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민심. 2016 총선의 고갱이다. 기실 총선 전에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확보를 낙관하는 여론조사를 볼 때마다 생게망게 했다. 언론의 책임을 묻는 칼럼을 곰비임비 쓴 이유다. 선거 결과를 보며 새삼 민중 앞에 겸손하자고 다짐했다.
총선 다음날, 청와대는 ‘달랑 두 줄’의 논평을 내놓았다. 예상했지만 그들의 낯이 얼마나 두꺼운지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그래서다. 지금 김종인과 안철수에게 성찰을 촉구한다면 너무 불공정하지 않을까. 하지만 쓰기로 했다. 박근혜에 이미 비판이 쏟아져서만은 아니다. 민심을 모르쇠 하는 박근혜 못지않게 김종인과 안철수도 버금가는 언행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마침내 김종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부세력이 지금도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많이 한다. 이를 차단하지 못하면 절대 정상적인 집권당으로 가기 힘들다”고 단언했다. 기막힌 일이다. 자신이 이끄는 더민주당에 대해 외부 의견을 듣지 않겠다는 말은 자가당착 아닌가. 바로 그가 ‘외부세력’ 아니었던가.
나는 더민주당의 비례대표에 누가 공모했는지 명단을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평생 이 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에 헌신해온 사람들이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그들을 ‘운동권’이라는 ‘조중동 용어’로 차단해도 좋은가. 김종인이 전두환의 ‘국보위’에 동참하고 금덩어리와 돈을 수십억 모아갈 때 노동현장과 통일운동 현장에서 애면글면 몸 던져 온 사람들이 있다. 이 나라 민주주의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고, 제자논문 표절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수학교수를 비례대표 1번으로 내놓은 행태는 얼마나 오만한가. 당시 그의 아내와 ‘연줄’이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묻고 싶다. 대체 그런 작태가 ‘정상적인 수권정당’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자신이 꼭 국회 배지를 달아야 옳았는가. 비례대표 공천만 잘했다면 결과는 더 좋았을 터다. 총선 앞에 그가 겸손해야 할 이유다.
안철수에게도 성찰이 안 보인다. 그는 야권연대와 관련해 자신의 선택이 외연을 넓히는 방법이었다며 “고정관념에 갇혀 일대일 구도를 만들면 100% 진다”고 합리화했다. 통합론으로 흔들지만 않았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취지의 말도 서슴지 않았다.
4월13일 유권자들은 ‘고문’을 당했다. 어떻게 투표해야 박근혜 정권을 심판할 수 있을까 숙고할 수밖에 없었다. 총선 결과는 그 ‘고문의 흔적’이다. 그럼에도 김종인과 안철수가 늘어놓는 자화자찬은 민망함을 넘어 살풍경이다. 성찰을 촉구하며 권한다. 아침, 저녁으로 두 사람에게 표를 준 민중을 거울로 들여다보기를. 조금만 더 겸손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