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UN에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인하는 입장을 처음으로 내놓았다. 과거 일본의 극우 민간단체인 ‘나데시코 액션’ 등이 유엔에서 “위안부 문제는 여성의 인권 옹호라는 목적을 벗어나 외국에서 반일 정치 캠페인에 이용되고 있다”며 위안부의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한 적은 있으나, 일본 정부가 직접 유엔에서 이같은 주장을 펼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제63차 회의를 앞두고 제출한 답변서에서 강제연행 사실을 부인하며 지난해 12월28일 한일 양국 외무부의 위안부 합의서를 근거자료로 첨부하기도 했다. 굴욕적인 위안부 합의의 참담한 결과물인 셈이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15일부터 3월4일까지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제63차 회의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에는 군이나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 연행’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보고할 예정이다. 이 위원회가 아베 총리의 발언 등을 염두에 두고 “최근 위안부의 ‘강제적인 연행’을 입증하는 증거는 없다는 공적인 발언들을 접했다. 그 정보에 대해 언급해달라”고 질의한 데 따른 답변서의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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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회는 일본 정부가 제출한 보고서를 30일 홈페이지에 공표했다. 산케이 신문은 “동위원회에서 정부가 위안부의 강제연행 설을 부정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확산에 이용된 유엔에서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일본 관방장관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는 ‘고노 담화’를 발표한 바 있으며, 국제 사회에서 일본은 고노 담화에서 인정한 바 있는 이 강제성 문제를 부인하지 않아왔다. 지난 2014년 9월 일본 정부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했던 보고서 역시 역대 총리의 사과 내용과 아시아여성기금 등 일본의 노력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12월28일 양국의 위안부 합의로 인해, 국제사회에서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입장이 명백하게 후퇴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이번 답변서에서 지난 12월28일 한일 합의를 통해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했다”고 적시하고 양국 외무부의 발표문 전문을 첨부했다.

일본 정부는 이 위원회의 ‘위안부 문제를 교과서에 반영하고 대중에게 알릴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는 국정교과서 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학교교육에서 다뤄질 특정 내용이 어떻게 묘사될지에 대한 질문에 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동위원회에 이같은 답변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작년 12월 합의의 정신과 취지를 훼손시킬 수 있는 언행을 삼가라”는 원론적인 대응을 되풀이했다.

양국 외무장관의 위안부 합의 발표 이후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위안부 강제연행 부인하거나 소녀상 철거와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보류 등을 언급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 정부는 ‘합의 의행’을 강조하며 합의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청와대는 12월28일 양국 외무부의 합의가 발표된 당일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간의 전화 정상회담 발언록의 공개도 거부했다. 앞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1월18일 일본 외무성이 발언록 일부를 공개함에 따라 청와대에 발언록 공개를 청구한 바 있다. 청와대는 비공개 결정 사유로 국익을 침해할 현저한 우려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의하면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최종적으로 완전하게 해결됐다는 일본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돼 있다. 민변은 “그러나 청와대가 배포했던 전화 회담 보도자료에는 해당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답이 무엇이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변은 청와대의 대화록 공개 거부에 따라 정보공개법에 따른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정보 비공개 결정이 이뤄진 30일 이내에 공개 청구 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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