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물질의 위해성을 표시하는 단위는 베크렐이다. 이는 1초당 원자핵이 붕괴하는 개수를 가리키는 것으로, 10베크렐이면 초당 10개의 핵분열이 일어난다는 의미다. 정부는 현재 1킬로그램당 100베크렐 이상인 경우에만 수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100베크렐 이하인 경우 인체에 안전하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어디에도 없는 상황이다. 

일본내 식품안전 분야의 1인자로 꼽히는 고와카 준이치(식품과생활안전기금 대표)씨는 방사능물질 관리기준이 1.1베크렐로 낮춰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고와카 대표는 체르노빌 원전 폭발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노비마르치노비치 마을에서 1.1베크렐의 방사능 물질 섭취가 두통을 비롯한 여러 신체적 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밝혀냈다. 

방사능 물질에 대한 정부 기준치(한국과 일본 모두 100베크렐로 동일함)에 대해 고와카 대표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이 기준치가 외부 피폭(예컨대 x-ray 촬영 등)과 내부 피폭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발행하는 과학전문지인 사이언스타임즈에 의하면 “외부피폭에서 중요한 것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와 피폭자의 거리”로서, “방사성 물질은 일정한데 피폭자와의 거리가 10배 가까워진다면 피폭량은 제곱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즉 거리가 10배 가까워지면 피폭량은 100배 증가한다는 것이다. 내부피폭은 방사성 물질과 세포간의 거리가 0에 가깝고 외부피폭과는 달리 피폭이 영구적으로 계속된다. 고와카 대표는 그래서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은 1과 10만의 차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고와카 준이치 식품과생활안전기금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인들의 건강상태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무엇인가? 

   
▲ 고와카 준이치 일본 식품안전기금 대표
 

“잘 모른다. 유일하게 아는 것은 갑상선 암인데, 후쿠시마 현에서 152명이 원전 사고 이후 확진을 받았다. 그 이전엔 3년에 한 명 나오거나 안 나오는 비율이었다. 매스컴도 130명까지는 이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다가 150명이 넘어가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과학적으로는 확언하기 어려운 게, 국가의 핑계로는 예전에는 발견하지 못하던 걸 요즘엔 정밀 의료기기가 발달해서 갑상선암 발견이 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아이들 중 100명 이상이 악성암이다. 정부에서도 5년째에 접어들면서 갑상선암이 늘었다는 걸 인정하는데, 아직도 이게 핵 사고의 영향인지는 모르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밖에 백내장이 늘고 있고 심장병으로 죽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정부가 관련 연구 지원을 다 막아버려서 자세한 건 모른다.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게 사실이다.”

-일본인들은 방사능 식품을 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99%의 사람들이 그렇다. 피하려는 노력을 하기는 커녕 후쿠시마 재건 운동에 동참한다며 후쿠시마산을 사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럼 그 결과는 어찌 되겠나?

“우크라이나처럼 건강상태가 무너지는 아이들이 많이 생기겠지.”

-우크라이나에선 어땠나?

“우크라이나 정부가 ‘체르노빌 사고로부터 25년:미래를 위한 안전’을 발표했었다. 2007~2008년 시점에서 본 것인데, 오염지역에서 건강한 아이의 비율이 점점 줄어들어갔다. 여기는 현재 일본의 도쿄나 사이타마현보다 오염도가 낮은 곳들이다. (아래 그래프를 보며)하얀 막대는 건강한 아동, 어두운 막대는 계속 증가해서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이 78%였다. 식품으로 섭취하는 방사능을 줄이니 통증이 사라지고 증상이 가벼워졌다. 두통, 다리통증, 코피 등의 증상이었다. 다리가 휜 아이들도 있었고, 피부에 얼룩이 있는 아이, 폐에 스무 군데의 종양이 있는 소녀도 있었다. 이후 예전의 식생활로 돌아간 후엔 다시 4~5개월 후부터 건강상태가 악화됐다.”

 

   
▲ 우크라이나 정부보고서 ‘체르노빌 사고로부터 25년:미래를 위한 안전’에서 집계한 오염지역의 아동 질환 비율. 자료=고와카 준이치.
 

-식품에서 방사능을 줄이는 것은 어떻게 가능했나?

“우크라이나는 칼륨이 부족한 토양을 갖고 있다. 그럼 작물은 칼륨을 흡수하려 하는데, 이게 부족하니 세슘을 빨아들인다. 칼슘과 스트론튬, 칼륨과 세슘의 성질이 각각 유사하다. 그래서 칼륨을 살포해서 세슘이 음식에 먼저 함유되는 것을 막는 활동을 했다. 그래서 칼륨이 든 화학비료를 많이 배포했다. 우크라이나에선 감자라든가 야채는 자기 밭에서 재배해서 자급자족한다. 그런 지역에 가정당 화학비료를 50킬로그램씩 배포했다. 그랬더니 아이들 건강상태가 점점 좋아졌다. 예컨대 폴리샤 지역의 경우 감자의 세슘 오염이 18베크렐에서 6.3베크렐로 줄었다.(세슘-137은 자연상태에는 존재하지 않은 방사능 물질로 일본 원전사태 이후 수입 수산물 등에서 흔히 검출되고 있다. 스트론튬이나 플루토늄은 일반적인 장비로는 검사할 수 없다.)  그러자 다리통증이 28명에서 1명으로, 두통이 21명이 3명으로 줄어드는 등 증상이 완화됐다.” 

-1.1베크렐이 기준인 이유는 무엇인가?

