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뉴스의 생사여탈권을 쥔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출범 이후 전반적으로 언론사 트래픽이 줄었으나 어뷰징을 대거 벌여온 대형언론의 페이지뷰(PV)는 오히려 늘었다. 포털이 기계적인 중립 기사를 쓰는 뉴스통신사를 편애한 결과 연합뉴스를 비롯한 뉴스통신사의 순방문자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4년 1개월 동안 미디어 카테고리의 트래픽 상위 30개 사이트의 방문자수(UV)와 페이지뷰(PV)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트래픽 분석서비스 코리안클릭에 의뢰한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평가위는 “3월 심사 이후 어뷰징 95%가 줄었다”고 발표했지만 대형언론은 ‘예외’라는 점이 드러났다. 평가위 출범 발표 후 상위 23개 언론사의 전체 PV는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매일경제의 PV는 주춤하다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다. 조선닷컴의 월간 PV는 올해 1월 들어 3억1100만까지 떨어졌으나 평가를 시작한 3월이 되자 3억5400만까지 치솟았다. 동아닷컴은 2월 8000만에서 3월 9500만으로 늘었다. 매경닷컴 역시 지난해 8월 2800만까지 PV가 떨어졌으나 올해 2월 3800만, 3월 4600만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 2012년 2월~ 2016년 2월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월간 PV 추이. 자료=코리안클릭.
이 같은 현상에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편법 어뷰징이 늘었다. 평가위가 3월부터 어뷰징 단속을 시작했지만 반복전송 기사가 전체의 3%가 넘어섰을 때만 제재가 가능한 상황이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온라인뉴스 부국장은 “어뷰징을 많이 하는 대형일간지들은 걸리지 않을 만큼의 어뷰징을 변칙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키워드에 몰아서 어뷰징을 하는 게 아니라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며 전체 기사량을 맞춘다는 이야기다. 평가위에 따르면 기사 내에 ‘핫클릭’등의 문구를 통해 자극적인 아웃링크 기사리스트를 넣는 ‘링크 어뷰징’이 급증하기도 했다. 

둘째, 겁을 먹은 군소매체들이 논란이 될 만한 기사를 대거 줄이면서 대형 매체들이 반사이익을 봤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 군소 인터넷매체 관계자는 “평소 기자당 어뷰징기사 할당량이 있었지만, 평가위가 어떻게 제재를 내릴지 모르니 1월부턴 아예 중단됐다”고 말했다.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인터넷 경제지 산업부에 보도자료를 뿌리는데 과거 20여개 뿌리면 기사가 7~8개 나간다면 평가위가 보도자료 기사를 제재한다고 밝힌 이후에는 1~2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2012년 2월~ 2016년 3월 상위 23개 언론PV, UV 합계.(클릭하시면 확대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수백개에 달하는 포털 검색제휴 매체들이 기사를 줄이다보니 상대적으로 기사출고량이 많은 대형언론들의 기사 주목도가 높아진 것이다. 최철 노컷뉴스 SNS팀장은 “따로 변화를 준 건 없는데 올해 들어 연예, 문화 기사 트래픽 높아졌다”면서 “평가위가 어뷰징을 제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기사의 노출 빈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계적인 중립 기사로 포털의 ‘편애’를 받았던 뉴스통신사들은 언론사 전반의 트래픽이 떨어지는 추세 속에서도 급성장하는 이변을 보였다. 앞서 미디어오늘이 2014년 11월1일부터 6개월치 네이버와 다음 뉴스 섹션에 게재된 기사를 분석한 결과 연합뉴스 기사 비중이 23.6%에 달했다.

▲ 자료: 코리안클릭.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평가위가 어뷰징 제재를 시작한 3월 연합뉴스의 UV(순방문자)는 2533만 명을 기록해 2012년 2월부터 4년1개월 간 역대 2번째로 높은 기록을 보였다. 언론사 트래픽 순위로 집계하면 2014년 1월까지만 해도 연합뉴스는 23위였으나 2015년 8월에는 5위, 지난달에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바로 뒤인 3위까지 올라섰다.

변칙이 난무하고 있지만 대형 언론 사이에서도 전반적으로 언론사에 대한 트래픽 유입이 감소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상위 23개 언론의 PV 합계를 조사한 결과 지난 3월 PV는 2012년 2월부터 4년 1개월 중 가장 낮은 9억1500만을 기록했다. 순방문자수 역시 집계기간 중 3번째로 낮은 수치다. 경향신문의 경우 2014년 12월 PV가 1억까지 나왔지만 1월 8100만, 2월 6900만, 3월 6100만으로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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