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울화통이 터진다. 이는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 등 정신질환으로 발전돼 심할 경우, 폐인이 되기도 한다. 공영방송 MBC에서 죄없는 ‘멀쩡한 기자, PD’를 해고시켰다는 내밀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녹취록 내용을 보면 피해 언론인, 최승호와 박성제는 최소한 세 번이나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진행중이다.

녹취록의 핵심은 MBC 경영진에서 언론인들을 징계를 하면서 두 명은 물증도 없이 해고자 명단에 억지로 끼워넣기 했다는 것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MBC 미래전략본부장 백종문은 지난 2014년 4월 극우성향 인터넷 신문 폴리뷰 박한명 대표 등과 만난 자리에서 “박성제하고 최승호는 증거 불충분으로 해서 기각한다… 왜냐면 그때 최승호하고 박성제 해고시킬 때 그럴 것을 예측하고 해고시켰거든. 그 둘은, 왜냐면 증거가 없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디어오늘 사설 재인용)

이런 녹취록을 알게된 당사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이들은 단순히 노조원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해고’라는 중징계를 당한데 대해 억울해할 수 밖에 없다. 당시 MBC 경영진의 핵심인사가 ‘증거없이 해고하며 법원의 기각 가능성을 예측한’ 고백에서도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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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호 뉴스타파 PD.



피해자들은 억울하게 해고당한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런데 뒤늦게 경영진에서 다분히 의도적으로 ‘해고 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더 분통이 터지는 것이다. 뛰어난 언론인이 해고라는 중징계를 당했다는 그 자체가 첫 번째 억울한 일이다. 그리고 의문의 해고 사연을 내밀한 녹취록을 통해 확인하며 부당하게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두 번째 억울한 일이다.

더 기막한 세 번째 억울한 일은 부당하고 불법적으로 해고를 시킨 가해자들은 여전히 사장, 부사장 등 MBC 요직을 차지하며 사과조차 하지않는 현실이다. 법은 이미 MBC의 파업은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합법’으로 판단했다. MBC본부와 MBC는 해고무효소송, 195억원 손해배상 소송, 업무방해 소송 등 각종 소송이 진행 중이며 해고와 손배, 업무방해 모두 2심까지 노조가 승소한 상황이다.

MBC녹취록 파문의 장본인인 백 본부장은 당시 인사위원회 위원이었으며, 안광한 현 사장은 당시 부사장으로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들은 녹취록 파문에 대한 사과는 커녕 사적인 자리의 대화였을 뿐이라고 그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가해자들은 여전히 당당하며 피해자들은 여전히 울분을 삼키고 있다. MBC공동대책위원회는 “MBC 경영진의 권력을 향한 충성 경쟁으로 그동안 얼마나 많은 MBC의 언론노동자들이 해고와 징계, 전환배치로 고통 받아 왔는가”라며 “MBC를 망가뜨린 주범들의 실체를 밝히고 알려내는 것은 물론, 민・형사상 법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을 물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국민행복시대’는 억울한 피해자, 부당한 피해자들이 양산되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미디어 선진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부당하고 불법적인 기자와 PD 해고가 박정부에서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그 진상이 드러나도 여전히 눈물을 흘려야 하는 기막한 현실은 ‘국민행복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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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제 MBC 해직기자. (사진=최창호 'way' PD)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해고된 언론인들. 복직 판결이 났지만 또 다른 징계나 타부서 이전으로 또 다른 유형의 보복이 진행되는 언론현실은 안타깝다는 표현외는 할 말이 없다. 남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면 제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고 했는데, 이 죄의 대가를 어떻게 치룰려고 MBC 경영진은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하는지 잔인하기까지 하다.

뛰어난 언론인들로 평가받는 최승호·박성제에 대한 부당한 해고는 한국저널리즘에 대한 테러다. 고의성이 드러난 해고와 MBC 경영진의 사과거부는 MBC의 도덕성을 상징하고 있다. 최소한 세 번의 억울한 눈물을 흘린 언론인들, 현재도 계속되는 그들의 시련을 언론인들 스스로 축소하거나 외면해서는 안된다.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인간적으로 억울한 희생양이 된 사람은 그가 누구든 사회적 격려가 필요한 법이다.

바른 언론을 위해 노력하는 최승호, 박성제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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