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님, 카스 한잔 하시지 말입니다.”
“더는 안 되겠어. 산와머니에서 대출 받자.” 

드라마에서 이 같은 장면이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 간접광고 대상에서 금지된 대부업체, 주류 광고 허용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1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17도 미만의 주류(맥주, 막걸리, 와인, 일부 소주 등)와 대부업체의 가상광고, 간접광고를 허용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로 결정했다. 가상광고는 방송 프로그램 도중 등장하는 CG로 된 광고를 말한다.

방통위는 서로 충돌하는 법령을 일관되게 정비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과 대부업법은 주류와 대부업의 광고를 특정 시간에 금지하는 방법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반면 방송법 시행령에서 간접광고와 가상광고는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품목의 광고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들 광고가 엄연히 허용되는 시간대임에도 방송법에서 특정 광고종류만 막아 내용이 충돌한 것이다.  방통위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방송법 시행령을 손 보기로 결정했다.

▲ 현재도 방송 드라마가 지나친 간접광고로 비판 받고 있는데, 방통위는 법령정비를 핑계로 간접광고 제한 품목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홍삼 간접광고.
따라서 17도 미만의 주류 광고가 허용되는 오후 10시~오전7시, 대부업체 광고가 허용되는 평일 오전 9시~오후1시 및 오후10시~오전7시, 토요일 및 공휴일 오후10시~오전7시에 방영되는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스포츠 중계 프로그램에서 이들 간접광고 및 가상광고를 볼 수 있게 된다.

사실상 편법적인 광고규제완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추천 김재홍 부위원장은 “주류 광고는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대부업을 활성화하면 국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상광고와 간접광고는 보통 광고보다 효과가 크다”면서 “이들 품목의 광고는 계속 제한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지금까지 방송 공공성 차원에서 시청자 보호를 위해 규제를 유지했던 것”이라며 “설령 법령 체계 정비라 할지라도 규제 완화효과를 가져오게 되면 책임은 일차적으로 방통위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입법예고를 하자는 게 바로 시행하자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입법예고를 한 다음 다른 부처의 의견을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법률적 측면의 논의를 하도록 하자”면서 입법예고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입법예고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방송사 뿐만 아니라 외주제작사도 간접광고를 유치할 수 있게 된다. 시행령은 간접광고의 노출 품목, 노출 수준 및 횟수, 간접광고가 노출되는 대본 등에 관해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가 서면으로 합의를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외주제작사의 간접광고는 해당 드라마가 편성되는 방송사업자의 광고를 대행하는 미디어렙에 판매를 위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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