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없는 공터 위에 선 중공업 크레인이 또 신문지면에 등장했다. 신문들은 일제히 구조조정을 요구했고, 보수신문은 노동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여소야대가 된 이후 보수신문이 부쩍 야당에 관심이 많아졌다. 조중동은 정부여당에 공세를 높이는 주장을 '강경 이념공세'로 몰고, 정부여당에 협력하는 것을 '민생'이라는 프레임으로 덮었다.

2% 성장, 언론들 “구조조정” 요구

한국경제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던 한국은행마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낮췄다. 앞서 국제기구들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지를 2%대로 예견한 바 있다. 

문제는 수출부진과 소비위축, 원인은 구조에 있다는 게 언론의 공통된 견해다. 그래서 하나 같이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은 사설에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동아는 "부실기업 정리 미루면 경제 악성종양 될 위험"기사를 내보냈다. 모두 부실한 기업을 정리해 체질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다. 

보수언론은 부실기업 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노동개혁'을 요구했다. 동아는 사설에서 "야당이 강성노조와 손잡고 저지하면 구조조정은 물 건너가고 폭탄돌리기만 진행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은 구조조정 범위를 확대해 "노동, 금융, 공공, 교육 분야의 적폐를 일소하는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1면 기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노동시장 능력에 따라 평가 보상받는 시스템을" 발언을 기사화했다. 노동유연성과 더불어 비정규직 문제와 지나친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해법도 필요한 상황이지만 보수신문은 노동개혁에만 열을 올렸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구조개혁의 정당성을 논하는 대신 한국은행의 '춤추는 경제전망'을 문제 삼았다.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낙관적으로 잡는 경향이 있는데 한겨레는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 잦은 전망치 수정에 대해서는 "수시로 전망을 바꾸고 또 전망치와 결과 사이에 오차가 크면 신뢰를 잃는다"고 비판했다.

조중동, 야당에 '가만히 있으라'

여소야대 정국에서 새누리당의 입법 영향력은 미미해졌다. 오히려 기존에 밀어붙였던 테러방지법, 국정교과서 등이 무력화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수신문들은 야당에 '가만히 있을 것'을 요구했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나 법안은 '정치공세'로, 정부의 요구에 협력하는 걸 '민생'으로 명명하며 야당 내 새누리당에 비교적 우호적인 세력을 지원했다. 

국민의당에서 정책 노선을 두고 혼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야당에서 새누리당에 협력적인 태도를 취하는 인사의 발언을 강조하고,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인사들에 대해서는 몰아붙이는 편집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에서 날이 선 정부비판을 하고, 주요 법안의 재검토를 주장한 의원들을 골라 도마에 올렸다. 조선은 "이재명 성남시장이나 정청래 의원 같은 사람들도 아니나 다를까 세월호 특검, 테러방지법 폐지, 개성공단 원상회복 조치를 과반의 힘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했다"면서 "야당이 경제위기에 책임의식을 갖지 않으면 수권정당은커녕 야당의 지위조차 박탈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아일보의 '막말 정청래, 독선 천정배, 복당 윤상현... 벌써 표심 역주행'기사도 비슷한 내용이다. 제목에 윤상현 의원도 언급 되지만 기사 내의 비중은 미미하다. 대부분 정청래 전 의원과 천정배 대표의 언행을 문제 삼은 것이다. 천정배 대표를 향해 "정부, 여당에 선전포고"를 했다며 "독선적 행보"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의원의 경우 현직 국회의원이 아님에도 트위터에 올린 당 지도부 비판 글을 문제 삼았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에서 "총선 뒤 두 야당이 가장 먼저 선언한 건 세월호특별법 개정, 국정교과서 폐기 등 정치이슈"라며 천정배 대표의 보수정권 국정조사 주장에 "한풀이식 운동권 정치"라고 비판했다. 중앙은 대신 "민생 공약실천 놓고 정책경쟁을 할 것"을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은연 중에 국민의당을 밀어주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조선은 정치면에서 부산, 대구를 찾은 안철수 대표와 봉하마을을 방문한 문재인 전 대표 소식을 나란히 다뤘는데, 안철수 대표 기사를 위에 배치했다. 두 대권주자를 다루면서 1당인 더민주보다 3당인 국민의당 소식을 강조한 것이다. 더욱이 문재인 대표 소식에는 "정계은퇴 발언에 대한 질문을 하려 하자 지지자들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는 비판적 내용을 담았다.

반면 한겨레는 보수신문과는 대조적으로 '테러방지법'에 대한 야당의 공조를 요구했다. 한겨레는 "보수언론 등에서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을 향해 선명성 경쟁을 벌이지 말라느니, 합리적 제3의 길을 가라느니 하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면서 "인권침해의 독소조항으로 가득 찬 테러방지법"의 개정을 요구했다.

유승민 복당 논란인데, 이해찬으로 물타기

지난 19일 유승민 의원과 이해찬 의원이 각각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했다. 이슈가 된 건 유승민 의원이었다.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 계기가 된 '비박 찍어내기' 갈등의 핵심이 유승민 의원이기 때문이다. 더민주에 1석 차이로 원내 2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의 상황 역시 복당 문제에 관심을 끌게 한다. 19일 SBS 메인뉴스인 8뉴스가 '원유철 물러서자…이번엔 유승민 복당 갈등'으로 유승민 의원의 복당 문제만 보도한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그런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두 의원의 복당을 하나로 프레임으로 묶었다. 조선일보의 관련 사설 제목은 '유승민, 이해찬 복당, 국민 납득할 만한 설명 있어야'다. 동아일보의 관련 기사 제목은 '유승민-이해찬 복당 신청... '돌아온 불청객 태풍의 눈으로'다. 여당의 복당 문제와 계파갈등이 더욱 주목할만한 이슈임에도 여야의 복당문제를 하나로 묶어 양당 모두 공천에 문제가 있었고, 복당을 둘러싼 갈등이 있음을 강조하는 편집태도다. 

더욱이 조선일보는 이해찬 의원의 복당 문제에 관해 "더민주가 이 의원을 복귀시키려면 친노 정당으로 돌아가는 것인지 아닌지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노'를 향한 비판적 프레임을 가동한 것인데 이해찬 의원 한명을 복당시킨다고 '친노정당'이 아닌 정당이 한 순간에 '친노 정당'이 되지 않는다. 더민주가 공천 과정에서 상징적인 친노 의원들을 컷오프한 건 사실이지만 '무조건 친노를 배제하겠다'고 공언한 적 역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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