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총선은 야권이 분열하느냐, 연대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판가름난다.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고 개헌을 시도할 수 있는 200석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야권분열을 전제로 한 자신감이다. 안철수 신당(가칭)이 창당되고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신당 3자 구도 하에 싸움이 붙게되면 새누리당의 완승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안철수 의원은 중도층과 무당층을 끌어모아 제3지대 신당을 만들어 여야 양당 구조를 깰 수 있을까라는 물음과 함께 야권 분열의 역사적 책임을 지고 갈 수 있겠느냐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현재까지 안 의원은 야권연대에 선을 그으면서 제3당 교섭단체를 구성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총선 직전 야권연대 및 통합 여론을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1년~2012년 안철수 의원의 모습과 현재 안철수 의원을 비교해보면 앞으로 안 의원의 행보를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다.  

과거 현상으로까지 불렸던 안철수와 현재 안철수는 달라졌다. 안철수의 등장은 한국 사회에서 ‘공익적 인간’의 출현으로 환영을 받았다. 현재 안철수 의원을 강하게 반대하는 세력도 과거 안 의원의 출현을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과거 그의 이미지는 혁신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인물이었다. 의대공부를 병행하면서 새벽에 일어나 대한민국 컴퓨터 바이러스를 연구해 백신을 무상으로 배포하길 원했고, 의사에서 기업가로 변신해 성공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돌연 MBA 유학을 떠났고 한국으로 돌아와 정치의 길로 들어섰다. 지난 2012년 9월 서울시장에 출마한 그는 지지율이 50%에 육박했지만 5%인 후보에 자리를 양보했다.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을 줬던 그였지만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갈등을 겪고 야권분열의 최선두에 서면서까지 결국 탈당을 감행했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직전 '안철수의 착한 분노'라는 책을 냈던 이경희 햇빛섬심리센터 원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안철수 의원의 탈당은 앞으로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내다본 결정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원장은 책에서 안철수 의원을 "타인과의 공감을 중시하며 조화를 이루고 평화를 유지하길 바라는"는 평화주의자라면서 "일단 마음먹은 일에는 무섭도록 돌진해 엄청난 변화를 일궈내는 그의 모습도 평화주의자와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이 새로운 분야에서 길을 개척하자고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결정하면 추진력있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변화를 위한 에너지가 쌓일만큼 쌓여 90이 되더라도 움직이지 않고 그것이 99가 되었을 때 즉 100이 되기 직전에 마침내 움직여지는 것이다. 그때 그것은 사람들에게는 어마어마한 변화로 보인다”는 진단도 이번 안 의원의 탈당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의 머릿 속엔 향후 1~2년 안에 정치 지형을 변화시키겠다는 계획이 아닌 자신이 구상하는 정당을 실현시키기 위한 계획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안 의원이 대학원생 시절 바둑을 배울 때 책만 50여권을 읽고 이론적으로 암기하고 난 뒤 지는 게임을 연달아 했지만 기초와 원리를 중시하면서 바둑을 익혔다"면서 "한번 결정을 할 때 장기적으로 다음 수를 보는 경향이 있다. 안 의원이 소심하게 보이고 과감성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에서 나온 과정을 보면 바둑을 배울 때처럼 한번 결정을 내리고 긴 수를 내다보고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하지만 “야권연대에 선을 긋고 있지만 본심이나 절대 원칙은 아닐 것"이라며 "오히려 연대하지 않겠다는 것은 막판 연대의 효과를 주겠다고 한 말일 수 있다. 본심과 수단으로서 표현의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결정을 내릴 때가 오면 (야권연대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변수는 안철수 의원이 정치적 지형 자체를 변환시키고자 하는 전략에서 자신의 당을 제1야당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안철수 의원은 원칙주의자로서 항상 대의가 있을 때 (그에 따르는)결정을 해왔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지난 2011년 9월 5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발언은 안 의원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뚜렷한 입장이 나와있다. 당시 안 의원은 "제가 생각할 때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현재의 집권세력"이라며 "그럼 답은 명료하다. 나는 현 집권세력이 한국 사회에서 그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 제가 만일 어떤 길을 선택한다면 그 길의 가장 중요한 좌표는 이것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안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에 의석수를 내주는 흐름에 절대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쉽사리 자신의 생각과 원칙을 바꾸지 않았던 것에 기인한다. 

