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방한해 한국의 집회·결사 자유에 대한 조사를 벌인 마이나 키아이(Maina Kiai) 유엔(UN)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공영방송 MBC의 노조탄압 실태에 대해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키아이 보고관은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국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공영방송 MBC에서 사측이 노동조합을 탄압함으로써 언론노동자들이 결사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MBC에선 노조 가입 이유만으로 기자·PD 등이 원래 직종을 떠나 전혀 다른 업무가 주어지는 경우 많다고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키아이 보고관은 이어 “노조 가입은 개인의 권리여서 사측은 노동자가 어떤 노조에 가입하고 노조를 어떻게 운용하는지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MBC 노동조합 언론인의 결사의 자유 문제와 관련해 노조 관계자들과 만남을 가졌고, 기자회견문에 포함은 못 했지만 최종 보고서에는 관련 내용을 분명히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집회·결사 자유에 대한 최종 조사 보고서는 오는 6월 UN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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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나 키아이(Maina Kiai) 유엔(UN)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방한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치열 기자
키아이 보고관은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관련해서도 “공영방송의 중립성 이슈는 세계적 논란이고 국가 소유의 언론 매체가 중립적이어야 하는지, 특정 정치 세력을 옹호해도 되는지의 논란은 있지만 공영방송의 진정한 주인은 세금을 내는 국민”이라며 “이들은 보수부터 진보까지 입장과 견해가 매우 다양해, 다양한 계층을 골고루 다루기 위해선 공영방송은 독립성과 중립성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키아이 보고관은 지난 23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집행부와 해직 언론인을 만나 지난 2012년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170일 파업 이후 사측이 파업 참여자에게 가하는 일련의 반노동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MBC 노조 관계자들은 이날 면담 자리에서 파업 종료 이후 MBC에서 벌어진 보복성 해고와 징계, 손해배상가압류, 단체협약 일방 해지, 직종폐지, 노조 전임자 업무 복귀 명령 등을 언급하며 노조 활동 제약으로 MBC 언론인들이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달했다. 특히 노조 전임자 업무 복귀 명령 후 노조 집행부는 개인 휴가를 사용해 노조 활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키아이 보고관은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심각한 부상을 입는 등 정부의 과잉 진압과 관련해 “물대포와 차벽을 사용하는 것은, 특히 과도한 무력과 함께 사용하게 될 경우 경찰과 시위대 간 긴장을 고조시킬 수밖에 없다”며 “공격은 공격을 불러올 수밖에 없어, 국가가 열린 자세로 자유로운 집회권 행사를 허용할 때 시위대의 폭력성도 줄어든다”고 권고했다.

키아이 보고관은 “지난 민중총궐기 때 공권력 피해를 당한 시민뿐 아니라 폭력 시위자들이 복면을 써 경찰도 이들의 신분을 파악하기 힘들지 않았냐”는 미디어펜 기자의 질문에 대해선 “복면시위와 관련한 문제는 관계당국이 단순 시위 참여 이유만으로 처벌받지 않을 거라고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한다”며 “만약 시민들이 시위 참여 이유로 처벌의 두려움이 크게 감소하면 복면 착용도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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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나 키아이 특별보고관의 기자회견을 취재중인 기자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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