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메인 뉴스인 ‘뉴스9’가 야당에 대해서는 ‘패권’, ‘운동권’ 등의 부정적 표현을 쓰는 반면 여당에 대해서는 '반발' 등 비교적 가벼운 단어를 사용하는 편향을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KBS본부)의 총선보도감시단은 지난 1월1일부터 3월29일까지 KBS 보도국 정치외교부가 ‘뉴스9’를 통해 보도한 리포트 383건에서 사용한 단어를 전부 분석해 얻은 결과를 1일 발표했다.

▲ 출처=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총선보도감시단.
총선보도감시단의 조사 결과 383건의 정치부 리포트 가운데 ‘친노’라는 단어가 포함된 리포트는 16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7건의 리포트에서 ‘패권’이라는 단어가 함께 등장했다. 리포트 건수가 아닌 ‘패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횟수로 계산하면 총 11번이었다. 또한 ‘친노’라는 단어가 포함된 리포트에서 ‘운동권’이라는 단어는 17번 사용됐다.

총선보도감시단은 지난 10일에 보도된 “더민주, 정청래 등 5명 공천 배제…‘친노 세력 여전’”이라는 리포트를 사례로 제시했다. 해당 리포트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등 현역의원 5명이 공천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박남춘, 배재정, 최민희 등 친노 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들과 우원식, 이인영, 우상호 등 운동권 출신 의원들은 단수공천이 확정됐습니다. 이 때문에 김종인 대표가 강조해온 패권주의 청산과 운동권 정당 극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총선보도감시단은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놓고 ‘운동권 정당’이라고 지칭하며 공격하고 있음을 볼 때 KBS 정치부 뉴스가 야당을 묘사하는 방식이 여당의 시각과 선거 전략에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총선보도감시단은 383건의 리포트 중에 ‘친박’ 혹은 ‘진박’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리포트는 모두 39건이었고, 이 중 ‘패권’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리포트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신 ‘계파’, ‘갈등’과 같은 ‘가치중립적’ 단어가 많이 사용됐고, ‘반발’, ‘신경전’ 등 비교적 가벼운 용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 지난10일 KBS뉴스9의 "더민주, 정청래 등 5명 공천 배제...'친노 세력 여전'"리포트(위)와 지난14일 "3선 서상기·주호영 등 대구 4명 공천 배제" 리포트(아래) 갈무리.
총선보도감시단이 이에 대한 사례로 든 지난 14일 “3선 서상기·주호영 등 대구 4명 공천 배제”라는 리포트는 “새누리당이 친박계 중진인 서상기 의원을 비롯해 대구지역 현역의원 네 명을 공천에서 탈락시켰습니다”(앵커멘트), “진박 논란의 중심지인 대구에서 서상기, 주호영, 권은희, 홍지만 등 의원 4명을 공천 배제했습니다”(기자 리포트), “상당한 정도의 갈등이나 충돌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 인터뷰)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있다.

총선보도감시단은 해당 리포트에 대해 “새누리당의 내분을 ‘갈등’, ‘충돌’ 정도로 가치중립적인 단어로 표현하고 이날 4명의 현역 의원 공천 배제가 전체적으로 친박계의 공천 탈락인 것처럼 묘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선보도감시단은 “KBS 정치부 9시 뉴스는 야당(주로 더불어민주당)의 내분은 ‘친노’, ‘운동권’의 ‘패권(주의)’이 문제라는 인식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있는 반면, 여당(새누리당)의 내분은 ‘친박’은 ‘패권’이 아닌 ‘반발’, ‘신경전’과 같이 가벼운 갈등 상황으로 묘사됐다”며 “이 같은 분석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보도책임자들의 답변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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