“우크라이나의 노비마르치노비치 마을에서 2013년 5월부터 화학비료 및 오염되지 않은 우유를 제공하는 활동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노비마르치노비치 마을의 식사를 보면, 일 평균 2150그램의 식료품 중 2.36베크렐을 섭취하고 있었다. 이는 1kg당 1.1베크렐이다. 그런데 식료품(우유, 감자, 당근, 양배추 등)의 세슘 함량을 감소시켜 본 결과 25명 가운데 18명에게서 나타난 두통이 격감하는 결과를 얻었다. 제가 한국 정부에 희망하는 게 이것이다. 아직 확인되고 있지 않은 이 1.1베크렐을 기준으로 해야하지 않겠나.”

 

   
▲ 우크라이나 노비마르치노비치 지방의 일반인들의 식사. 자료제공=고와카 준이치.
 

-외부 피폭과 식품을 통한 내부 피폭의 차이에 대해서 말한다면?

“외부 피폭이란 감마선이 와서 치고 나가는 것이다. 내부 피폭은 섭취한 세슘, 스트론튬, 요오드 등이 몸 속에서 핵분열을 하는 것이다. 내부 피폭 때는 핵분열 에너지가 몸속에 다 있다. 그래서 밖에서 감마선이 지나가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현재의 과학으론 외부 피폭과 내부 피폭을 얘기할 때 ‘1대1’로 얘기한다. 방사선 개수를 세서 100베크랠 뭐 이런 식이다. 그런데 전기 에너지로 얘기하자면 1과 10만의 차이다. 몸속에서 베타선이 계속 방사선을 발산하며 유전자에 생채기를 낸다.”

-수산물 만이 아니라 농산물이나 축산물 같은 다른 식품들은 어떤가?

“버섯, 산채 정도 밖에 통계가 안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10베크렐을 기준으로 했을 땐 버섯이나 산채에서도 ‘불검출’이다. 그러니까 1천개 샘플에서 10베크렐을 넘는 건 하나도 없다. 그러니 방사능 오염이 없어졌다는 매스컴 보도가 수치로만 보면 거짓은 아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에선 식품에 의한 오염이 1.1베크렐(Bq/kg)만 돼도 피해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방사능 식품을 피하기 위해 어떤 정책들이 취해지고 있는가?

“사고 직후 화학비료와 방사능 흡착제를 대량으로 뿌리게 했다. 그래서 작물 오염은 우크라이나에 비하면 현격히 적다. 핵 발전을 옹호하는 사람들 쪽에선 우라늄이 원래 자연계에도 있었는데, 아주 조금밖에 없었던 건데, 이걸 농축해서 핵연료로 만든 것이고 농축이 문제이니 희석하면 자연상태의 우라늄 만큼 영향이 적어진다고 했다. 지금 보면 마치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그래서 식품 같은 경우 킬로그램당 100베크렐 이상은 안 나오고 있다. 후쿠시마 앞에서 시험조업을 한 생선도 100베크렐을 안 넘는다. 문제는 나처럼 1.1베크렐도 위험하다고 본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수산물에서 검출되는 방사능 농도는 정부 기준에 비하면 적은 수치다. 그것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일본도 비슷하다. 일본의 경우는 의외로 빨리 줄었다. 첫해엔 정말 많았고, 2-3년간 높았고 최근엔 격감했다. 핵 사고 직후 100베크렐을 초과하는 식품의 비율이 2.2%였는데, 이것이 2012년엔 0.0008%, 2013년엔 0.0003%, 2014년엔 0.00002%로 격감했다. 그게 아주 놀랍다. 한국 정부도 일본정부도 기준을 100베크렐로 얘기한다. 그렇게 보면 안전하다. 1.1 베크렐이 위험하다고 얘기하자면 매우 위험한 상태이지만.”

-세슘을 1.1 이하 섭취한다고 했을 때, 안전한 허용치가 될 수 있나?

“증거가 없어서 확실한 얘기는 할 수 없다. 직감적으론 0.5베크렐이 문턱값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맨 처음엔 암 발생만 문제를 삼았는데 실제론 근육에, 신경에 영향을 준다. 심장에 방사능이 들러붙으면 언제 회복될지 알 수가 없다. 나이 들면 암에 걸릴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괜찮다고들 했다. 그런데 사실은 몸이 약해져서 노인들은 그리 체력에 여유가 없잖나. 간신히 걸어다니는 노인이 방사능의 영향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휠체어를 타게 된다. 신경에 영향을 받으면 바로 눕게 된다. 이건 실험을 통해 확인된 거다. 노인일수록 방사능에 노출되면 죽음에 가까워진다. 이걸 놓치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주변 8개현의 수산물 수입 금지와 관련해 한국을 WTO에 제소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수입 금지조치를 이어나가기 위한 검역조치 재검토위원회의 활동을 중단했고 일본에서의 현지 실태조사도 부실해 (후쿠시마 원전 앞 심층수와 해저토 시료에 대한 조사를 포기) 수입이 재개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수입기준을 100베크렐을 기준으로 했다. 이걸로 규제한다면 후쿠시마 바로 앞바다만 규제가 가능하다. 우크라이나를 보면 1.1베크렐 이상이면 영향이 있는건데, 100으로 하면 수입에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그러니 100을 기준으로 하면서 일본산만 수입을 안하면 그건 일본이 볼 때 단순히 ‘이지메’라고 밖에 볼 수 없지 않겠나. 1.1베크렐이 유해하니 규제한다면 이는 한국 국민을 정말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맹독의 방사능을 내는 게 핵발전소다. 그 어마어마한 공포스러운 것을 멈추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중국도 몇 년 안에 100개를 짓는다 하고, 더 멀게는 400개를 만든다고 하는데 중국에서 터지면 한국에서 어떻게 피할지를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후쿠시마에서 알게 된것은 한국이나 일본처럼 화학비료를 많이 치면 3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안정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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