그러면 집권여당의 확장성을 막기 위한 원칙과 반하는 탈당을 안 의원은 왜 감행한 것일까.

이경희 원장은 안 의원이 항상 새로운 길에 들어설 때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착한 분노'와 '치료자  본능'이었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지난 2011년 4월30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안 의원은 "이론적으로 사회적 약자 뿐 아니라 가진 사람도 불이익을 당하면 안되는 것이 공정이다. 하지만 한국적 상황에서는 사회 경제적 약자 편에 기울어야 하는게 정의다. 한쪽에 너무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로마시대에 전쟁이 나면 사회 지도층의 전사자가 더 많았다. 사회적 강자일수록 군대 가는 사람이 훨씬 적은 우리 현실은 정의롭지 못하다. 지도층이나 강자일수록 법의 심판을 더 혹독하게 받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자신의 생각과 어긋난 정치적 상황이 그가 말하는 공정경제로 투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안 의원의 탈당도 자신이 생각한 사회적 모순과 비상식, 불합리에 대해 개선시키고자 하는 소신을 ‘더민주당’과 문재인 대표의 패권주의 아래에선 실현할 수 없어 이를 구체화한 작업이라는 게 이 원장의 분석이다. 

문제는 안 의원에 따라붙는 꼬리표인 이념을 거부하고 정체성이 모호해 '새정치'의 실체가 없다는 지적에 대한 안 의원의 대응이 야권 지지층의 폭넓은 공감을 못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탈당 배경엔 안철수 의원의 정체성과 옛 새정치민주연합의 이념적 색채에 대한 차이도 존재한다. 안 의원을 지지하는 층과 문재인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층이 확연히 갈라서는 지점도 이념-정체성 문제와 연관이 깊다. 

하지만 이경희 원장은 "안철수를 희화화하고 악마화시키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감정적 대응으로 보인다"면서 "새정치에 들어가서 한 일과 탈당 이후 한 일이 전략적으로 정권교체와 연결되는지, 안철수가 내놓은 실질적인 정책이 과거 모순과 부패, 양극화 구조를 바꿀 있는 가치가 있는지를 봐야 한다. 숱한 글과 강연에서 자신의 이념과 역사 의식을 밝혔는데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 무소속 안철수 의원. ⓒ 포커스뉴스
 

이 원장은 "(이념 문제에 대해)중도층의 심리와 정서를 건드릴 필요가 있고 안철수 개인적 성향도 작용했다. 안 의원은 이기는 목적으로 그 세력을 끌어내려고 한다"며 "안철수의 진정성과 역사의식 부분에서 의심할 정도로 걱정할 정도는 아닌데 불필요하게 만든 진영과의 충돌 현상이 일어나면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부정적으로 느끼는 감정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책에서도 "그가 말한 것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온 서로 다른 이념에 대한 극단적 판단과 적대적 대응 자세에 대한 거부"라며 "그가 말하는 것은 이념 자체를 타파하는 것이 아니라 이념의 자유로움을 거부하고 공격하는 왜곡된 이념적 대결의 타파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중도층에서 안 의원과 신당이 환영을 받고 있는 것도 가치관이나 이념에 대한 판단에서 극단적으로 갈리는 분열현상에 고통스러워하는 상황을 극복하는데 안 의원이 치료자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진영 논리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정치 혐오를 조장하고 정부와 집권여당에 할말을 하지 못한 채 중도층을 끌어모으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의 행보를 원칙주의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인물 영입과 관련해 기존 정치권 인사인 '올드보이'를 받아들이면 딜레마에 빠지고 지지층을 잃을 수 있다는 반론도 거세다. 

이와 관련해 안 의원은 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항상 명망가는 낡았다고 하고 참신한 인재는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데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할지 고민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원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느낌이나 매력, 과감성 있는 모습, 주변 측근들 평가를 봐도 갸우뚱하는 태도나 그런 부분에 단점과 한계가 있지만 원칙과 기초 베이스는 (야권 진영으로 봐도) 의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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