 지배구조를 파헤치며 논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론한다. 경제권력 역시 단순히 광고를 언론과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니라 돈을 주고 뉴스를 사고, 멀쩡히 보이던 기사를 삭제하게 한다는 점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조명한다. 삼성 자본이 만든 착한 뉴스, 손석희의 JTBC를 시청자들이 언제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담겼다.

기득권 언론과 청와대가 낙하산을 내리꽂는 공영방송의 뉴스만 도마에 올리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롭다. 한국 언론지형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진영논리에 빠진 진보언론의 문제는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겨레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DJ 유훈통치와 ‘놈현’관 장사를 넘어라”는 기사 때문에 절독운동에 직면한 적 있다. 한 진보성향 언론사 기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친노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으면 돈을 내는 후원회원이 눈에 보일 정도로 줄어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조윤호 기자는 “언론이 정파성을 갖되 의도적으로 사실을 누락하거나 축소하고, 왜곡하는 등 언론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채 특정 정치세력을 옹호하는 것이 ‘정파 저널리즘’이 언론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자 개개인이나 언론사의 노력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뉴스 수용자가 언론이 무엇을 누락하거나 숨기고 왜곡했는지 밝혀낼 눈을 가질 때만 해결될 수 있다.”

일부 뉴스는 보지 말라고 전하는 대목은 과감하다. 아무리 뉴스를 열심히 읽고 본다고 한들 알아들을 수 없는 뉴스가 있다. 그 중에는 같은 정책에 대해 종편과 지상파, 조중동과 지상파가 이해관계에 따라 상반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 조윤호 기자는 이 같은 기사를 ‘스킵’할 것을 권한다. 알랭 드 보통이 저서 ‘뉴스의 시대’에서 “뉴스를 보지 말고 기차여행을 떠나라”고 조언한 것처럼 불필요한 뉴스는 걸러서 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총선 결과는 이 책에도 숙제를 남겼다. 최악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평가받는 비대칭적 언론환경에서 야권이 승리한 배경에는 기성언론의 ‘프레임’이 더 이상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언론 환경의 변화가 있었다. 이 책은 ‘뉴미디어 시대’의 뉴스를 읽는 법을 다루고 있지만 그 대상은 주로 ‘올드 미디어’에 국한된다. 뉴미디어 시대에 뉴스의 새로운 정의와 문법, 그 산업의 작동방식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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