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MBC 사측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합법적인 총파업 투표소를 몰래 촬영하다가 발각됐다는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대해 MBC가 “본부노조의 불법 현수막 설치 현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MBC 사측은 15일 해명성 보도자료를 통해 “본부노조가 현수막을 상암문화광장 주변에 기습적으로 다시 설치한 것은 법 위반 행위이며, 이는 당연히 법에 따라 철거 조치되어야 할 행위”라며 “보안 인력의 상암문화광장 촬영은 불법 현수막이 설치된 상황에서 설치자를 특정 짓기 위한 목적에서 행해진 직무집행 행위로, 노조 주장과 같이 파업 찬반투표 참가자에 대한 감시 목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사측은 “회사는 불법 현수막이 누구에 의해 언제, 무슨 목적으로 설치(또는 철거)됐는가에 대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본부노조가 저녁 무렵, 그리고 출근 전 이른 시간에 숨바꼭질하듯 불법 현수막을 기습적으로 설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보안인력을 통한 자료수집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MBC 안전관리팀이 관리하는 경비업체 직원이 MBC 미디어센터 4층 옥상에서 400mm 망원 줌렌즈를 단 카메라를 가지고 상암문화광장에 설치된 투표소를 촬영하는 것이 목격된 시점은 오전 11시경이었다. 사측이 지칭하는 현수막은 이미 설치된 후였고, 현수막을 설치·철거하는 출근 전이나 저녁 무렵도 아니었다. 

게다가 경비업체 직원 두 명은 ‘왜 망원렌즈로 파업 찬반 투표소를 찍고 있느냐’, ‘우리가 불법을 저지른 것이냐’는 등의 물음에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서둘러 카메라를 챙겨 도망가듯 현장을 떠났다. 

아울러 사측은 출근 시간부터 정오가 가까운 시간까지(들키지 않았다면 더 오래) 왜 그곳을 지키며 망원렌즈가 투표소 쪽을 향하고 있었는지, 정당한 채증 행위였다면 왜 범죄자처럼 도망갔는지에 대해 전혀 해명하지 않았다. 

지난 14일 오전 11시경 MBC 안전관리팀이 관리하는 경비업체 직원들이 상암문화광장 조합 투표소를 촬영하다가 현장에서 발각된 후 자리를 서둘러 떠나고 있다. 사진=강성원 기자
MBC 경비업체 직원이 촬영한 장소에서 바라본 노동조합 투표소 모습. 사진=강성원 기자
이에 대해 MBC본부노조는 “상암 사옥으로 옮겨온 이후 사측은 노조 활동을 전담 채증하는 경비업체 직원 2명을 별도로 고용해 현장에 배치했다”며 “이들 2명은 유인물 배포나 피케팅 등 기본적인 조합 활동까지 채증해 윗선에 보고해 왔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거나, 회사 주변에 현수막을 설치할 때도 이들은 어김없이 나타나 사진을 찍어 보고했다”며 “이번에 적발된 경비업체 직원도 이 중 한 명으로, 사측이 조직적으로 조합에 대한 불법사찰을 지시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어 “이 직원은 올해 1월에도 망원 카메라로 조합의 유인물 배포를 몰래 촬영하다 적발된 바 있다”며 “우리는 도를 넘은 불법 채증 행위에 대해 사측에 이미 수차례 경고했다. 그런데 이에 아랑곳없이 이제는 합법적인 파업 투표까지 불법 사찰하고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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