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나오는 뉴스 가운데 하나가 “기자들은 빨리 죽는다”는 거다. 스트레스도 많고 술도 많이 마시고 야근이 일상이니 평균 수명이 짧을 거라는 예상은 할 수 있다. 실제로 돌연사하는 기자들의 사례도 종종 들린다. 그때마다 인용되는 자료가 김종인 동국대 보건복지학부 교수의 2011년 논문이다. 1963~2010년까지 48년 동안 언론에 난 3215건의 부음기사와 통계청 사망통계를 분석한 결과 기자들의 평균 수명이 67세로 집계됐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11개 직업군의 평균 수명은 69세인데 평균 이상은 종교인이 80세로 가장 수명이 길고 정치인은 75세, 교수 74세, 기업인 73세, 법조인 72세, 고위 공직자 71세, 연예인 70세, 체육인과 작가, 언론인은 67세로 나타났다. 당시 조사 시점 기준으로 최근 10년(2001∼2010년)만 놓고 보면 종교인은 82세로 늘어났고 교수는 79세, 법조인 78세, 기업인 77세, 언론인은 72세로 조금씩 늘어났다.

▲ 픽사베이. CC0.
국내 최초로 직업별 사망 연령을 분석한 논문으로 꼽히지만 이 논문은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김 교수는 이 논문에서 “사회 저명인사를 중심으로 일간 신문의 부음기사에서 연구자료를 수집했다”고 밝히고 있다. 1963년부터 2010년까지의 48년 동안 기사화된 3215명의 부음 기사를 집계한 결과다. 신문에 부음기사가 날 정도로 유명하고 사망 시점에 직업을 유지하고 있거나 과거 직업으로 기억될 정도의 평판이 있는 사람들이 대상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최근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1개 직업군 조사 대상 1072명 가운데 정치인이 226명, 교수와 기업인이 각각 184명과 135명인 반면, 언론인은 86명 밖에 안 됐다. 1963년부터 48년 동안 조사에서도 3215명 가운데 정치인과 교수가 654명과 588명으로 가장 많았고 언론인은 261명에 그쳤다. 애초에 언론인으로 부음 기사가 나는 경우가 많지 않은 데다 이들이 전체 언론인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 48년간(1963-2010) 직업별 수명. 김종인 원광대 보건복지학부 교수의 논문에서 발췌.
참고로 19대 국회의원 평균 연령은 53.9세였다. 정치인은 애초에 직업군의 평균 연령이 높고 신문에 웬만한 전직 국회의원은 부음 기사가 빠지지 않고 실리기 때문에 비교적 실제 사망률에 근접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인의 경우 퇴직이 빠른 데다 퇴직 이후 죽음이 부음 기사로 실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현직에서 요절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부음 기사가 날 일이 없기 때문에 부음 기사만 모아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사망 연령이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2005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를 보면 오프라인 매체 기자들의 연령별 구성은 20대가 14.8%, 30대가 49.5%, 40대가 32.1%, 50대 이상은 4.3%로 나타났다. 반면 2014년 신문산업실태조사에선 20대가 12.3%, 30대가 33.1%, 40대가 31.6%, 50대 이상은 23%로 나타났다. 30대가 크게 줄고 50대가 여섯 배 가량 늘어났지만 정치인이나 법조인, 교수 등의 직업군에 비교하면 평균 연령이 낮은 편이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기준으로 신임 교수들의 평균 나이가 43.6세다. 교수들 대부분이 정년까지 채운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초에 언론인들과는 조건이 다르다. 법률신문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법조인의 평균 연령은 41.9세였는데 판사나 검사 퇴직 이후에도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본다면 정년이 없는 직업군이다. 종교인의 경우도 기독교는 목회자의 정년이 70세까지, 불교 승려들도 정년이 의미 없는 경우가 많다.

언론인으로 죽는 사람과 교수 또는 종교인·법조인으로 죽는 사람의 사망 시점의 연령을 단순 비교하는 게 무리라는 이야기다. 김 교수도 과거 한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이 연구 결과와 관련, “저명인사 중심이라 전체 직업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기초로 직업 집단 별로 더 정밀한 평균 수명 조사가 이루어져 각 분야에서 좀더 질 높은 보건의학 교육과 행정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연구 취지였다”는 설명이다.

연예인의 평균 수명이 1990년대 평균 75세에서 2000년 이후 평균 65세로 줄어들었다는 결과도 이 논문의 신빙성에 의문을 더한다. 연예인들의 평균 수명이 10년 사이에 10세 이상 줄어들었다기 보다는 연예인들의 평균 연령이 낮아졌고 퇴직 연예인의 죽음이 뉴스가 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전형적인 통계적 착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국민들의 평균 수명은 1970년 61.9세에서 2013년 81.9세로 늘어났다. 김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11개 직업군의 평균 수명이 종교인을 뺀 나머지 11개 직업군은 모두 평균 수명보다 일찍 죽는다는 결론이 되는데 이 역시 상식적이지 않다. 애초에 이 연구 논문은 저명한 인사가 대상이라 종교인과 교수, 정치인들이 나이가 먹을수록 저명해지는 반면, 언론인과 연예인들은 현장을 떠나 저명함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다만 이 논문과 별개로  기자들이 돌연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2006년 한국기자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과로사를 어느 정도 걱정하느냐’는 질문에 응답한 기자의 16.7%가 ‘매우 걱정한다’, 48%가 ‘걱정한다’고 답한 바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기자들의 평균 수명이 다른 직업군에 비교해 얼마나 짧은지는 통계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기자들의 평균 수명이 72세라는 연구 논문 역시 크게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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