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간 합의가 당초 일본측의 계획대로 타결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후 ‘미국 입회 하의 세레모니’라는 시나리오가 그대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일본 기시다 외무장관은 이미 지난 25일에 있었던 외무성 기자단에 대한 브리핑에서, 한일 위안부 협상의 대체적인 시나리오를 발표한 바 있으며, 이는 일본의 주요 언론에 의해 자세히 보도가 됐다. 

일본 지지통신은 25일 “종군 위안부 문제 타결을 위해 일본 정부가 위안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충하기 위해 1억엔의 새로운 기금 창설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면서 이 새로운 기금은 2007년 ‘아시아여성기금’ 해산 이후의 “후속 사업”으로 “인도적 지원 조치”의 성격을 갖는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의 사죄 표현 역시 이미 25일 외무성 기자단에 공개됐다. 즉 한국이 중시하는 ‘국가의 책임’과 ‘사죄’를 아베 총리가 언급하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해선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아베 총리의 친필 편지 형식도 제안됐다. “책임 통감”이라는 표현 역시 이 자리에서 등장했다. 그러나 이것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거나 보상금 지급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도 전달됐다. 교도통신은 피해자들이 겪은 고난에 대해 일본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등의 표현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 ▲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6월 22일 일본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한일간에 도출될 합의문에 “최종적이며 돌이킬 수 없는”이라는 표현을 명기하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5일 이같은 표현을 “기시다 외무 장관이 윤병세 외무 장관과의 회담에서 제안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합의 문서를 주고받는 조건으로 위안부 문제의 타결이 ‘마지막이고 돌이킬 수 없는’ 것임을 명기하도록 요구한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일본의 입장 역시 그대로 관철됐다. 

지지통신도 “일본 측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위안부 문제가)해결됐다는 입장을 무너뜨리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한반도에서의 위안부 모집에 강제적인 것이 아니며 한일간의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일”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역시, 일본이 내놓은 요구 조건이었다. “소녀상 철거는 (협상)타결 이후 한국이 자발적인 형태로 기념관 등으로 옮기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당초 일본 정부가 제시했던 방안 중에서 한국과의 협상에 의해 달라진 내용은 기금의 규모가 1억엔(한화로 약 10억)에서 10억엔(약 100억)으로 조정된 것 뿐이다. 

남은 부분은 미국의 입회 문제다. 일본 언론들은 외상 간에 ‘최종결착’이 합의된 경우, “양국 정상이 제3국을 섞어 합의를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제3국은 미국이 유력한데, 내년초로 예상되는 정상회담에 미국을 입회시켜 국제적인 확증을 받아내겠다는 복안이다. 

니혼게이자이는 26일, “일본은 한일 양국이 최종 해결을 명기한 공동 문서를 정리하고, 미국 입회하에 문서에 서명하는 방안도 있다”고 전했다. 같은날 마이니치는 “(일본 정부는)한국 측이 (위안부 문제를)되풀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양국간에 최종 결론을 확약하는 문서를 작성하라는 입장”이라고 한 뒤, “문서의 형식으로는 양 외상에 의한 선언문이나 공동 성명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외에도 양국 정상의 합의 내용에 대해 미국 등 제3국을 섞어 확인하는 방안도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지지통신은 25일 <일본 정부 ‘최종결착’에 담보 요구>라는 기사에서 “한국 측이 향후 문제를 재론하지 않도록 “최종결착”이라고 하는 것을 분명히 할 방침"이라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합의를 하지 못하면 타결은 없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일본과 한국 정부가 국제 회의 등의 기회에서 합의 내용을 공식 확인하거나 제3국 입회하에 확인하여, 한국 측이 이를 다시 정치문제화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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