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의 위안부 문제 합의 이후 일본 아베 정권이 독주에 나서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신조 총리가 29일 기시다 후미오 외무대신에게 위안부 합의와 관련 “합의 사항의 후속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으며, 같은날 “앞으로 (한국과의 관계에서) 이 문제에 관해 일절 말하지 않는다. 다음 일한 정상회담에서도 더 언급하지 않겠다. 이는 (28일 박 대통령과의)전화 회담에서도 말해뒀다. 어제(28일)로써 모두 끝이다. 더 이상 사죄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아베가 언급한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한일간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일본 정부차원의 구체적인 설명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29일 <日 정부, “위안부 합의 법적책임 포함 않는다” 설명 방침>이란 기사에서 일본 외무상이 표명했던 ‘일본의 책임’이란 표현에 법적책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설명에 착수할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29일 기시다 외무대신이 일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일본 정부의 책임’에 대해 “한계점까지 양보했지만, 법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 지난 11월2일 정상회담 당시 방명록에 서명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청와대
 

교도통신에 의하면 아베 총리는 28일 저녁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에서도 “1965년 일한 청구권협정에 따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해결이 끝났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고, 이 역시 법적 책임을 부정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이날 아베 총리는 10억 엔(약 97억 원)의 출자 시점을 지켜볼 것, 광화문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위한 수순과 시기를 둘러싼 양국간 조정 등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위안부 문제 합의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관심은 일단 소녀상 철거 문제로 집중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28일의 (양 외상 간)회담을 앞두고 한일 양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막바지 협상을 진행했다”며 “이때 일본 측은 한국 정부가 설립한 재단에 일본 정부가 약 10억엔을 기부하기 전에 위안부 동상이 철거 될 수 있도록 요청했다. 한국 정부도 일본의 요구에 이해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양국 외무장관의 기자회견 이후, 이처럼 일본은 아베신조 총리를 비롯한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합의’의 성격을 규정하고 자세한 설명에 착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면 한국측은 소녀상 철거가 조기 타결의 전제조건이었다는 일본의 적극적인 표명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며 언론사의 취재에 대해서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방어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번엔 한국 외교부 장관이 TV 카메라 앞에서 불가역적(不可逆的·돌이킬 수 없음)이라 말했고 그것을 미국이 평가한다는 절차를 밟았다” “이렇게까지 한 이상 한국이 약속을 어기면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끝난다”는 식의 강경한 어조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합의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태도가 이처럼 차이를 보이는 것과 관련해선, 지난 11월2일 한일 정상회담 당시 아베 총리가 박 대통령에게 직접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었다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아사히신문에 의하면 “아베 신조 총리가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 조기 타결의 조건으로 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현재 재건축 공사중)에 설치 된 위안부의 피해를 상징하는 ‘소녀상’의 철거를 직접 요구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는 것이다. 이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와 박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의 조기 타결 목표에 동의하며 외교당국간 국장급 협의 등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는데, 아베 총리가 정상 회담 전반부에 진행된 소회의 석상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이미 해결된 것이라는 종래의 입장을 강조하고, 덧붙여 이번 ‘협상’의 조기 타결에 있어 ‘위안부 동상 철거가 최소한도의 필요 조건이다’라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녀상 철거를 직접 요구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국내 언론에서도 앞다투어 이를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한국측의 반응도 석연치 않았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양국 정상간 협의내용을 상세히 밝히는 것은 자제하고자 한다”며 “우리 정부로서는 일본에서 이렇게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만 밝혔다. 

11월2일 정상회담 당시 아베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백악실에서 약 100분 가량 참모진 없이 단독회담을 진행한 바 있다. 청와대 측이 밝힌 박 대통령의 발언은 “위안부 문제가 양국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고,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는 등의 원론적 수준이다. 

반면, 이 ‘조속 해결’의 조건으로 아베 총리가 박 대통령에게 소녀상 철거를 직접 요구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설명인 것이다. 어느 쪽이 사실인지는, 향후 ‘합의’의 후속조치가 현실화되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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