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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외신 인용보도, 저널리즘 윤리는 뒷전
엽기 외신 인용보도, 저널리즘 윤리는 뒷전
[김창룡 칼럼] 반인륜적 제목에 여과없는 표현, 출처 없는 베껴쓰기

인터넷에서 주목받기 위해 강렬하고 선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제 언론사의 일상이 됐다. 그러나 시정권고를 받을 정도의 반사회적, 반인륜적 제목달기와 상세묘사에 이르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세계일보 2015년 12월 1일자 "사람 고기, 내가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는 제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하게 만든다. 그 내용을 봐도 곳곳에 잔인한 살해수법과 상세한 묘사가 소설인지, 언론인지 구분하기 힘들게 한다.

이런 반인륜적인 제목이 독자들의 눈에 띄게 박스로 묶은 “오늘의 HOT 뉴스”코너에 선정, 더 잘 보도록 배치시키는 무리수를 범했다. 제목의 내용과 배치, 보도내용 등은 언론기관이 보도해야하는 정도의 저널리즘을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세가지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첫째, 제목에서부터 ‘혐오감과 반인륜적’ 어휘사용에 금도가 없다.

제목은 다소의 과장과 축약, 비약 등이 허용된다. 그러나 ‘사람고기가 가장 맛있다’는 식으로 거꾸로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혐오감을 유발하는 어휘선택은 반사회적이다. 언론사라는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이런 식의 제목달기는 공익보도라기 보다는 상업적 이익을 우선하고 있는 편집행태로 읽힌다. ‘경악’ ‘충격’ ‘깜놀’ 등 제목이 점점 충격의 강도를 높혀가다 이제 아예 ‘사람고기 최고’라는 식은 우리 사회를 흉포화하는데 언론이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보도내용 이전에 이런 제목을 그냥 이렇게 돋보이게 처리해도 문제없는지 편집부장, 편집국장에게 되묻고 싶다.

   
▲ ⓒ iStock
 

둘째, 내용도 곳곳에 잔인한 수법과 여과없는 표현이 피범벅이 되고 있다.

이곳에 차마 다 옮기기도 섬뜩한 것들이다. 일부만 인용하면, “...분리된 몸은 장작 위에 놓여있었다. 밀러의 두개골은 손도끼에 쪼개진 듯했다.” 등의 묘사는 마치 소설을 보는 듯 했다. 물론 신문사에서 소설을 소개하기도 하고 연재 소설을 서비스하기도 한다. 그러나 언론중재위원회에서 권고하는 시정권고내용에는 “공중도덕이나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내용이나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유해한 내용을 지나치게 상세히 공표하였을 경우”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잔인무도한 사건을 소개하면서 지나치게 상세하게 묘사하여 사회적 역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론윤리강령의 기본인 출처를 밝히지않고 세계일보사 기자의 이름을 마치 취재기자인양 붙여놓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기사 내용이 “1874년 2월9일(현지시간), 여섯 광부가 노다지의 꿈을 안고 미국 로키산맥으로 떠났다. 무료한 일상에 지친 이들은 깊은 산 속 어딘가에서 금더미를 발견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로 시작된다.

시기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세계일보 기자가 현지에서 취재할 수 없는 내용의 뉴스를 기사 맨 끝에, “김○○ 기자.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로 표시했다. 이런 크레딧으로는 사진만 영국 데일리메일을 인용하고 취재는 김○○(필자가 익명으로 처리함) 기자가 한 것처럼 읽힌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이 원출처라면 ‘번역=김○○ 기자’로 크레딧을 처리하는 것이 독자에 대해 정직한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영국의 언론은 더타임즈 등 권위지와 데일리메일 같은 대중지로 이분화 돼 있다. 대중지는 소설을 능가할 정도의 엽기적인 보도를 찾아 재미있게 보도한다. 권위지들은 이런 보도행태를 흉내내지 않으며 권위지의 품격과 권위를 제목과 보도내용, 깊이에서 차별화 한다.

언론이라고 모든 것을 마음대로 표현하고 소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무엇을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가, 금도는 무엇인가는 어느 때보다 고민이 필요하고 절제가 절실할 때다. 섬뜩한 제목으로 언론이 공기(公器)가 아닌 흉기(凶器)로 둔갑하면 미래가 없다. 언론사의 절제와 정직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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