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무공천을 예고한 5곳 중 진박 후보 2명 공천장에 도장을 찍어줬다. 두 곳은 대구에 출마한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대구 동갑)과 추경호 전 청와대 국무조정실장(대구 달성)으로 ‘진실한 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38분부터 한 차례 정회 끝에 5시간 가량 논의 끝에 대구 수성갑에서 공천을 받은 이인선 예비후보를 비롯해 대구 3곳에 공천을 확정했다. 

이 예비후보는 주호영 의원이 법원에 낸 공천 효력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공천 무효가 됐던 지역 수성갑에 출마하게 된다. 공관위는 법원 가처분 효력을 피하기 위해 이날 1시간 반짝 후보 접수를 받고 이 예비후보를 단수 추천해 최고위에 넘겼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5시간 가량 이어진 최고위를 마친 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공천을 확정 받은 정종섭 전 장관은 대구 동갑에서 무소속으로 출하마는 류성걸 의원과 맞붙게 된다. 류 의원은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면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탈당했으며 24일 유승민 무소속 의원과 함께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은 대구 달성에서 출마하게 된다. 달성 역시 컷오프 되고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김태환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공언했던 곳이다. 김 의원은 오후 4시50분 현재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지역은 진박 대 친박의 대결로 누가 당선되더라도 친박 세 불리기에 큰 영향을 주는 곳은 아니다.

무공천 지역으로 확정된 곳은 유재길(서울 은평을), 유영하(서울 송파을), 이재만(대구 동을) 예비후보가 출마한 지역이다. 이 지역은 각각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과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곳이다.

서울 송파을 지역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빈 곳으로 이 지역의 새누리당 후보는 없어지게 됐다. 최고위는 서울 은평을과 송파을, 대구 동구을은 토론 끝에 상정하지 않기로 해 의결을 거치지 않고 무공천 지역으로 남겨뒀다.

최고위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난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금 상항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며 사실상 김 대표의 무공천을 인정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1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국립대전현충원


새누리당 최고위는 친박계의 ‘권한 대행 협박’과 김무성 대표의 ‘옥새 투쟁’으로 막바지까지 진흙탕 공천을 이어왔으나 이번 3(공천) 대 3(무공천) 타협으로 갈등을 일단락 하는 모양새다.

황진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최고위 결과 브리핑에서 “오늘부로 공천 관련 당내 갈등은 모두 해소됐다”고 말했다. 김태호 최고위원 역시 “아파도 미래로 가야한다는 마음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 등록 기간까지 이어진 새누리당의 공천 전쟁은 김 대표의 승리로 기울어지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예고했던 무공천 지역 중 절반 이상인 3곳을 관철시켰다. 특히 무공천 지역에 유승민 의원 지역구인 대구 동을을 포함시키면서 알짜도 챙겼다.

김 대표는 당 외부에서 거세지는 유 의원 낙천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면서 유 의원이 당선돼 국회로 돌아올 경우 당내 비박계 의원들의 세를 넓힐 수 있게 댔다.

최대 수확은 김 대표의 대권 도전에 새로운 이정표가 생겼다는 점이다. 2014년 개헌 발언 이후 이어진 친박과의 대결에서 30시간 내에 고개를 숙여 ‘30시간 법칙’이라는 별칭을 달고 다녔던 김 대표가 처음으로 의견을 관철 시킨 사례가 됐다.

하지만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도발”을 언급하며 국회와 정치권을 향해 “본인들만의 정치에서 벗어나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내려는 애국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무공천 결정에 당황했던 청와대 기류를 감안하면 김 대표를 향한 날선 비판으로 총선 과정에서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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