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수속 의원들이 ‘연대체’를 가시화하고 있다. 옛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이들은 외연을 확장하며 새누리당 내 정치질서를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새누리 계열의 무소속 연대는 강원·경북·충청권으로 확대되는 모양세지만 대구의 유승민 의원 측과의 연대가 불확실해 영향력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새누리당에서 컷오프된 뒤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한 임태희(경기 분당을), 강승규(서울 마포갑), 조진형(인천 부평갑) 후보는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파벌 정치와 비민주적 당 운영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부당 공천이 반복될 것”이라며 “무소속이라는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뜻을 모으게 됐다”고 밝혔다.

자신들의 모임을 ‘바른 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로 이름 붙인 이들은 이날 흰색으로 통일한 선거운동복을 입고 국회 정론관에 섰다. 후보자 번호는 5번(조진형 후보)과 6번(임태희·강승규 후보)으로 각각 다르지만 △새누리당을 바로 세워 정치를 바로 잡겠다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를 만들겠다 △사천이 판치는 정치를 바꾸겠다는 3가지에 우선적으로 동의했다.

▲ 왼쪽부터 조진형, 임태희, 강승규 무소속 후보가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임태희 후보는 “이번 선거가 오직 계파 이익만을 위해 공천했다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로 한국 정치 정당사에서 이번 같은 공천이 이뤄진 적이 없다”며 “우리가 지금 상황을 고치지 않으면 정책도 법안도 고위공무원에 대한 개별 인사도 이런 식의 기준(계파 이익)이 될 거라고 우려할 수 있다. 용비어천가가 생존의 중심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재 뜻을 모으는 과정이라며 총선에 나서는 공통적인 지향점을 추가적으로 발표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들은 또 현재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세호 전 포항시장(경북 포항북)과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강원 동해삼척), 김준환 변호사(충북 청주흥덕)가 모임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했다가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연대 뜻을 밝힌 이재오(서울 은평을), 안상수(인천 중동강화옹진) 의원을 포함해 ‘바른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 모임은 현재 8명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얼마나 강고한 연대체가 될지는 의문이다.

친이계 좌장으로 최근 탈당 후 이명박 대통령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이 의원의 적극 합류 시점은 좀 더 두고 봐야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른정치를추구하는사람들 모임의 한 관계자는 “2008년 ‘친박 공천 학살’ 당시에 대한 반성과 재발 방지 등의 논의가 더 필요한 것으로 안다”며 “이런 부분이 정리된 이후 이 의원도 적극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희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와 류화선 전 파주시장(경기 파주을) 등과 현재 소통 중”이라며 “아직까지 내부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에서 무소속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유승민 의원계와는 “계속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승규 후보가 조해진 의원을 통해 유승민 의원 측과 소통하고 있지만 뚜렷하게 ‘연대하겠다’는 확답을 들은 상태는 아니다.

강승규 후보는 “일단 사천에 피해를 본 무소속 후보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인데다가 대구 같은 경우는 특별한 상황이 있어서 그쪽이 같이 움직이고 있고 수도권과 강원으로 확산될 것”이라면서도 “지금 서로 함께 모여 무소속 연대란 말을 쓰냐 안쓰냐를 떠나 뜻을 함께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새누리당과의 연대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강승규 후보는 “우리가 이 모임을 하는 것은 당내 비민주성 척결이 한국 정치의 최우선 과제라 생각해서 한 것”이라며 “단일화한다면 의원 한 번 더 되겠단 거 밖에 없다. 그러면 이런 어려운 길을 나설 수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유승민 의원과 행동을 함께하고 있는 류성걸 무소속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 “아직까지는 연대나 어떤 모임이 된다고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없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어떤 모임이 되든지 그런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가능성을 열어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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