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후손, 졸부들의 상식을 초월하는 갑질에 한국사회가 병들고 있다. 돈과 지위를 물려받아 하루아침에 사장, 부사장, 회장 등 주요임원이 된 재벌 3, 4세들의 막말, 욕설, 살인, 불법행태가 한국을 졸부세상 천국으로 타락시키고 있다.

CBS노컷뉴스의 단독보도로 문제가 된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의 갑질은 엽기적이며 사회다수에 대한 일종의 테러행위에 가깝다.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욕설과 폭행은 기본이고 백미러를 접게하고 운전을 시키거나 운전중에 운전자의 뒷머리를 때리는 등 위험천만한 짓을 했다. 한해 동안에 갈아치운 운전기사가 40명이 넘는다니 갑질 차원을 너머 정신병자가 아닐까 의심스럽다.

그런데 이런 정신상태가 의심되는 인사가 멀쩡한 재벌기업, 대림산업의 부회장이라니... 언론의 보도가 나가자 "모든 결과는 저의 불찰과 잘못의 결과"라며" "상처받으신 분들을 위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그의 행태를 보면 누가 대신 적어준 것을 읽고 이 위기상황을 넘기려는 것으로 보인다. 재벌, 준재벌급 후손들의 도를 넘은 반사회적 행위는 곳곳에서 다양하게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대한항공 홈페이지, 연합뉴스
대한항공 조현아 전부사장의 대표적 재벌3세 갑질은 한국사회를 분노케 하고 서민들의 심사를 뒤흔들었지만 그때 뿐이었다. 정작 피해자들인 박창진 사무장 등은 별 희망이 보이지않는 소송에 미래를 맡기고 있을 뿐 가해자 조현아는 얼마되지 않아 바로 풀려났다. 이 사건조차 이제 잊혀졌지만 가해자는 웃고 있는데 피해자들은 어둠속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향토기업으로 준재벌에 속하는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은 ‘여대생 청부살해사건’의 장본인이었다. 돈으로 청부업자를 고용해서 무고한 여대생을 살해지시한 악마였다. 그 회장이라는 사람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부인을 대학병원 호화병실에 빼내 사실상 자유의 몸으로 살도록 만들었다. 자식을 졸지에 잃은 부모는 눈물속에 세월을 보내는데, 돈으로 허위진단서를 만들고 형집행정지를 이용했다. 의사, 검사, 변호사 등 배웠다는 전문가들이 무기수를 병원으로 빼돌리는 조연역할을 했다. 이 사건으로 영남제분 주가가 떨어진다며 한탑으로 이름을 바꿔 장사하고 있다.

역시 지역의 재벌급, 몽고간장의 김만식 회장도 운전기사와 직원들을 상습 폭행했다는 고발에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직원들은 졸부 사장, 회장들의 욕설과 인격비하적인 언어폭력에 시달리며 고통을 겪어야 했다. 고용노동부와 검찰이 조사, 수사한다고 하는데 아직도 조용하다.

이런 갑질하는 재벌, 준재벌급 인사들의 세가지 공통점은 직원을 동등한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옛날 하인, 노예 정도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은 법과 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폭행이나 폭언은 기본이고 심하면 살해까지도 감행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피해자들조차 돈과 권력의 무서움, 파괴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재벌 후손들의 일탈행위 정도로 넘어가기에는 너무 심각한 사회현상이 되고 있으며 그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단호한 대책이 필요하다.

▲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열린 제 69기 정기주주총회에 등장해 최근 불거진 '운전기사 갑질' 논란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25일 공개 사과했다. 사진=노컷뉴스
첫째, 피해자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

재벌 후손들의 망나니 행동을 참고 있으면 희생양 밖에 되지않기 때문에 즉각 피해사실을 알리는 것이 급선무다. 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해도 그런 직장에는 미래도 없고 현재도 지옥이다. 참지마라. 누구를 위해 그런 모욕을 당하면서 견딘다는 말인가. 인생은 짧다. 요즘은 비명을 지를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 사진이나 녹음 등을 이용하여 인터넷에 올리면 된다. 용기있는 자들의 고소, 고발이 역사를 바꿔왔다.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의식이 급선무다. 당신의 권리는 스스로 지킨다는 권리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둘째, 법과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재벌 후손들 앞에만 가면 법이 무력해지는 현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구속된 조현아도 금방 풀려나왔다. 몽고간장은 조사가 길어지며 처벌조차 미적거리고 있다. 심지어 청부살인한 한탑 회장 부인은 무기징역범이지만 대학호화병실을 넘나들며 자유로운 생활을 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법이다. 검사, 판사, 의사, 변호사 등 법을 집행하거나 그 집행에 영향을 주는 전문가들의 불법, 일탈행위는 한국의 졸부, 재벌들의 만용을 키웠다. 피해자들은 정작 법앞에 떨고 가해자들은 ‘법대로 하자’는 식은 타락한 법의 현실을 고발하는 것이다. 법을 만들고 강화해야할 국회의원들이 이들의 주머니에 후원금을 의존하는 고리를 끊어줘야 한다. 느리지만 바뀔 것이다. 꾸준히 문제제기 하는 수밖에 없다.

셋째, 재벌을 감시하는 언론의 역할이 더 강화돼야 한다.

언론도 재벌회사의 광고 등 금력에 의존하다보니 기사화 하지않는 경우가 많다. 대림사건의 경우도 CBS노컷뉴스의 단독보도로 공론화됐다. 일부에 알려진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이 부회장이 주총에서 이를 시인하고 사과하자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재벌 후손이 뭘 어떻게 했는지는 잘 보도조차 않고 ‘눈물겨운 사과’는 전문을 소개할 정도였다. 운전기사를 한 해에만 40명 정도 갈아치우는 거의 정신병자 수준의 CEO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않고 고개숙이며 사과하는 위장된 모습은 확대보도했다. 이 반대가 돼야 한다. 사과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것이니 지켜보면 된다. 그들의 반사회적, 탈법 행위를 고발하는데 언론의 자기검열, 광고와 바꿔치기 등의 관행부터 바뀌어야 한다.

넷째, 전문가집단의 윤리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사회는 판사, 검사, 의사, 교수 등 전문가집단의 영향력이 지대하다. 재벌후손들이 안하무인격으로 예사로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이면에는 전문가집단들의 비호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전관예우’를 동원하고 ‘진단서’도 조작한다. 만약 잘못되는 경우에도 옷벗고 재벌회사 변호사로 가면 된다. 변호사 이름을 올리지도 않으면서 한통에 수천, 수억원 짜리 전화를 하는 대한민국의 법조계는 타락이란 말이외에는 적절한 표현이 없다. 경제선진국(OECD) 가운데 한국의 사법신뢰도가 최하위를 기록하는데는 이들의 타락, 돈과의 결탁외에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에게 부끄러움이 무엇인가를 반복해서 지적해야 한다. 윤리를 저버리 전문가에게 법이 비껴가면 세상사람들이 손가락질이라도 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벌감시, 전문가 감시를 하는 시민단체의 활동이 활성화돼야 한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상호견제, 감시 시스템으로 작동된다. 법과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재벌의 불법, 탈법, 인격살인 등에 대해 고소, 고발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가 더 많아져야 하고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 한사람의 힘으로 부족하면 두명이 합세하고 그렇게 약자들이 뭉쳐야 내 권리를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해고를 더 쉽게 만들려는 정부의 ‘거꾸로 노동정책’은 우려스럽다. 파견직, 비정규직은 물론 앞으로 정규직조차 재벌후손들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날이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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