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바둑은 잘 하지만 뉴스 플랫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한국은 구글이 1위를 차지하지 못한 몇 안 되는 나라다. 그런데 정작 구글은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것 같다.” 14일 구글코리아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내가 했던 말이다. 이날 토론회는 구글 본사에서 뉴스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는 리처드 깅그라스 디렉터의 특강 직후 깅그라스와 한국의 뉴스 전문가들의 대담으로 진행됐다.

구글은 이날 구글 AMP(Accelerated Mobile Pages) 서비스를 소개하는 데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앰프’라고 부르는 AMP는 캐시 서버를 이용해 모바일 페이지의 로딩 속도를 빠르게 하는 새로운 웹 규약이다. 실제로 테스트 중인 웹사이트를 접속해 보면 터치하자마자 페이지가 반짝하고 떠오르는 느낌을 갖게 될 정도다. 구글은 이달 안에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AMP 서비스를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 구글 AMP 프로젝트 ⓒ구글.
일단 구글의 AMP 서비스는 혁신적이고 매력적이다. 깅그라스는 “웹페이지 로딩이 3초를 넘기면 이용자의 40%가 이탈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특히 모바일에서는 빠른 정도를 넘어 즉각적으로 웹사이트에 접속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모든 사이트들이 AMP 서비스를 따라오게 될 거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심지어 “네이버나 다음 등 한국 포털 서비스도 AMP를 이용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뉴스의 미래는 매우 낙관적”이라거나 “지금이야말로 저널리즘의 르네상스 시대”라거나 “전통적인 수익 모델이 무너지고 있지만 탐사 보도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등의 지적은 당연한 만큼 공허했다. 단순히 웹페이지 로딩 속도가 빨라지는 것만으로 위기의 저널리즘을 구원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깅그라스는 정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갈 길 바쁜 한국 언론사들에게는 한가한 고민처럼 들렸던 게 사실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은 뉴스 소비자의 유형을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TV 뉴스와 종이신문 등 전통적 뉴스 소비를 고집하는 사람들과 둘째, PC 기반 포털에서 뉴스를 보는 사람들과 셋째, 모바일에서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중심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까지는 두 번째 유형 소비자들이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고 세 번째 유형은 아직 이를 만회할 정도로 비중이 크지는 않다.

▲ 지난 14일 구글코리아 서울 캠퍼스에서 열렸던 구글 뉴스 토론회, '언론사를 위한 열린 뉴스 생태계'.
한국 언론사들의 고민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최근까지도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 기생해 왔으나 모바일로 플랫폼 기반이 옮겨가면서 트래픽 유입이 급감하고 있다. 당장 새로운 트래픽 소스를 찾는 게 생존이 걸린 절박한 과제인데 웹페이지 로딩 속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웹페이지도 깔끔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부차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한국에서는 구글의 점유율이 네이버·다음에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네이버와 다음 등 한국의 포털 서비스들은 구글과 달리 수동으로 뉴스 섹션을 편집한다.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트래픽을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다시 흡수한다는 비판도 많았지만 뉴스 소비자 입장에서는 포털만 훑어보면 개별 뉴스 사이트에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알고리즘 편집 방식의 구글 뉴스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기사 목록을 늘어놓는 방식으로는 이슈의 맥락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속보 대응도 늦다.

한국에서 구글의 점유율이 유독 낮은 것은 구글 검색 결과가 네이버나 다음만큼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AMP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해도 구글의 점유율이 지금보다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 분명한 것은 네이버에서 뉴스를 보던 독자들이 페이스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구글코리아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없는 것처럼 보였고 언론사들은 듣고 싶은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가 “언론사를 위한 열린 뉴스 생태계”였다는 걸 돌아보면 구글이 AMP 서비스에 거는 기대와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나왔지만 구글 AMP 서비스는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에 맞서는 구글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인스턴트 아티클이 페이스북 안에서 모든 걸 제공할 테니 페이스북 안에서 놀라는 의미라면 구글 AMP는 뉴스 콘텐츠를 가둬두지 말고 광활한 월드와이드웹에 풀어놓으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페이스북 의존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언론사들에게는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읽히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공포다. 한때 네이버와 다음에 목을 맸던 것처럼 이제 페이스북에 목을 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독자들이 몰려 있고 이곳에서 엄청난 트래픽이 오고가기 때문이다. 페이스북도 갈수록 ‘닫힌 정원(walled garden)’이 되고 있다는 우려는 있으나 언론사들은 이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에 합류하지 못해 안달이다.

구글이 꿈꾸는 열린 뉴스 생태계는 많은 이용자들이 구글을 통해 손쉽게 이슈를 검색하고 언론사들에 트래픽을 배분하면서 구글과 언론사들이 상생하는 모델일 것이다. 그래서 좀 더 빠르고 깔끔하게 열리는 웹페이지를 제안했겠지만 애초에 뉴스를 검색해서 보는 습관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페이스북 타임라인만 들여다봐도 모든 뉴스를 다 볼 수 있다면 굳이 포털이나 뉴스 사이트를 찾을 이유가 있을까.

네이버나 다음이 일방적으로 던져주는 뉴스보다 내 친구들이 집단지성으로 추천하는 뉴스가 더 믿을 만하다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자칫 주변 친구들의 성향에 따라 편향된 뉴스를 읽고 그게 뉴스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할 가능성도 있다. 좋은 기사가 공유가 잘 되는 건 당연하지만 공유 잘 되는 기사가 정말 좋은 기사인지는 의문이다. 페이스북에 뜨지 않고 사라지는 대부분의 뉴스는 어떻게 할 것인가.

▲ 구글 AMP 프로젝트. ⓒ구글.
깅그라스는 이날 토론회에서 여러 차례 “우리는 퍼블리셔가 아니라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농담 삼아 던진 “알파고 기자를 만들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뉴스는 모든 콘텐츠의 기본이다. 뉴스 생태계가 풍성하고 사람들이 뉴스를 많이 검색해야 구글의 검색 플랫폼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퍼블리셔들이 페이스북 플랫폼으로 몰려가고 난 뒤에도 이런 플랫폼 전략이 과연 유효할까.

구글의 열린 플랫폼이 페이스북의 닫힌 플랫폼과 경쟁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구글 AMP 서비스는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페이스북의 엄청난 성장 속도에 비교하면 아직 그 해답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구글이 미약하나마 플랫폼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면 구글이 페북에 맞설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건 한국의 언론사들에게는 정말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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